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20만 공무원에 '국회의원 갑질' 보여준 김태년 욕설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20.11.10 11:01 | 수정 2020.11.11 18:05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 해."

    지난 6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를 마친 뒤,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소리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화가 났는지 ‘X자식들’이라는 욕설까지 내뱉었다. 이어 "항명이야, 항명"이라며 혼잣말을 했다. 김 대표 측은 국토교통부 차관에 대한 욕설 논란에 대해 "국토부 차관을 대상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태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적정성 검토 예산 때문에 벌어졌다. 지난 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을 찾아 "희망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었다. 내년엔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날 국토부는 내년 예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 검토 용역비 20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김 대표의 욕설 사실이 알려지자 국토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여당의 원내대표라지만, 한 부처의 차관에 대해서 욕설을 하는 것은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국토부 과장급 공무원은 "내 업무와 역할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지시에 대한 이행, 불이행 여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욕은 정말 아닌 것 같다"며 "X자식들이라는 말에 국토부 뿐만 아니라, 공무원이라면 모두 모욕적으로 느꼈을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의 욕설은 신참급인 사무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세종시에 있는 한 중앙부처의 사무관은 "차관도 저런 대접을 받는데, 나중에 과장, 국장, 실장으로 올라가더라도 비전이 안보인다"며 "국회의원 갑질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느꼈다"고 했다.

    김 대표의 ‘X자식’ 논란과 함께, 2년 전 일화가 생각났다. 2018년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을 향해 ‘미친X’ 발언을 해 12만 경찰의 분노를 샀다. 당시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성실히 근무하는 경찰 전체를 능욕한 명예훼손이자 공권력을 폄하하는 망언"이라며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막말과 혐오 발언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한국당의 모습이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여론을 직시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경찰 수는 약 12만명이지만, 공무원 수는 119만5051명으로 약 10배 많다.

    장 의원은 결국 "경찰을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과했다. 민주당의 논리로 보면, 김 대표의 발언은 성실히 근무하는 공무원 전체를 능욕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막말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민주당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여론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은 국회의원의 종업원이 아니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동되고, 뜻대로 안된다고 욕하고 버리는 하수인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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