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피하니 호가 올리는 울산·천안 집주인들… 규제지역 주변은 풍선효과 '조짐'

조선비즈
  • 최상현 기자
    입력 2020.11.20 14:00

    "이번 주말 천안 서북구 임장 가실 분 찾습니다. 지금은 비규제지역이지만 언제 또 묶일지 모르니 빨리 사는게 현명한 선택이에요."

    정부가 ‘조정대상지정을 통한 시장안정 기조 강화’ 정책을 발표한 지난 19일 한 오픈채팅방에는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 두 명 정도가 동참 의사를 밝혔고, 다른 사람들은 "가고 싶지만 시간이 안된다. 궁금하니 후기를 꼭 남겨달라"고 했다.

    지난 19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외벽에 기존 정부정책을 규탄하는 홍보물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토교통부는 "최근 가격불안이 지속되는 경기도 김포시, 부산광역시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 대구광역시 수성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 부담이 커지고, 대출 규제가 강화된다.

    문제는 최근 집값이 높은 상승폭을 보였는데도 신규 규제지역 지정에서 제외된 지역들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애초 울산 남구·천안 서북구·창원 의창구 등도 규제지역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 그만큼 최근 집값 오름폭이 크고,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울산 남구와 천안 서북구·창원 의창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6·17대책 이후 21주 동안 각각 6.6%, 5,3%, 4,4%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산 동래구(5.3%)와 연제구(4.9%)의 상승률보다 오히려 높은 곳도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19일 발표에서 "울산과 천안 및 창원 등 일부 지역은 재개발‧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최근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다만 지난해까지 이어진 해당 지역의 가격 하락세를 고려하여, 이번에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규제를 면한 지역에서는 즉각 풍선효과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울산 남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침에만 해도 ‘오늘이라도 계약서를 써달라’는 매도인 문의가 빗발쳤다"면서 "그런데 오후에 울산이 규제지역 지정을 면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조금 더 지켜보겠다’며 다들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은 그동안 고가 신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강했는데, 이제 부산이 묶였으니 풍선효과로 울산의 중저가 구축 아파트까지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정지역 지정을 면한 천안의 상황도 비슷하다. 천안 서북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규 규제지역 발표가 나오고 나서 집 주인이 갑자기 호가를 5000만원을 더 올려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아파트값 상승이 탄력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천안 서북구 ‘천안불당지웰더샵’ 전용면적 84.72㎡는 지난 1일 8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현재 호가는 최대 9억5000만원에 이른다.

    조정대상으로 편입된 지역 주변 또한 풍선효과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 수성구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에 더해 조정대상지역까지 지정되면서, 수성구 외곽과 맞닿은 경산 중산동 집주인들이 벌써부터 호가를 높여부르고 있다"면서 "몇달 전까지 4억원하던 아파트가 최근 5억원 넘는 가격에 팔렸고, 이제는 6억원에도 안 판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북 경산시 중산동 ‘펜타힐즈더샵1차’ 전용면적 84.97㎡는 지난 10월 31일 5억1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앞서 6월 20일에는 같은 면적 비슷한 층수 매물이 4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바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나타난 현재 호가는 6억5000만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6·17 대책에 이어 이번에도 정부의 규제 정책이 풍선효과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수립됐다고 지적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김포나 부산, 대구 수성 등은 이미 오를만큼 오른 상황이고, 신규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후에도 보합세 정도나 예상될 뿐 가격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김포가 아니면 파주·천안, 부산이 아니면 울산·창원 이런 식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울산과 천안, 창원을 ‘투자대상지역’으로 찍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규제지역이라는 제도는 원래 재개발 지역 매점매석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인데, 이를 엉뚱한 용도로 남발하고 있으니 집값 안정은 커녕 풍선효과만 계속 키우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무주택자들은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30대 무주택자인 박모씨는 "김포에 이사할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고 나니 계획이 어그러졌다"며 "다른 지역도 언제 규제를 받을지 모르는 만큼,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비규제지역 아파트 한채를 빨리 사야겠다는 조급함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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