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돈의 중국 마케팅 (109) 줄임말로 읽는 중국 <6>

조선비즈
  • 오강돈
    입력 2020.11.10 10:00

    예부터 우주·자연·사람 등을 논할 때 ‘5’를 자주 등장시켜 설명하는 한편
    ‘2’는 대개 ‘량∙양(两)으로’ 표현… ‘양회(两会)’·‘양광(两广)’ 등

    거대한 소비시장 중국을 웬만큼 활용하려면 중국 소비자를 내수시장 분석하듯이 알아야 할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와 시장이 쓰는 ‘말’ 문화는 당연히 시사점이 있다. ‘말'은 사회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글로벌 기업들과 본토 기업들은 ‘말’ 문화도 중국 마케팅에 이용한다.

    여러 나라들과 같이 중국에서도 ‘줄임말’을 써온 전통은 오래 되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사람들이 자판(键盘∙건반)을 사용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줄임말 사용은 더욱 많아졌다. 먼저 글에서는 중국 사람들이 사용해온 ‘줄임말’ 즉 축약어를 정의하고, ‘숫자와 함께 말을 줄여 쓴‘ 것 가운데 ‘3강(三纲), 3국(三国), 3민(三民), 3농(三农), 3정(三整), 3개(三个)대표, 3지(三支)1부, 3불(三不)화법, 3통(三通), 3고(三高), 3급(三急), 3공(三公)소비, 3통(三通)2플랫폼, 3증(三证)합일, 3포(三包), 3무(三无)산품, 3폐(三废), 3케이당(三K党), 3복(三伏), 3협(三峡), 3대(三大)경관, 3보(三宝), 3화주(三花酒)’ 등등의 말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살펴 보았다. 이런 말의 용법은 내용을 아예 모를 경우 자칫 암호와 같이 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알아 두면 도움이 되겠다.

    중국말에서 비슷한 용례를 찾으면 부지기수이겠지만 이번에는 ‘5와 2가 들어간 줄임말’을 몇개 골라 소개한다. 이러한 것에는 공식적인 ‘말'도 있고, 그야말로 ‘시정(市井)의 한담’도 있다. 줄임말의 용례들을 통해 중국 시장과 소비자를 가늠하고 읽어 본다.

    5향 족발(五香猪蹄∙오향 저제).
    중국인들은 고래로 우주, 자연, 사람 등을 논할 때 ‘5’를 자주 등장시켜 설명했다. ‘5행(五行)’은 우주 만물을 이루는 목, 화, 토, 금, 수의 다섯이다. ‘5색(五色)’, ‘5방(五方)’이 이것에 관련이 있다. 세상사를 ‘5가지로 한정하여 표현하는’ 중국 사람들의 태도는 이것에서 비롯된 바 크다.

    중의학에서는 사람에게 ‘5체(五体)’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다섯가지는 근(筋), 맥혈(脉血), 육(肉), 피모(皮毛), 골수(骨髓)이다. 또 다섯가지 장기 즉 ‘5장(五脏)’이 ‘5체’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간(肝)과 근(筋), 심장(心)과 맥혈(脉), 폐(肺)와 피모(皮), 비장(脾)과 육(肉), 신장(肾)과 골수(骨)가 각각 짝을 이룬다. ‘5체(五体)’의 다른 의미로 머리와 네개의 팔다리를 뜻하기도 한다.

    중의학에서 다섯가지 감각기관 즉 ‘5관(五官)’은 눈, 입, 귀, 코, 혀이고, 관상에서 ‘5관(五官)’은 눈, 입, 귀, 코, 눈썹으로 하나가 다르다. 사람의 체질은 ‘5태인(五态人)’으로 나누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에 더하여 음양화평인(阴阳和平人)이 있다.

    유교에서는 사람의 도리를 ‘5륜(五伦)’으로 설명했다. 아버지와 아들, 임금과 신하, 부부, 어른과 젊은이, 친구 사이의 다섯가지 관계이다. 한자를 쓰는 ‘5체(五体) 서법(书法)’은 전(篆), 예(隶·隸), 해(楷), 행(行), 초(草)의 다섯가지이다.

    5향 가루(五香粉). 대만 조미양념 식품회사(小磨坊·소마방) 제품.
    오랫동안 사람들은 곡식을 중심으로 생명을 유지했다. 한국의 ‘5곡(五穀)’과 중국의 ‘5곡(五谷)’은 쌀(稻·도), 보리(麦·맥), 콩(菽·숙), 조(粟·속 또는 稷·직), 기장(黍·서)으로 같다. 그런데 쌀은 뒤에 남쪽으로부터 도래하였고, 더군다나 옛 중국의 중심인 중원에서는 늘상 쌀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쌀 대신에 삼(麻·마)이 포함된 5곡이었다고 전한다. 옛 중국에서는 기근 등 시기에 삼 종자가 식용이었기에 당시 곡식 범주 5곡에 든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 사람들도 잘 아는 중국술 ‘5량액(五粮液∙우량예)’도 다섯 가지 곡식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5곡’과 달리 ‘5량액’은 수수(高粱∙고량), 찹쌀(糯米∙나미), 쌀(大米∙대미), 옥수수(玉米∙옥미), 밀(小麦∙소맥) 의 다섯 곡식이 재료이다. 사천성 이빈(宜宾)시에 수백년 역사의 5량액 양조장이 있다.

    나라마다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5미(五味)’라 하면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인의 ‘5미(五味)’는 다음과 같다. 단(甜·첨 또는 甘·감), 짠(咸·함), 신(酸·산), 쓴(苦·고) 맛에 매운(辣·랄 또는 辛·신) 맛이 들어간다. ‘5미자(五味子)’는 그 과육에 달고 짜고 신맛이, 그 씨에는 짜고 쓰고 매운맛이 모두 있다하여 이름지어졌다. 5미자는 중국의 동북지방에서 많이 난다.

    한국 사람들이 들어본 중국 육류음식 ‘5향 장육(五香酱肉)’의 중국식 ‘5향’은 계피(桂皮), 산초(山椒), 회향(茴香), 팔각(八角), 정향(丁香)의 다섯 가지 향신료이다. 중국의 5향장육은 강소성 방식과 산동성 방식이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5향장육 약식 조리법에는 계피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5향’은 향신료이자 중약재이다. 약과 음식은 같은 근원이라는 약식동원(药食同源)의 고대 중국사람 생각을 ‘5향’이 대표한다.

    그리고 ‘5향'은 향신료이면서 중국 음식 맛내기의 근간이다. 중국인들은 ‘5향'의 역사가 이천년이 넘었다고 믿는다. 사실 ‘5향'이라고 이름 지어진 중국 음식이라고 하더라도 다섯가지를 훌쩍 넘는 향신료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5향'의 배합 방식과 지역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사천성등 내륙과 북방에서는 매운 맛의 기본인 산초열매를 많이 써서 매운 맛을 더 낸다. 현대 대만 음식을 특징짓는 대표적인 맛 중의 하나인 로미(卤味·滷味)도 ‘5향’과 간장이 어우러진 것이다. 국공내전의 패퇴 이후 대만으로 건너간 대륙 요리사들이 ‘5향'의 다양성을 더했다고 한다. 대만의 조미 양념 식품 회사들은 ‘5향 가루' 연구 개발에 매진한다.

    5량액(五粮液∙우량예)은 수수(高粱∙고량), 찹쌀(糯米∙나미), 쌀(大米∙대미), 옥수수(玉米∙옥미), 밀(小麦∙소맥)의 다섯 가지 곡식으로 만든다. 사천성 이빈(宜宾)시에는 수백년 역사의 양조장에 관광객을 위해 꾸며 놓은 장소가 있다.
    중국인들이 대대로 생각한 다섯 가지 과일은 그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의 기록에 따른 ‘5과(五果)’는 대추(枣∙조), 복숭아(桃∙도), 자두(李∙리), 살구(杏∙행), 밤(栗∙률)의 다섯 가지로 모아진다. 중국의 전통적 다섯가지 나물은 부추(韭∙구), 아욱(葵∙규), 파(葱∙총), 해백(薤∙해), 콩잎(藿∙곽)의 ‘5채(五菜)’이다. 다섯 가지 집짐승은 소, 개, 돼지, 닭, 양의 ‘5축(五畜)’으로 한국과 중국이 같다.

    중원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다섯곳 명산은 ‘5악(五岳)’이다. 동악은 태산(泰山), 서악은 화산(华山), 남악은 형산(衡山), 북악은 항산(恒山), 중악은 숭산(嵩山)이다. 중국인들은 ‘5진산(五镇山)’으로 명산을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5금(五金)’은 금, 은, 동, 주석, 철의 다섯가지 금속을 이름과 동시에, 중국어로 모든 금속 쇠붙이의 총칭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에서 철물점은 ‘5금점(五金店)’이다.

    ‘숫자와 함께 말을 줄여 쓰는‘ 중국어의 용법에서 ‘2’는 대개 ‘량∙양(两)으로’ 표현된다. 한국어에도 ‘양반’이라는 말 등이 있다. 중국의 유명한 ‘양회(两会)’는 최대 연례 정치 행사 두개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이른바 통일전선 조직인 ‘인민 정치 협상 회의(정협)’와 의회격인 ‘전국 인민 대표 대회(인대)’의 두개 행사가 동시에 치러진다. 중국 사람들은 광동성과 이웃한 광서성을 묶어 ‘양광(两广)’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식의 용례가 흔하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GM∙CJ의 국내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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