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 겨우 반등했는데… 정부, 코로나 확진세에 전전긍긍

입력 2020.11.20 06:00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급증하는 등 3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획재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경기가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진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거리두기 단계가 지금보다 더 강화될 전망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줄지 않으면서 4분기 ‘V자 반등’을 자신해왔던 기재부의 예상도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기재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0.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이 나오자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확장적 거시정책에 기반한 소비 관광 활성화, 투자활력 제고 노력이 경기 하방리스크를 완충해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오는 12월 발표 예정인 ‘2021년 경제정책방향’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때는 올해 경제성장율과 내년도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함께 발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시행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재부
◇1.5단계 시행, 4분기 소비에 악영향… "2단계 안되는 게 최선"

정부는 19일 0시부터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시행했다. 1.5단계가 시행되면 중점관리시설인 유흥시설 5종은 춤추기 및 좌석 간 이동이 금지되고 방문판매 시설은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된다. 결혼식장, 장례식장, 미용실, 학원 등에서는 4㎡ 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영화관, 공연장, PC방, 독서실·스터디카페 등은 다른 일행 간 좌석을 띄워야 하고 식당·카페에서 테이블간 거리두기·테이블간 칸막이 설치 등은 적용대상이 시설면적 150㎡에서 50㎡로 확대된다. 종교행사 및 스포츠 경기 관람 인원은 기존 50%에서 30%로 줄어든다. 2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유흥시설 및 식당 등의 영업중단은 없다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강화되면서 정부가 부양책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8대 소비쿠폰 재개 등의 정책적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3분기에 반등한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내수 소비를 촉진시키는 정책들을 펼쳐왔다. 또 4분기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등 모임이 많기 때문에 소비 증가를 기대했다.

서울시가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에 해당하는 방역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고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1.5단계를 선택한 것은 2단계 격상 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은, 1~1.5단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크다"며 "현재로서는 2단계로 가지 않고 확진자수가 잡히는 것이 최선이다. 방역과 경제의 균형이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환율 하락, 수출 발목 잡나… "V자 반등은 옛말"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도 4분기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월 조업일수를 제외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1억4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이 수치가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9개월 만이다.

하지만 환율이 문제다. 지난 2일 1137원 수준이던 환율은 보름 넘게 30원이 넘게 빠졌다. 가파른 원화 강세 추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기업의 수익성과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환율이 1500원에서 1000원으로 떨어질 경우, 10만원짜리 국내 제품의 달러표시 가격은 67달러에서 100달러로 오르게 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코로나19와 환율의 영향을 받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4분기 상황도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V자 반등은 이미 옛말이 됐다. 지금은 성장률이 -1%를 넘길지 말지의 문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한은은 지난 8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 2월 전망한 올해 전망치(2.1%)와 5월 전망치(-0.2%) 대비 대폭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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