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 유감... 시대에 맞는 '기준'이 없다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20.11.23 09:54 | 수정 2020.11.23 11:16

    대한민국 게임대상. 한국 최고 권위의 게임 시상식이다. 수상작 면면도 화려하다. 리니지(1998년)와 리니지2(2003년), AVA(2007년), 배틀그라운드(2017년), 검은사막 모바일(2018년), 로스트아크(2019년) 등이 역대 대상작이다. 지난 18일 열린 올해 시상식에선 V4가 대상을 받았다. 완성도·흥행성·시대적으로 그해를 대표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게임들이다.

    그럼에도 매해 게임대상에 관한 ‘뒷말’은 무성하다. "뽑을 게임이 없다"는 이용자들의 한탄은 차치하더라도, 업계에서도 선정기준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는다. 이용자도, 업계도 불만이니 상의 권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올해 수상 결과를 살펴보자. 콩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유통하는 가디언 테일즈가 해외 인기게임상을 받았다. 콩 스튜디오는 본사가 미국에 있지만, 가디언 테일즈의 실질적 제작은 한국 지사가 맡았다. 석광원 콩 스튜디오 대표를 비롯한 직원 대다수가 한국인이다. 한국에서, 한국인이 제작한 게임을 한국 게임사가 유통했다. 그럼에도 본사가 해외에 있으니 ‘해외 게임’이라는 것이다.

    같은 논리라면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도 해외 게임사다. 넥슨 본사는 일본에 있다. 상장은 도쿄증시에 했다. 넥슨코리아는 한국 지사다. 본사가 외국에 있기에 넥슨이 해외게임상을 받아야 한다면 그 누가 납득하겠는가.

    반대 사례도 있다. 국내 게임으로 본상 후보에 오른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한국 그라비티가 중국 환러후위(歡樂互娱)와 공동 개발한 게임이다. 업계는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환러후위가 외주 제작한 게임으로 본다.

    그라비티는 한국에 본사를 뒀지만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최대 주주는 일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59.31)%다. 중국에서, 중국인이 한국 IP로 제작한 게임을 일본이 최대 주주인 한국 게임사가 유통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국내 게임인가 해외 게임인가.

    국내 인기게임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피파 모바일은 넥슨이 유통했지만, 미국 EA가 제작했다. 이 게임은 2016년 글로벌 출시해 국내 서비스돼 왔다. 넥슨이 국내 운영권을 획득하며 올해 새로 출시한 게임이다. 피파 모바일은 국내 게임인가 해외 게임인가. 2020년 게임으로 볼 수 있나.

    중복 IP 수상을 꺼리는 관례와 애매한 규정도 문제다.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접수 대상은 2019년10월19일~2020년10월16일까지 국내에서 제작돼 출시된 게임이다. 해외 IP여도 국내 제작이라면 출품 가능하다. 추가 콘텐츠 분량이 일반 패키지 수준에 도달하면 논의를 통해 참석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해 11월 27일 출시한 리니지2M은 후보 요건이 됨에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제작사 엔씨소프트(NC)는 "내부사정"이라지만, 업계는 NC가 리니지·리니지2로 대상을 받았기에 출품하지 않았다고 본다. 같은 시리즈가 매번 대상을 휩쓰는 것보단 새로운 IP가 상을 받는 게 ‘좋은 그림’이라는 것이다.

    넥슨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2011년 출시한 ‘카트라이더: 러쉬’를 기반으로 업데이트 한 게임이기에 응모하지 않았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은 10년 이상 서비스하며 확장팩·DLC 등 대규모 업데이트로 게임성이 천지개벽한다. 10년전 카트라이더: 러쉬와 현재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다른 게임이다. 시리즈거나 확장팩이라는 이유로 해외 올해의 게임(GOTY)에서 선정되지 못하는 일은 없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중국에서 장기간 서비스하며 현재 모습을 갖췄다. 넥슨 중국 지사의 피드백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국내 제작’이라는 선은 어디 까지인가. 글로벌 게임사가 세계 각지에 스튜디오를 두는 일은 흔하다. 한국 게임 IP의 힘도 강해지고 있다. 갈수록 한국 자본과 기획력, IP를 바탕으로 해외 공동 개발하는 게임이 늘어날 것이다. 언제까지 애매한 국적 기준에 얽매여 발목 잡혀야 하나.

    리니지2M,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뮤 아크엔젤을 빼놓고 ‘2020년 대한민국 게임’을 논할 수 없다. AFK모바일, 원신 등 외국 게임 없이 오늘날 한국 게임계를 말할 수 있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한국 최고의 게임상이라는 권위를 살리기 위해선 시대에 어울리는 명확한 규정으로 ‘뒷말’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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