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한동훈 보복'에 사로잡혀 반헌법적 발상까지 한 법무장관

조선비즈
  • 이미호 기자
    입력 2020.11.13 16:10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현장.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추미애 법무장관을 상대로 대전지검이 수사중인 '원전 폐쇄 의결 과정'에 대해 한창 질의하던 때였다.

    박 의원이 "판사하셨죠. 법원이 각하할 사안인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줬겠냐"고 하자, 추 장관은 "영장 발부가 유죄 판단과 같다고 볼 수 없다" 했다. 이에 박 의원이 "유죄인 것을 가리기 위해 수사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갑자기 추 장관이 "그런데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하고 핸드폰을 감출려고 하는, 그런 검사장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대꾸했다.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얘기였다. 박 의원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면서 "아니 한수원 수사를 물어보는데 왜 다른 얘길하고 그러냐"고 했고, 추 장관은 본인도 멋쩍은 듯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받아쳤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추 장관의 심기가 이미 꼬일대로 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이 한 검사장에 대해 ‘감정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이동재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록이 날 것 그대로 공개되면서부터다. 추 장관의 '수사 검사·기소 검사 분리 방안'을 두고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 하고 앉아있어"라는 한 검사장의 발언이 나오자, 추 장관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채널A 수사팀의 수사결과도 추 장관의 체면을 살려주지 못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한동훈과 공모하여'를 적시하지 않았다. 이에 채널A 의혹을 처음부터 검언유착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 장관에 책임을 묻는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추 장관은 수사팀이 스모킹건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로 한 검사장의 수사 비협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수사팀은 '몸싸움'을 통해 확보한 한 검사장의 아이폰11 비밀번호를 해제하는데 5개월째 애를 먹고 있다.

    이처럼 유독 한 검사장만큼은 '내 맘대로' 되지 않자 추 장관은 법무장관의 무기인 인사권을 활용했다. 급기야 한 검사장을 지난달 14일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으로 콕 찝어 내려보냈다. 3번째 좌천이었다. 그 사이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추 장관 아들 병역 특혜 의혹이 도마에 올랐고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과 관련 정관계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추 장관은 두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과 대립각을 형성하면서 법조계 이슈가 연일 대한민국을 집어삼켰다. 역시 그 중심엔 추 장관이 있었다.

    그 피로도가 극에 달할때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특수활동비를 문제 삼았다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그 화살이 법무부와 여권의 특활비 논란으로 돌아오면서 '자살골을 넣어도 몇번째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던 지난 12일 추 장관은 법무장관이자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국무위원으로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만다. 한 검사장 보복에 눈이 먼 추 장관은 한 검사장 독직폭행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차장검사의 기소 과정이 적정했는지 여부를 따져보겠다고 하면서 "한 검사장처럼 악의적으로 비밀번호 해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영국 입법례 등에 근거해 이를 제지하는 법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인권을 보호해야 할 법무장관이 피의자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그러자 법조계에서 즉각 거센 반발이 일었다. 정의당은 "법무장관이 국민의 자유권과 존엄을 훼손하는 법안을 검토하라 지시한 것은 자기 얼굴에 먹칠을 한 것과 같다"고 날을 세웠다. 민변도 성명을 내고 "휴대폰 비밀번호는 당연히 진술거부 대상이 되며 이를 밝히지 않는다고 제재를 가한다면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피의자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시에 대해 '자기 반성'을 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요구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의 촉(蜀)나라는 사면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져서 해가 떠있는 시간이 짧고, 하늘에는 늘 운무가 짙게 덮여 좀처럼 해를 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개들이 모처럼 해를 보면 이상히 여겨 짖었다고 한다. 좁은 식견의 위험성을 뜻하는 말로, 식견이 좁은 사람이 오히려 어진 사람을 비판한다는 뜻도 된다.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할 법무장관이 '촉견폐일'(蜀犬吠日)의 우(憂)를 범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힘 없는 국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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