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친환경 정책'에 태양광 업계 화색
美 국내 태양광 셀 수출 90% 차지…"수출 성장 기대"
LG·SK 배터리 소송은 여전히 '안갯속'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국내 태양광·배터리 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차 보급 확산을 골자로 한 친환경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태양광 셀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주력 시장인 데다 세계 2위 규모의 전기차 시장이다.

미국 뉴햄프셔주 주택에 설치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

사실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었더라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모두 미 경제 재건과 제조업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미국으로 제조 공장 이전과 공급망 탈(脫)중국 기조가 이어지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대선 결과를 주시했던 이유는 두 후보가 세부적인 공약에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가스 등 전통 에너지 산업 지원과 대규모 교통·통신 기반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바이든 후보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확대와 관련 인프라에 2조달러를 투입해 2035년까지 전력 생산에서 실질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미국 전역에 태양광 패널 5억개, 풍력터빈 6만개를 설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전개하는 한화솔루션과 LG전자(066570), 수소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효성(004800)그룹 계열사, 수소연료전지를 만드는 두산퓨얼셀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바이든 당선을 계기로 수출과 해외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기후대응에 소극적인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주정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태양광·풍력 사업을 키우던 중이었는데, 친환경 정책을 강조한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미국의 올해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약 20GW로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풍력 연간 설치량도 약 10GW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앞으로 신규 태양광·풍력 수요는 지금의 3~5배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국내 태양광 업계에 호재다. 올 상반기 기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인 한화큐셀의 미국 주거용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22%, 상업용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21.5%로 둘 다 1위다. 한화큐셀은 미 조지아주에 연 1.6GW 규모의 모듈 공장을 세우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계열인 현대에너지솔루션과 중견기업 신성이엔지(011930)도 미국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배터리 산업도 바이든 당선에 들썩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소 50만개 신설, 전기차 구매 세제 혜택 확대, 철도시스템 전기화, 에너지효율주택 150만호 신축 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미국의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관련 기업들도 덩달아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향후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3사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포스코케미칼, SKC(011790)등도 이런 기조에 맞춰 생산량을 확대하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의 미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준공 현장

다만,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다음달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판결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ITC가 최종판결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줄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품·소재를 미국에 들여올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없어 사실상 미국 사업을 접어야 한다.

앞서 미국 언론은 이번 분쟁이 미국 일자리에 영향을 주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ITC가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패소 판결을 내리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소송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바이든 후보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바이든이 전기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 내 일자리를 생각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이번 대선 결과를 둘러싼 국내 정유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애초 정유업계는 그 어느 후보도 정유·석유화학 업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석유·가스 산업을 키우겠다고 했지만 이런 정책이 석유 수요 회복이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미 셰일산업을 키워 미국산 원유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중동산 원유와의 경쟁이 심화돼 유가는 계속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바이든 당선으로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줄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해소되고, 유가가 상승할 것이란 논리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도 수요 회복이 뒷받침해야만 의미가 있고, 지금처럼 석유 수요가 부진하면 사업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정유업계는 미 대선 결과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져서 석유 수요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