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주에 로비스트 대거 고용한 中 테크…바이든 시대엔 더 복잡

입력 2020.11.09 17:19 | 수정 2020.11.09 18:07

트럼프 대통령 견제 맞서
中 테크업계, 美 로비스트 대거 고용
틱톡, 1~3분기 로비 지출 153만 달러
텐센트, 공화당 외교 거물 영입
바이든 차기 대통령 "중국이 美 기술 훔쳐가게 두면 안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시대가 열리면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미 정치권 로비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화웨이·ZTE·텐센트(위챗)·바이트댄스(틱톡) 등 중국 기술 기업들을 맹렬히 제재했다.

미국 내 로비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중국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 폭주가 이어지자, 최근 1~2년간 ‘K 스트리트(로비 회사가 몰려 있는 워싱턴 DC 거리)’ 로비스트들을 대거 고용했다.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워싱턴 로비스트들이 중국 ‘큰손 고객’을 얻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바이든 당선인도 중국의 기술 패권 야심에 경계심이 크다. 그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인 3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왜 미국이 다시 이끌어야만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 마음대로 하게 두면, 중국은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계속 훔쳐갈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의회에서도 민주·공화 가리지 않고 ‘중국 기술 회사들이 미국인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공산당에 넘긴다’는 인식히 팽배하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46대 대통령 당선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시절인 2011년 8월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당시 중국 국가 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 신화사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 기술 회사들을 어떻게 대할지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크다. 이번 대선 후 미 정치 권력 지형은 더 복잡해졌다. 대선에선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연방 상원은 공화당이 내년 1월 조지아주 결선 투표를 거쳐 다수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퇴출 압박을 헤쳐나가기 위해 양당 인맥을 갖춘 로비 회사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상 공유 앱 틱톡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3분기(7~9월) 로비 자금으로 73만 달러(약 8억 원)를 썼다. 바이트댄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 정치권 로비를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 내 틱톡 사용 금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미 의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트댄스는 로비스트 27명을 동원해 30만 달러를 지출했다. 3개월 동안 지난해 전체 로비 자금(27만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쓴 것이다. 올해 2분기엔 로비 지출이 50만 달러로 늘었고 3분기엔 그보다 46%를 더 늘렸다. 1~3분기 누적 로비 지출액은 153만 달러(약 17억 원)에 달한다. 현재 바이트댄스 로비스트는 4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 /중국 칭화대
그중 한 명이 트럼프 대선 캠페인 자문 출신으로 올해 1월 고용된 데이비드 어번이다. 바이트댄스는 어번의 회사 ‘아메리칸 컨티넨털 그룹’에 16만 달러를 지급했다. 바이트댄스는 그외에도 공화·민주 하원 지도부의 보좌관들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현재 바이트댄스는 미국에서 틱톡 앱을 새로 내려받는 것을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놓고 법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6일 미국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 시민과 바이트댄스 간 거래를 45일 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트댄스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말 펜실베이니아주 연방법원 판사가 바이트댄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 이달 12일 발효될 예정이던 틱톡 금지는 보류됐다.

이와 별도로 틱톡은 미국 기술 기업 오라클, 유통 기업 월마트에 틱톡의 미국 사업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4일 바이트댄스에 미국 자산을 90일 안에 매각하라는 내용의 또 다른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 역시 이달 12일 발효될 예정이다. 오라클과 월마트가 틱톡 미국 사업 지분을 각각 12.5%, 7.5% 인수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아직 협상이 최종 타결되지 않았다. 지분 매각 협상이 완료되더라도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틱톡은 행정부와 의회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하원에선 일부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미 연방통상위원회와 법무부는 틱톡이 미국인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중국으로 보낸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바이트댄스는 미국 데이터는 미국과 싱가포르에 보관된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에 반박했다.

중국 텐센트의 소셜미디어 앱 위챗(WeChat).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도 최근 로비스트를 잇딴 영입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위챗 금지령에 맞섰다. 텐센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8월 6일 틱톡과 함께 텐센트의 소셜미디어·결제 앱 위챗(중국명 웨이신)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 로펌 PWRW&G의 전·현직 파트너를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미국 내 위챗 사용자는 19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챗과 틱톡 금지 행정명령을 내릴 당시 "두 앱이 중국공산당에 미국인의 개인정보 접근을 허용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한다"고 했다.

텐센트는 이어 공화당 외교 거물인 에드 로이스를 고용했다. 로이스와 그가 몸담고 있는 ‘브라운스타인 하얏트 파버 슈렉’이란 회사의 로비스트 5명이 텐센트와 계약을 맺은 게 9월 공개됐다. 로이스는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27년간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을 지내며 2013~2019년엔 하원 외교위원장을 맡았다. 로이스는 의원 재임 시절 대중 강경론을 폈으나, 민간인으로 돌아가선 중국 기업을 대변하게 됐다. 텐센트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항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중국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 /중국 신화사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는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자랑하던 마이클 에스포시토를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그의 회사 ‘페더럴 애드보케이츠’와 계약을 맺고 약 160만 달러를 지급했다. 2018년 워싱턴 로비 활동을 접다시피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당시 화웨이는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부품을 팔지 못하게 한 상무부 조치를 뒤집으려고 했다. 에스포시토는 스스로를 트럼프 재선을 위한 공동 선거자금 모집 위원회 ‘트럼프 빅토리’의 일원이라 밝혔다. 의회에 로비 활동 내역을 보고하며 로비 대상이 백악관과 상무부라 밝혔다.

그러나 화웨이는 지난해 12월 에스포시토 회사와의 계약을 중단했다. 그가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가 과장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앞서 11월 워싱턴포스트는 에스포시토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인맥을 부풀렸으며 연방수사국(FBI)이 사기 혐의로 그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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