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 통합되면 부산 기업 아냐"…에어부산 유상증자 '난기류'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0.11.26 06:00 | 수정 2020.11.26 06:29

    에어부산, 783억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2대 주주 부산시 불참… "법적 근거 부족"
    "LCC 통합되면 부산 떠나나" 우려 제기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298690)이 난기류를 만났다. 부산시가 신주인수를 포기하면서 지역 상공계 유상증자 참여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정부가 두 국적사 소속 LCC를 통합하면 에어부산은 더이상 부산 기업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어부산은 최소 2년 이상 걸릴 통합 과정을 앞두고 당장 내년도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상증자가 난항을 겪자 난처해진 모양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다음 달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1차 발행가액(2610원) 기준 783억원 규모다. 오는 12월 7~8일 이틀간 기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하고, 다음날인 9일부터 실권주를 대상으로 일반 공모를 진행한다. 에어부산은 "새로 조달한 자금은 모두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에어부산 항공기와 승무원 모습. /에어부산 제공
    ◇ "LCC 통합되면 지역 항공사 이미지 어떡하나"

    문제는 에어부산의 2대 주주인 부산시가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최근 부산시는 신주인수권 110만주가량을 전량 매각했다. 신주인수권을 매각한다는 것은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다. 부산시는 신주인수권을 매각해 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부산시는 에어부산 유상증자 불참 이유에 대해 "추가 출자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불명확해서"라는 입장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 질의한 결과, 지방출자출연법 등에 따라 지분을 가진 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신주물량의 10% 이상 출자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현재 부산시가 보유한 에어부산 지분이 4.82%인데, 지분율 이상을 출자하려면 회사와 다른 주주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번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시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부산 지역 상공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부산시가 유상증자에서 빠지면서 ‘지역 기업 살리기’란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포기한 마당에 어느 기업이 선뜻 투자하겠느냐’는 것이다. 부산 지역 상공계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현재 약 15%대로 알려졌다.

    에어부산이 LCC 통합법인이 되면 부산 지역 항공사로서 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에어부산, 에어서울, 진에어를 단계적으로 통합할 방침이다. 특히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구도인 만큼 한진그룹 계열 LCC인 진에어가 통합 법인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LCC 통합법인의 본사가 어디에 세워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부산 지역사회에서는 에어부산이 통합 LCC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지난 25일 "부산 시민이 설립해 발전시켜온 에어부산을 지키고 벼랑 끝에 몰린 항공산업 발전시켜야 한다"며 ‘에어부산 주식 갖기’ 운동을 시작했다. 연대 측은 "에어부산은 2008년 설립 후 지역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며 "통합 LCC 본사 소재지를 부산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김포공항에 한 에어부산 여객기 등이 서 있다. /이태경 기자
    ◇에어부산, 자본잠식률 59%유상증자 흥행 절실

    에어부산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직 LCC 통합법인에 대한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나오지 않았고, 모회사 간 결합도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내년 운영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에어부산의 부채비율은 4584%다. 차입금의존도는 59.8%다.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도 1414억원에 달한다. 에어부산이 보유한 9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과 50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본잠식률도 59%다.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300억원을 출자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고, 앞서 다른 LCC들이 유상증자에 성공한 만큼 주가만 높게 유지된다면 에어부산의 유상증자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청약에 대거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어부산의 예정된 신주 발행가는 2610원이며, 현재 주가는 4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흥행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에는 유상증자 참여가 어렵지만, 행안부와 관계 부처와 논의해 기존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다음 유상증자에 참여할 방침"이라며 "에어부산이든 LCC 통합법인이든 산업은행, 국토부와 논의해 지역 기업으로서 육성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