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공매도 트레이더 "수기 방식으로 불법 파악 어려워... 전산화 필요"

조선비즈
  • 김소희 기자
    입력 2020.11.21 08:00

    "공매도 거래를 위해서는 주식 차입 계약을 맺는데 이는 거래 담당자끼리 메신저 채팅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대부분 이뤄진다. 실수로 인한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져도 사후 판단하기 어렵다. 차입 계약의 전산화가 필요한 이유다. 개인 공매도 활성화도 전산 시스템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본다."

    금융위원회가 내년 3월 16일 공매도 거래 재개를 앞두고 대안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10년 동안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에서 공매도 업무를 담당한 하재우 트루테크놀로지스 대표는 기관 투자자의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식 차입 계약이 전산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공매도 활성화를 위해서도 물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전산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나중에 다시 매입해 갚는 투자 방식이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현재 공매도 제도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에 유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인식이 강하다. 2018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에 이어 올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모두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2년째 해결책은 ‘논의중’이다.

    하 대표는 금융기술 기업 트루테크놀로지스를 차려 최근 주식 차입 계약 전산화 시스템을 출시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정보시스템학과 금융학을 전공하고 모건스탠리 근무 이후 금융기술 기업 R3에서 일했다.

    하재우 트루테크놀로지스 대표가 서울 공덕동 프론트원 건물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그간 공매도는 개인 투자자의 ‘적’으로 인식됐다.

    "공매도와 관련된 잡음이 시장에서 터져나왔다. 공매도 거래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회사를 차린 이유다. 아직 공매도 거래 과정에서 전산화되지 않은 영역이 많아 기술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다. 기존의 시스템에 기술을 접목해서 여러 문제를 해결해보고 싶다."

    -공매도를 폐지하긴 어렵나.

    "오랜 기간 공매도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있어왔다. 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모두 공유하는 지향점은 자본시장의 성장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관점에서 공매도없이 주식시장이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증권사에서도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롱숏거래 등 공매도 기법을 활용한 금융상품이 많다. 이를 일순간에 폐지한다면 자본시장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더욱 개선된 공매도 거래 방식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본다."

    -우선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도 공매도에 활발히 참여할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데.

    "현재 개인 투자자는 각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대주(주식 대여) 서비스를 통해 공매도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이 대주 물량을 매일 증권사에 배분하면 개인 투자자가 트레이딩시스템에 접속해서 주식을 빌리고 매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물량 제한으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공매도 참여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다. 제한된 물량이라도 효율적으로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

    -해결책이 있을까.

    "개인 투자자의 거래 현황을 파악해서 장중에도 물량을 재분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트루테크놀로지스에서 개발을 완료했고 한국증권금융에도 시스템 도입을 건의했다."

    -개인이 공매도에 참여하더라도 여전히 자금력을 동원하는 기관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특히나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불만이 큰데.

    "나 또한 2018년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태를 보면서 특히나 문제 의식을 느꼈다. 당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없는 것을 만들어 판다’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았다. 하지만 현장에선 무차입 공매도는 실수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 사이 오해가 커지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의도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기관은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10년 동안 증권사에 근무하면서 의도적인 무차입 공매도는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했다. 우선 기관의 공매도 거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한 기관이 다른 기관에 네이트온과 같은 ‘메신저’로 "삼성전자 주식 3만주, SK하이닉스 주식 3만주를 빌릴 수 있을까?" 물어본다. 그러면 대여 의사가 있는 다른 기관에서 "삼성전자 3%, SK하이닉스 1% 빌려줄 수 있다"는 식으로 대답이 온다. 채팅으로 차입 계약이 성사된다. 이후에 그 수치를 대여 기관이 수기로 입력하고 매도 주문을 넣는다."

    -차입 계약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다는 이야긴데.

    "그렇다. 대부분 채팅과 수기 입력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나서 불법 거래가 발생한다. 주식을 차입한 기관이 삼성전자를 빌렸는데 SK하이닉스를 빌렸다고 착각해서 SK하이닉스 매도 주문을 넣는 경우가 첫 번째 유형이다. 두 번째로는 차입 물량을 입력할 때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하는 경우다. 증권가에선 이를 ‘팻핑거(fat finger·굵은 손가락)’ 오류라고 부른다."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증권업에선 몇 백, 몇 천 분의 일초를 다투면서 여러 종목의 주문을 한꺼번에 취급한다. 수기 방식으로 거래하다보면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나도 언제나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해결책이 있을까.

    "개인 공매도와 마찬가지로 기술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기관 투자자가 채팅이 아닌 전산 시스템상에서 거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우선 주식 대여자와 차입자가 동일한 소프트웨어상에서 차입 계약을 맺는다. 차입자가 주식 대여를 요청하면 대여자가 회신을 주고 프로그램상에서 유효성 검증을 거친다. 검증된 거래 내역은 수기가 아닌 자동 입력의 방식으로 시스템에 입력된다. 오류를 줄이는 방법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실시간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했다가 최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시간 모니터링 방식은 거래 지연이 생기므로 불가능하다. 나 또한 현재 존재하는 사후 적발 시스템을 보완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후 적발 시스템을 보완하는 데도 앞서 말한 전산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유가 무엇인가.

    "현재 무차입 공매도를 사후적으로 적발하는 기준은 순보유잔고로 알고 있다. 주식을 보유한 물량과 매도한 물량, 차입한 물량을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입 계약 시점을 명확히 증빙하지 않으면 무차입 공매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차입 시점과 주문 시점의 명확한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개별 차입 계약이 매도 주문 제출 이전에 일어났다는 확신을 줄 때 비로소 시장에도 신뢰가 생긴다."

    -금융당국이 차입 계약 시점을 파악할 수는 없나.

    "현재는 실제로 주식의 인도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계약 시점이 보고되지 않는다. 나아가 수기의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면 명확한 계약 시점이 생성되기 어려울 수 있다. 채팅 기록을 관리하고 보고하는 것에도 제약이 따른다. 전산 시스템에 남은 일련번호와 계약 시간을 보고하는 것이 오류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다."

    -기술 개발 측면에서 금융당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는가.

    "금융당국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면 우리는 그에 맞춰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원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협력이라는 말은 부담스럽다. 다만 금융당국을 비롯 여러 시장 참여자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의할 생각은 있다. 개인 공매도 활성화와 무차입 공매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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