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실 파헤칠 '캠코더'를 공개하라

조선비즈
  • 심민관 기자
    입력 2020.11.10 06:00

    "자진월북이라뇨? 그건 동생을 두번 죽이는 겁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친형 이래진(55)씨는 전화 취재 중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꼭 밝히고 싶다"며 "동생을 월북자로 몰아 비판하는 댓글들을 볼 때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의 절박함과 간절함이 수화기 너머로 생생히 전해졌다.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 영해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의 피격으로 사망한지 약 50일이 흘렀다. 그동안 피격 피해자에게는 ‘월북자’라는 다른 이름이 덧씌워졌다. 정부는 피해자가 도박 빚 등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월북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 발표 중 신뢰성을 흔드는 부분이 드러났다. 피해자가 실종된 사고 선박인 무궁화10호 항해일지에 기록된 풍향은 북풍과 서풍이었지만, 해양경찰이 연평도를 방문한 야당 의원들에게 사건 브리핑을 하면서는 남동풍이라고 발표한 대목이었다.

    해경은 피해자 실종 추정시간(9월 21일 1시 35분~11시 30분)에서 한시간 이상 초과한 시간(9월 21일 13시)에 사고 해역 인근을 경비 중인 해경 경비정에서 측정한 해도(海圖)정보를 사건 브리핑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하면서 사고선박의 항해일지나 전자해도시스템(ECDIS)을 참조했다면 정확한 해도정보를 사용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해경 관계자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부분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한달 전 유족으로부터 정보공개 청구를 받았지만 지난 3일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피해자 유족이 신청한 자료는 우리 군이 확보한 사고 당시 북한군의 대화 감청파일과 시신 훼손장면을 촬영한 영상파일이었다.

    유족들은 "해경이 항해일지 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기초자료 분석도 엉망이었다"면서 "해경이 실종당시 상황을 설명할 때마다 다르고 자료를 공개해 주지 않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유족들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해경은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여러 자료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한 케이블방송 채널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써치'를 보면 1997년 비무장지대(DMZ)에서 억울하게 동료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월북자로 누명을 쓴 한 군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료를 죽인 가해자는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고인을 월북한 것으로 둔갑시켰다. 이후 가해자는 DMZ의 영웅으로 승승장구해 유력한 대통령 후보까지 된다. 그러나 23년 뒤 당시 범행 영상을 담은 캠코더가 월북자 누명을 쓰고 사망한 군인의 아들 손에 들어가면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피해자 유족들도 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실을 담은 ‘캠코더’가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고 있다. 현재 유족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진실의 캠코더는 사고 선박인 무궁화10호에 장착된 ECDIS다. ECDIS는 ‘선박의 내비게이션’로 불리는 장치로 실시간으로 풍향, 풍속, 수심, 좌표, 속력, 유향(조류 방향), 유속(조류 속도) 등 해도정보를 측정한 정보를 담고 있다.

    10일 해양수산부는 피해자 유족이 신청한 무궁화10호의 ECDIS 데이터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답변을 해야 한다. 오늘 이번 사건을 규명할 진실의 캠코더가 공개되는 길이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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