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트럼프 실정에도 경합주서 고전
상원 장악 실패…하원은 오히려 의석 줄어
左클릭 공약 반감… '공존' 메시지 공감 못얻어
민주당 중도파들 의원들, 낸시 펠로시 교체 주장
올해 미국 대선으로 민주당은 정권 탈환이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경합주에서 예상 밖 고전을 한데다 상원 장악에 실패하고 하원은 오히려 의석이 줄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미 대선 개표가 90% 이상 끝난 지역 가운데 민주당은 승리를 기대했던 플로리다와 텍사스에서 패배 했다. 의회 선거 성적도 좋지 않다. 상원은 민주당이 공화당 의석 3~4석을 뺏어 다수당 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확보한 건 1석 뿐이다. 하원은 다수당은 지켰으나 오히려 의석이 최소 5~6석 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의 의회 협상력 약화로 이어져,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차질을 줄 전망이다. 바이든이 공약한 대기업, 고소득층 대상 증세안이나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은 대부분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기는 커녕 다수당인 하원에서도 의석이 줄면서 여야 의견이 엇갈리는 법안의 경우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텍사스와 플로리다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하게 타격을 입은 곳이다. 텍사스는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1위이고 플로리다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3위다. 때문에 코로나 대응에 실패한 트럼프 행정부 심판론이 거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바이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플로리다에선 바이든이 3.4%포인트 차로 패배했는데,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1.2%포인트 차로 진 것보다 오히려 표 차이가 확대됐다.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에서는 5.8%포인트 차로 뒤쳐져 4년 전보다는 격차가 축소 됐다.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며 보수층 유권자가 결집한 영향도 있지만 민주당이 내건 좌(左) 클릭 공약들이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데 별 효과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강조한 부의 재분배, 인종 불평등 해소, 기후 변화 대응 같은 '공존'에 무게 중심을 둔 공약들이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며 살림살이가 빡빡해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자국 보호주의적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 하는 유권자들이 늘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지역들은 그가 취임한 2017년 이후 올해 4월 기준으로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 이전 5년에 비해 대폭 확대 된 곳들이다.
텍사스나 펜실베이니아에선 민주당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이 득표에 마이너스가 됐다. 이들 지역 유권자들은 대부분 석유·가스 산업으로 먹고 산다. 민주당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목표로 100% 청정 에너지 경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 지역에 경제적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며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라틴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크게 올라 갔다는 점도 민주당이 긴장하는 부분이다. 이들 가운데 공산당 정권에 대한 반감이 큰 사람들이 적지 않아 트럼프 행정부의 쿠바, 베네수엘라 강경 제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벌써부터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더힐은 온건주의 성향의 민주당 하원의원 2명이 당내 중도주의 세력과 함께 하원의장을 하킴 제프리스 하원의원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제프리스는 당내 그 누구보다 진보 세력과 중도파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한다. 낸시 펠로시와 다르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패인이 무엇인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사회주의자 집단이라는 공화당의 메시지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의견과 단순히 코로나 여파로 대중 집회를 가상 이벤트로 대체해 유권자들을 덜 만나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추가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 민심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