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아이디어 되는 ‘음악·소음·배경음’"

입력 2020.11.18 06:10

[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이정권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 소리는 중요한 감성 전달 수단"

소리를 알면 돈이 된다. 인간의 오감(五感) 중 하나인 청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가장 민감하고 섬세한 분야다. 음악은 물론 배경음도 인간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쳐 각인 효과와 암시 효과가 크다. 이에 따라 소리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단으로 쓰이며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기업· 브랜드·제품·서비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소리는 4차 산업혁명과도 관계가 깊다. 음성 인식 기술부터 기침 소리, 폭발음 등 다양한 소리를 인식하는 기술까지 과거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이 인공지능(AI) 발전과 함께 계속 열리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커버 스토리에서 소리를 알면 왜 돈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 영역이 있으며, 앞으로 유망한 분야가 어디인지를 살펴봤다. 소리를 통해 경영 영감을 얻는 최고경영자(CEO)들 및 소리로 돈을 버는 현장의 이야기도 담았다. [편집자 주]

오감(五感) 중 가장 예민한 청각
디테일 성취하는 기업이 승리
소리 비즈니스 가능성 무궁무진

이정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카이스트 기계공학 석·박사, 영국 사우스햄튼대 박사, 대우차 기술연구소 근무, 현 한국음향학회 명예회장 / 카이스트
"청각은 인간의 오감(五感) 중 가장 예민한 감각으로, 뇌를 직접 자극한다. 잠재의식을 건드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를 잘 활용하면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왜 기업이 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이코노미조선’은 11월 2일 오후 이정권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화상으로 인터뷰해 이에 대한 답을 들었다. 이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소음 진동제어 및 음향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에서 음향을 공부한 소리 분야의 권위자다. 옛 대우차(현 한국GM), LG전자, 삼성전자 등 다양한 제조 업체와 음향 신기술 연구·개발(R&D)과 산학 협력을 통해 저소음화 및 고음질화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이후에는 감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소리와 관련된 비즈니스 발전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라고 강조했다.

청각의 과학적 특성은 무엇인가.
"청각·시각·촉각·후각·미각 등 다섯 가지 감각은 모두 인간의 특성을 결정하는 뇌의 인지 작용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오감 중에서도 청각, 즉 소리에 대한 지각은 그 최소분별도에 있어 가장 예민한 감각이다. 요즘 일반인도 나노 테크놀로지(nanotechnology·10억분의 1m 정도 크기의 물체를 만들고 조작하는 공업 기술을 통틀어 이르는 말)에 대해 언급하며 대단해 하지만, 인간의 청각기관은 이보다 1000분의 1 정도까지 더 작은 단위의 변동을 감지한다. 그만큼 소리는 예민한 분야다."

소리는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인간이 생활하면서 인지하는 소리는 반응상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음악(music)·소음(noise)·배경음(background sound)이 그것이다. 음악은 피타고라스 정수배의 주파수를 갖는 톤으로 이뤄져 인간의 깊은 곳에 있는 감성을 일깨우고, 안정과 즐거움을 준다. 소음은 ‘주관적으로 원치 않는 소리’를 통틀어 말한다. 날카로운 음, 충격음, 비조화음 등을 뜻한다. 소음은 두려움을 느끼게 하거나 화를 유발하는 등 평상심을 해친다. 배경음은 음악, 소음, 자연의 소리, 먼 곳에서 들리는 인공 음 등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종합적으로 들리는 모든 소리를 뜻한다. 배경음은 관심을 두면 의식할 수 있지만, 무관심해도 잠재적으로 인간의 생활과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세 가지 종류의 소리는 모두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연결될 수 있다. 음악은 기업들의 여러 사회 공헌 활동의 상징으로, 소음은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저감 노력으로, 배경음은 서비스업 매장에서 활용하거나 잠재적인 브랜드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왜 비즈니스에서 소리가 중요한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최근의 변화는 사회 전반에서 자동화 및 인공지능(AI) 열풍을 몰고 왔다. 현재는 AI·사물인터넷 (IoT)·클라우드 등 방법론적인 테마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향후 중요한 것은 일종의 매개체를 이용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또는 기계와 기계가 상호 작용을 잘하는 것이다. 또 이러한 일이 인간 삶의 질이나 미래 사회가 추구하는 행복을 얼마나 증진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많은 요소는 대부분 감성적 만족과 관련돼 있으며, 이는 4차 산업혁명의 최종 단계 혹은 그 이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소리는 주요 소통 수단이자 감성 전달 수단으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소리를 산업 현장에서 적용한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배기 소음기, 흡기계, 소음 차단재, 흡음재, 타이어 소음, 엔진 소음 저감 노력 등이 있다. 최근에는 소리가 자동차 전장의 중요한 분야로 주목받는다. 전기차도 새로운 기회다. 가전은 냉장고·에어컨·진공청소기·식기세척기·헤어드라이어 등의 소음 저감, 중장비 및 선박은 로더, 항타기, 캐터필러, 유압 장치, 선박용 소음기, 보일러 등의 소음 저감이 있다. 정보기술(IT) 분야는 플라스마 TV 잡음 제거, 스마트폰 관련 음향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정권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11월 2일 ‘이코노미조선’과 줌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김문관 기자
성공한 소리 마케팅 사례는.
"영국 보험사 히스콕스의 사례가 유명하다. 자동차보험 요율을 산정하기 위해 여성도 과연 고급 스포츠카를 좋아하느냐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다. 여성들의 눈을 가리고 폴크스바겐 비틀의 배기음을 들려준 후 람보르기니 배기음을 들려줬더니 람보르기니 소리를 듣고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도 고급 스포츠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 히스콕스는 이 실험 결과를 보험료율 산정 및 마케팅에 활용했다. 국내에선 배우 이영애가 등장했던 LG전자의 에어컨 광고가 성공한 사례다. 그가 뉴질랜드 화산분화구 옆 호수에서 팔을 벌리면서 ‘바람 소리를 듣고 싶다’라고 말하는데, 광고에서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대자연의 바람 소리를 통해 청정 에어컨임을 강조한 것이다. 유럽에선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문 닫는 소리 광고도 유명했다. 아우디의 고급스러운 문 닫는 소리를 시각화해 지면 광고에 활용했다.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의 경우 콤팩트 뚜껑을 닫는 ‘딸깍’ 하는 소리를 고급화해 마케팅에 성공했으며, 골프 브랜드 ‘핑’의 경우 골프채에 공이 맞는 소리를 그대로 브랜드화한 사례다. 재규어 전기차의 가속 소음도 좋은 사례다. 명스포츠카 소리를 삽입했다. 이 밖에도 DSLR 카메라 개발 초창기에 삽입한 전자 셔터음도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기업들의 소리 활용 현황은.
"한국 기업의 소리 관련 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다. 개인적으로 LG전자와는 오래 일했다. LG전자의 가전제품은 매우 소음이 적다고 자부한다. 이 부분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고 국내 기업들의 강점이다. 현대차도 저소음화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한국 산업계가 중국에 자주 추격당하는데, 감성적인 측면에서 앞서 나가는 게 중요하다. 소리는 섬세함과 디테일이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소리를 통해 제품의 부가 가치를 키울 수 있다."

세계적인 소리 비즈니스 강국은.
"덴마크다. 인구가 약 580만 명밖에 안 되지만, 초고성능을 필요로 하는 보청기의 세계 5대 브랜드가 모두 덴마크에 있다. GN그룹·와이덱스 등의 제품은 작은 보청기 한 대가 1000만원은 기본이다. 덴마크는 세계 보청기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다. 삼성이 인수한 오디오 브랜드 하만의 경우에도 핵심 리서치센터는 덴마크에 있다. 고급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B&O) 본사도 덴마크에 있다. 덴마크의 주요 소리 비즈니스 기업의 역사는 100년을 넘으며, 그만큼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소리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는.
"소리는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부가 가치를 높여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나름대로 소리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소리의 사회적 의미는 그 사람이 처한 시대정신과 풍조, 교육 환경에 의해서도 많이 좌우되지만, 듣는 즐거움과 듣기 싫은 소리에 대한 배척감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 사업의 연속성과 발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CEO라면 소비자 대다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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