"살지는 못하지만 일단 사두자"… 서울 30대 아파트 매수 절반은 갭투자

조선비즈
  • 최상현 기자
    입력 2020.11.26 06:00 | 수정 2020.11.26 06:29

    30대 무주택자 A씨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에 소재한 30평 아파트를 ‘영끌 갭투자’로 매수했다. 시세 차익을 노리기 보다는 실거주할 목적이었는데, 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방법이 갭투자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A씨가 산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6억5000만원이었다. 전세 세입자를 4억8000만원에 들이는 방식으로 실제로는 1억7000만원만 아파트값으로 치르면 됐다.

    조선DB.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30대의 아파트 매매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36.9%이던 30대의 비중은 9월 37.3%, 10월에는 38.5%가 됐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30대 두 명 중 한 명은 갭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수도권 연령대별 주택거래 현황’을 보면 올해 1~7월까지 30대의 서울 갭투자 건수가 9398건으로 파악됐다. 자금조달계획서에 ‘보증금 승계 거래 중 임대 목적 매입’을 기입한 경우를 집계한 수치다.

    같은 기간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은 2만360건이었다. 갭투자 비율이 50.3%에 달한 셈이다. 자금조달계획서가 면제되는 3억원 이하 주택, 즉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 대한 갭투자가 국토부 집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30대의 갭투자 비중은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빌라나 오피스텔 등의 비(非)아파트는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간극이 좁아 갭투자가 활발한 편이다.

    30대가 당장 들어가 살 수도 없는 ‘전세 낀 집’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집값이 너무 올라 대출만으로 사기가 어렵다는 점이 먼저 꼽힌다.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주택담보대출의 LTV가 최대 40%(9억원 이하 40%, 9억원 이상 20%)로 제한된다.

    앞서 언급한 동대문구의 6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주택담보대출로 구매하려면 현금만 3억9000만원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A씨는 "앞으로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다고 해서 부랴부랴 갭투자로나마 내 집 한 채를 마련했다"면서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금을 마련할 때까지 월세살이를 해야 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이제 무주택 리스크를 지지 않아도 되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10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매물정보란. /연합뉴스
    실수요자에 한해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보완 제도가 있지만, 아파트값 상승으로 실효성이 낮아졌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제공하는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은 대상 주택의 평가액이 각각 5억원과 6억원을 초과하면 신청이 불가능하다.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해 1월 7억8619만원에서 올해 1월 8억3920만원, 10월에는 8억5695만원으로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이 6억원 미만인 서울 자치구는 중랑·강북·도봉·노원·구로·금천·관악구 6곳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0대들이 당장 입주할 수는 없어도 언젠가는 전세살이를 면하게 해줄 갭투자를 차선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부각되는 30대의 ‘패닉 바잉’은 사실 ‘패닉 갭투자’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투기수요를 잡겠다며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데, 오히려 실수요자가 닿을 수 있는 마지막 사다리마저 걷어차는 역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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