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하다하다 이젠 벤처기업 탓하려는 건가요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11.16 10:30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들, 부동산업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어쩌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는 시늉만 해도 국민이 걱정부터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최근 당정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설치 근거가 되는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 법안의 핵심은 △부동산 관련 업종의 등록·신고제 △부동산 교란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조사를 위한 각종 정보요청 권한 강화 등이다.

    이를 두고 최근 프롭테크 스타트업계가 술렁인 모양이다. 들어보니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진성준 의원 측이 낸 보도자료 속 이 문구가 화근이 됐다.

    '부동산매매업, 부동산정보제공업, 부동산자문업, 부동산분양대행업 등 소비자 피해 및 시장 교란 가능성이 큰 일부 서비스 업태는 법·제도적 규율 테두리 밖에서 자유업으로 영위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허위 호가, 음성 자문 등 신종 교란 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

    민간기업들이 개발해 출시한 플랫폼이 집값과 전셋값 급등의 원흉이니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충분히 읽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한 종사자는 "이러다 부동산 스타트업들이 정부에 모두 신고하고,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족쇄를 차게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면서 "의료나 금융 분야에서도 혁신을 주문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처럼 굴다가 결국 규제를 오히려 늘리던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같은 행태를 보일 것 같다"고 우려했다.

    주택 시장 불안이 심화할 때마다 정부가 애먼 민간 탓을 한다는 논란은 계속 있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KB국민은행이 내는 아파트 시세 통계와 정부 통계 간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KB국민은행 시세는 은행이 대출할 때 사용하는데, 대출을 많이 받게 하려고 될 수 있으면 시세를 높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 기관이 내놓는 주택가격 및 시장 분석에 신뢰도가 떨어진 지는 한참된 일이지만, 여전히 시장을 못 쫓아가고 있다. 수도권에 늘어나는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고, 이후엔 투기와 유동성 등 시장 탓을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간에 퍼지는 ‘국토부가 또?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는 이 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곧 정부의 시장 개입 실패를 의미한다. 정부와 여당은 시장을 더 누르고 더 세게 때릴 방법만 찾지 말고, 공급에 활력을 불어넣어 시장이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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