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60%' 독점 뻔한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뛰어든 현대重, 입찰 자격 놓고 '시끌'

조선비즈
  • 정민하 기자
    입력 2020.11.13 06:00

    현대중공업이 매각 본입찰을 앞둔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인수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입찰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중대형 굴삭기 시장에서 약 20%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이 시장 1위(점유율 40%)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독과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경우 이같은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독점규제·공정거래 법률’에 따라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독점으로 간주하는데,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독점을 유발할 수 있는 기업결합은 허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80톤급 굴착기.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강점을 가진 중대형 굴삭기가 아니라 국내 건설기계 시장으로 봐도 양사의 점유율 합계는 50%가 넘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 1위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의 건설기계 부문 계열사 현대건설기계(267270), 볼보가 국내 시장을 30% 정도씩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성공하면 현대중공업은 사실상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셈"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벌써 곡소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해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면 제품 가격 인상이나 부품 단가 ‘후려치기(인하)’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단가 후려치기가 일어나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이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해 독점력이 커지면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5월 건설장비 부품의 납품가격을 낮추려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빼돌렸다가 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적 있다.

    독과점 시장이 형성됐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과거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인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업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허용했고, 현대·기아차는 2000년 이후 70% 안팎의 내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현대·기아차가 합병 이후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고 국내 자동차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체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낮추는 CR(Cost Reduction·비용 절감)도 빈번히 일어났다.

    올해 초 배달업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인수 합병 논란이 불거지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98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할 때 별개 체제를 하겠다고 했지만 독과점 체제가 형성돼 가격 인상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업결합을 통해 독과점 시장이 형성되면 당연히 야기될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현대건설기계 울산공장 전경. /현대건설기계 제공
    현대중공업 측은 업계의 독과점 우려에 대해 "건설장비는 수입에 제한이 없어 가격 결정권이 수요자에게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소형건설기계는 오히려 일본 등 수입산이 대부분"이라면서 "글로벌 탑티어 업체보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기업결합 심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공정위의 행보를 볼 때 예외조항을 적용해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결합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난 40년간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불허한 사례는 9건뿐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나오는 효율이 경쟁 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크거나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로, 기업결합을 하지 않으면 생산설비 등이 더는 활용되기 어려울 때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인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이 합쳐지면 건설기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결국 다수의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경쟁시장에서 서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한국 건설기계 산업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어떤 시장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법적으론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엄밀히 따지면 애초에 인수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면서 "기업결합을 심사할 때 소비자나 구조조정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보다 촘촘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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