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역병이 물러가면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입력 2020.11.14 04:00

문재인 정부가 가식적이긴 해도, 적어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국면전환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은 하고 싶지 않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코로나라는 역병을 정권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정도로 비양심적인 정부라면 너무 슬픈일 아닌가. 그런데 코로나 확산 추이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보면 일부 석연찮은 점이 보이기도 한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싶을 정도로 정권 위기 상황에서 번번이 코로나가 도와준다. 조국사태로 민심이반이 가속화되던 올 초, 수도권과 지방 가리지 않고 여당심판론이 크게 확산되고 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마스크 공급 부족 등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이어지자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3월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꺾이고 K방역에 대한 외신들의 긍정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했다. 이후 민주당은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모든 상임위원장을 차지했다. 야당의 정부 견제 기능은 완전히 무력화됐다. K방역이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지난 5월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어서기도 했다.

운으로 얻어 걸린 지지율은 오래가지 못했다. 7월과 8월에도 문재인 정부에 위기가 찾아왔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실패로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대통령 지지율은 또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연일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했지만, 정작 청와대 참모들은 다주택자였다. 여기에 노영민 비서실장의 ‘반포집이 아니라 청주집’ 해프닝까지 겹치면서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란 비판을 받았다. 이 기간 당정간 부동산 정책 혼선이 이어지고, 야당의 반대에도 부동산관련 입법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공교롭게 이때도 코로나가 문재인 정부를 도왔다. 정부는 당시 8.15집회 참석자를 코로나 주범으로 몰아세우며, 국면전환에 성공했다. 코로나 때문에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정책은 모두 묻혀버렸다. 재산권 침해와 집값 급등에 분노하며 광장으로 나간 사람들은 모두 ‘극우세력’으로 뭉뚱그려 지탄받았다.

상식적인 정부라면 이 시기에 노영민 비서실장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정책라인을 교체하고 문책했어야 했다. 그런데 모든 이슈가 코로나로 덮어지면서, 아무일 없다는 듯 넘어갔다.

이달 들어서도 정부의 부동산대책 실패로 전세난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주택자들도 재산세 급등으로 분노하고 있다. 임대차 3법 후폭풍에 당정이 주택 공시가격을 올려 보유세 부담을 늘린 탓이다.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을 6억원 이하로 유지한 것도 민심이반의 원인이었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코로나는 확산세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하면 모든 이슈가 코로나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갈 것이 자명하다.

연말과 내년 초에도 부동산대책과, 대북문제 등이 대통령 지지율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난과 국지적 집값 상승은 정권에 계속해서 부담이 되고 있다. 내년에 새로 들어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북한을 대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도 수명을 다해 운전대를 남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지난 4년간 공들였던 대북정책의 방향을 송두리째 흔들리는 셈이다.

이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면 본격적인 대통령 레임덕의 서막이 열린다.

내년에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도 올해보다는 잦아들 것이 분명하다. 국내외에서 들려오는 코로나백신 임상 성공 사례와 치료제 개발소식은 문재인 정부에 방역이라는 비빌 언덕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코로나 방역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도 한계에 온 상태다. 코로나 방역 하나만으로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유지될 수는 없다. 역병은 곧 물러가고, 문재인 정부의 감춰졌던 진짜 실력도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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