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바이든 시대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협정이 다시 재가동될 것이다."

제임스 김(James Kim·사진)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통상 분야를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약화된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多者)간 협력체제가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봤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2020 글로벌경제·투자포럼’에서 제임스 김(James Kim·사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계속 참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트럼프 행정부 기간내 거론되지 않았던 TPP가 다시 거론되며 재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첫날 파리협정에 다시 가입했다고 공약했다.

TPP는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 12국이 참여한 초대형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다.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 이행하는 파리협정(세계기후변화협정)도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취임 직후 TPP와 파리협정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내심이 필요한 다자주의보다는 중국을 직접 때리는 방식으로 접근 방식을 바꿨다. 이는 최근 미국의 화웨이·틱톡 직접 제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탈퇴 후 남은 국가들은 일본과 호주 주도로 현재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체결했다. 미국이 주장하던 지적재산권, 투자, 서비스, 정부조달, 환경, 투명성 분야의 22개 사항은 빠졌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미국은 한국에 TPP 참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한국은 CPTPP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논의를 주도하던 미국이 빠졌기 때문이다. 또 CPTPP에 참여할 경우 한·일 FTA를 새로 체결하는 효과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국내 제조업 분야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수출경쟁력 점검과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1000대 제조업 수출 상품군 중 품질경쟁력이 우위로 분석된 상품군은 156개로 301개를 보유한 일본의 51.8%에 불과했다.

미국이 복귀할 경우 TPP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교역의 2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FTA가 된다. 이 때문에 과거 TPP 논의 과정에서 농수산물 등 국내 일부 산업 분야에서는 TPP 참여를 바라는 목소리도 컸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한미 관계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처럼 ‘이것을 안하면 주한미군을 빼겠다’ 이런 식은 아닐 것"이라며 "인센티브를 통해 한국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하겠지만 채찍이나 매를 들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제재 과정에서 한국 등 제3국의 교역을 직접 압박한 방식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 측은) 테크 산업에 있어서 중국의 화웨이를 다른 국가들이 쓰는 것에 있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식의 강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지금보다는 분위기가 좋아지겠지만 오바마 행정부처럼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미국 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들이 이미 너무 많이 진행됐다. 이것들을 다시 돌리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의 아시아 회귀 정책도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인도·태평양전략과 핵심적인 아이디어가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많다"면서 "오바마 행정부 때에 계획했던 것들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빠르고 대담하게 진행됐을 뿐이고, 민주당 진영에서도 방향 자체에 대해 문제를 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