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액배상 막기 위한 ‘착한 가두리’?… 조용하던 경남 양산 부동산 시장 '떠들썩'

조선비즈
  • 고성민 기자
    입력 2020.11.16 17:00

    "양산신도시 아파트 매매 관련 인터넷 광고 전면 중단합니다.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가계약한 손님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니 신중회 회원 모두의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지난 14일 양산신도시 공인중개사엽합회 ‘신중회’의 회장 김모씨가 쓴 ‘온라인 광고 중단’ 공지글. /독자 제공
    지난 14일 경남 양산신도시 일대 공인중개사 연합회 ‘신중회’의 회원 전용 내부 게시판에는 회장 김모 공인중개업소 대표가 쓴 이같은 공지글이 올라왔다. 김씨는 "부동산 시장이 너무 급변(매수 우위→매도 우위)해 공인중개사들이 이미 계약한 계약들이 해지되기가 일상이 되어 버리는 이 시점에서 ‘호가의 인터넷 광고’가 계약해지의 주원인이라는 인식하에 인터넷 광고를 오늘부로 당장 중단하라는 회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공지글 이후 신중회 소속 공인중개업소들은 인터넷에서 양산신도시 매물을 다수 내렸다. 1000가구 규모 한 대단지엔 전 평형대에서 매물이 단 한 건밖에 남지 않았다. 양산신도시 일대에선 신중회 소속 공인중개업소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루 만에 매물이 다 빠졌다"는 의문이 나오던 와중에 김씨의 공지글이 한 커뮤니티에 유출돼 양산 주민들이 들끓었다. "불법 담합", "범죄행위", "부동산 카르텔", "양산 주민들이 호구로 보이냐"는 등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신중회 회장 김씨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양산신도시 집값이 치솟아 배액배상(계약금의 2배를 물고 계약 해지)이 급증한 바람에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선의로 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또 집주인들이 저가 매물을 거둬들이자고 먼저 담합해 지나친 고가 매물만 남는 비정상적 시장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양산신도시 전용 84㎡가 지난달만 해도 4억원 안팎에 거래됐는데, 이달초부터 입주민 담합에 의해 4억~5억원대 호가 매물이 사라지고 6억~7억원대 호가 매물만 남는 비정상적 시장이 됐다"면서 "그러자 10월에 계약했던 매도자 중 70% 정도가 배액배상을 해주며 계약을 취소했다. 이사를 불과 3일 앞두고 이삿짐센터도 예약한 수요자들이 길거리에 나앉았다"고 했다.

    이어 "4억원이나 6억원이나 거래만 되면 공인중개업소 입장에선 손해가 아니다"면서 "길거리에 나앉는 실수요자들을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또 "높은 호가로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광고 전면 중지"라고 주장했다.

    양산신도시 일대 아파트들에 붙은 ‘저가 매물 거둬들이기’ 공지문. /독자 제공
    선의라고 주장하지만, 공인중개업소가 자의적으로 매물 광고를 중단해버려 수요자들이 매물을 찾을 수 없는 부작용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같은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가격을 올리는 쪽 담합만 처벌한다고 규정해서다.

    공인중개사법은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본다. 예컨대 공인중개사들끼리 "5억원 이하로 광고하지 않기로 하자"고 담합하면 처벌 대상이지만, "5억원 이상으로 광고하지 않기로 하자"고 담합하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한편, 양산신도시 아파트엔 실제 이달 들어 "저가 매물을 거둬들이자"는 공지가 단지별로 붙기도 했다. 각 아파트 입주민들은 "(공인중개업소들이) 매도인에게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내놓도록 유도한다", "공인중개업소들이 중개 수수료 수입 증대를 위해 지역 아파트 상한가를 정해 가두리를 쳐놓고 가격상승으로 인해 매수자가 감소하지 않도록 영업한다", "가격 인하하고 가치를 폄하하는 부동산과 거래를 끊자"고 했다.

    입주민들이 쓴 이같은 글 역시 ‘저가 매물의’ 가격이 제시되지 않아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거래가를 정확하게 확인하자는 당위적인 말로 볼 수 있고, 공인중개사법은 ‘특정 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인중개사들이 선한 의도로 매물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데,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그렇게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면서도 "공지를 무시하고 매물 광고를 한 공인중개업소에 대해 협회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면 범죄 행위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입주민들의 행동 역시 집값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 같고 범죄 행위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면서 "정부의 담합 규정이 어설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담합은 어차피 오랫동안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너무 과하게 처벌만 하려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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