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요금제 개편으로 둔갑한 전기료 인상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20.11.12 16:33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11일 여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더이상 우리나라도 미래 지향적인 전기요금 체계 도입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언급한 미래 지향적 전기요금 체계가 무엇인지는 국책 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발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원은 한전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에 총괄원가를 모두 회수할 수 있는 명확한 요금조정 원칙, 연료비 연동제 도입, 기후환경요금 분리부과가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떤 이유로 ‘미래 지향적’이라는 단어가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한전이 정부, 국책연구원과 함께 마련하고 있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은 전기요금 인상안이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연구원이 제안하고 한전이 이를 개편안에 반영하는 모양새로 추진되는 세 가지 방안 모두 실행된다면 가계가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지적한 대로 한전은 현행 전기요금 수준으로는 전력 생산·판매에 드는 모든 비용을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이 총괄원가를 모두 회수할 수 있는 요금제 원칙이 마련되면 전기 소비자가 부담하는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되는 경우에도 전기요금은 인상될 여지가 더 크다. 지금은 국제 유가가 뚝 떨어져 발전 비용도 낮아진 상태지만,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된 후 유가가 오르면 이에 따라 전기요금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전은 기본요금에 전력사용량만큼 늘어나는 추가 요금을 내는 현행 요금제에 기후환경요금을 더한다는 방침이다. 발전 단가가 싼 원자력 발전이나 석탄화력발전 대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인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이 역시 가계의 전기료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는 발전 단가가 높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무리하게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한전의 실적이 악화되고 해외 주주들의 압박이 이어지자 떠밀리듯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했다. 그런데 당초보다 계획이 미뤄지더니 ‘전기요금 인상안’은 어느새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바뀌었다.

    앞서 "두부(전기)가 콩(발전 원가)보다 싸졌다" "전기료가 싸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언급했던 김종갑 사장 역시 ‘전기요금 인상안’을 ‘미래 지향적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라며 말을 바꿨다.

    당장은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국민의 눈을 가릴 수 있지만, 조만간 집집마다, 또 기업들도 날아든 전기요금 고지서를 통해 이 눈속임은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지금이라도 전기요금 인상이 왜 필요한지 그 배경을 국민에 상세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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