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대는 정말 ‘패닉’에 빠져 집을 산 것일까요

조선비즈
  • 고성민 기자
    입력 2020.11.20 10:05

    예비 신혼부부인 직장인 A(32)씨는 최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몇 년 사이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고 부동산 규제 정책도 쏟아지고 있지만, A씨는 ‘무주택 리스크’를 안고 사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국내주택 통계와 청약경쟁률뿐 아니라 금리 동향과 경제 전반의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를 살피고, 아파트 매매의 대안으로 전세 계약이나 인천 송도 아파텔 2채 투자 등을 비교했다. "여러 경우를 꼼꼼히 따져보고 심사숙고한 끝에 집을 샀는데 내가 ‘패닉바잉(공황구매)이냐"고 A씨는 물었다.

    부동산 시장에선 30대의 패닉바잉이 자주 언급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최근 다주택자 등이 보유하고 있는 물건이 많이 거래됐는데 그 물건들을 30대 젊은 층이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뜻)’로 받아주는 양상"이라면서 "법인 등이 내놓는 물건을 30대가 비싼 값에 사주는 이런 모습이 있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좀 기다렸다가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분양받는 게 적절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했다.

    30대가 과연 집을 많이 사고 있긴 할까. 지난 9월 총 6880건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이 중 36.9%(2541건)를 30대가 매입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비중이며, 지난해 1월 연령대별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앞서도 30대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은 올해 28~34% 정도로 대체로 높았다. 전세가 들어있는 집을 사는 갭투자도 많았다. 2019년 1월~2020년 8월 서울에서 이뤄진 갭투자 7만1564건 중 30대 비중이 2만1996건으로 30.7%를 차지했다.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매수세가 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30대가 과연 ’패닉’에 빠져 집을 산 것일까. 거래가 많다고 패닉에 빠진 것으로 단정 지어도 될까. 김 장관은 "‘패닉바잉’ 용어가 사용되는 게 오히려 청년들 마음을 급하게 할 우려가 있다. 용어가 순화되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30대 생각은 정반대다. "집값이 오르는 추세라 무작정 뛰어드는 게 아니다", "따져볼 것 다 따져보고 산다", "1주택자는 집값이 내릴 때 대출금을 갚으며 실거주로 살면 되지만, 전세 세입자는 집값이 내릴 때 역전세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걱정도 해야 한다", "집값이 더 올라 주택 매수가 불가능해지는 ‘무주택 리스크’가 더 위험하다"는 의견들을 가진 경우가 많다.

    사실 서울 아파트는 평균 10억원, 저가도 3억~5억원이어서 생필품처럼 패닉바잉을 할 수 없기도 하다. 30대가 단순히 패닉바잉으로 집을 산다면 정부는 수요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옳은 해법일 것이다.

    반대로 30대가 꼼꼼히 따져보고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주택을 매수한 것이라면 정부는 주택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30대를 수용할 공급을 대규모로 갖춰야 한다. "기다리라"며 수요자들을 안심시키려는 김 장관의 말에 30대가 공감하지 않는 이유를 정부는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 전셋값 급등에 따른 중저가 주택에 대한 수요 확대로 내년 전국 집값이 1.04% 상승할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이렇게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더 오른다는 것인데 민간 경영연구소도 과연 패닉에 빠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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