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리인하 무용론 만드는 정부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20.11.18 16:09

    최근 은행을 방문해 대출상담을 받았던 한 40대 전문직 종사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데, 두 달 전까지만 해도 2% 중반이었던 마이너스 통장(마통) 금리가 최근 2% 후반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0%까지 낮춘지 6개월이 지났는데, 경제주체들이 받는 대출 금리는 더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2%대에서 소폭 올랐다.

    최근 금융당국의 기조는 '사실상의 금리인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한은은 금리를 내렸지만 금융당국은 반대로 가고 있다. 시중은행에 우대금리를 축소하라고 지시를 내린 게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대출자의 신용도와 거래실적 등이 좋으면 금리를 더 낮춰주는데, 당국이 이를 막아선 것이다. 사실상 '대출금리를 인상하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유는 역시나 부동산이다. 이른바 '영끌족'이 주택담보대출과 마통을 이용해 집을 사자 이를 막기 위한 고육책을 내놓은 것이다. 금리를 올려 상환부담을 키우면 집을 못 살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넘도록 풀린 돈들을 미처 흡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닥쳤고, 각국은 또 다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자산쏠림과 같은 부작용에도 경기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은 불가피하다. 복합적인 경기상황을 고려한 정부의 미시정책이 요구되는 때이지만 지금 정부의 정책기조는 단순하고 조급하기만 하다.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연소득 8000만원 초과자가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았을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게 되면 상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우량 차주의 대출을 규제한다는 ‘기적의 논리’에 여론은 들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흙수저 전문직은 결국 집사지 말란 말이냐'는 불만부터 '부부가 1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으면 된다', '친적, 지인에게 차용하라'는 등의 조언까지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신용·고소득자들이 제 2금융권을 찾으면 저신용·저소득자들이 더 위험한 대출로 밀려나는 연쇄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동성이 시장에 전달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신용경로인 점을 고려하면 통화당국과 금융당국의 정책은 한 마디로 '괴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 오름세를 전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규제로 인한 부작용을 또 다른 규제로 잡으려는 악수를 반복하고 있다.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실제로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시장금리의 가이드 역할을 전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놨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르면 2022년부터는 금리를 인상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때 한은 또한 금리인상 카드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정책 실패로 '영끌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실제 금리까지 올랐는데, 한은이 쉽게 인상을 결정할 수 있을까.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집값 잡기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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