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아팠구나 나도 죽을만큼 괴로웠어"… 정신적 고통 겪는 아토피·건선 등 피부병 환자들

조선비즈
  • 장윤서 기자
    입력 2020.11.04 17:00

    피부 환자 조사 결과 정신질환 발생 위험 커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질병인식 개선 필요

    지난 12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제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그만하고 싶다. 피부 가려움·진물보다 더 괴로운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알려진 '건선'으로 고통받는 한 환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린 글의 일부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이 주로 방문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피부 병변으로 인해 대인 관계, 학교생활도 원만하게 할 수 없어 우울하다"라는 글이 실려있다. 국민 사랑을 받았던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씨 역시 지병인 아토피, 햇빛알레르기 등 피부질환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힘들어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를 공감하는 환우들의 공감 댓글도 쏟아지고 있다. 박지선씨의 사망 소식에 "나도 피부질환으로 너무 괴로웠다"는 공감글이 올라왔다.

    만성 질환이자, 대표적 난치성 피부 질환인 아토피·건선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피부로 인한 고통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정신적인 괴로움"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국내에서 아토피, 건선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연간 약 111만여명에 달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아토피 환자수는 95만3361명, 건선 환자 수는 16만353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질병과 달리 피부는 눈에 보여지는 질환이다보니 학교나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이 대인관계·사회적 차별 등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왕왕 있다. 실제 건선과 아토피 등 난치성 피부질환 환자는 불안장애, 우울증, 신경증성 장애 등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 보다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이지현 교수, 방철환 임상강사와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이석준 교수, 윤재웅 연구원은 2002년~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바탕으로 건선과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환자 1만2762명을 조사했다. 정신질환은 우울증, 불안장애, 급성 스트레스 반응, 신체형 장애, 신경증성 장애, 비기질성 수면장애로 분류했다.

    연구 결과, 건선 환자는 건선을 진단 받지 않은 정상인 집단에 비해 급성 스트레스 반응(1.25배)을 제외한 나머지 정신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불안장애가 2.92배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신경증성 장애 2.66배, 신체형 장애 2.62배, 비기질성 수면장애 2.58배 순으로 나타났다.

    아토피 역시 마찬가지다. 아토피가 심한 환자 10명 중 1명은 우울증·불안·수면장애 등 정신질환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아토피와 정신질환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아토피 진료 환자 정신질환 유병률은 9.6%였다. 유병률을 질환별로 보면 불안 3.40%, 우울증 2.47%, 수면장애 2.20%, ADHD 0.56% 등이었다.

    건선은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 등의 피부에 좁쌀 같은 붉은 색을 띠는 발진이 생긴 뒤 그 위에 하얀 피부 각질이 덮이는 피부질환이다. 전염되진 않지만 치료가 어려워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무릎이나 팔꿈치처럼 돌출된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는데 빨간 반점에 각질이 덮인 모양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심하면 한꺼번에 온 몸으로 번지기도 한다. 병변을 보고 전염병으로 오해받기 쉬워 건선 환자들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

    정기헌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피부에만 국한되는 피부질환이 아니라 관절염, 만성 장질환 등 면역과 관련된 전신질환과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올바르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증상 완화는 물론 재발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하여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아토피는 ‘이상한’ 또는 ‘부적절한’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가 어원으로 음식 또는 흡입성 물질에 대한 비정상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 아토피 피부염은 가려움증과 피부 건조증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백유상 고려대구로병원 "아토피 환자가 가려워서 긁게 되면 습진성 병변이 악화되는데 이러한 병변이 더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소년과 성인에서는 태선화(피부가 두꺼워지는 피부변화) 또는 양진(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의 구진)이 흔하며 일부 성인 환자에서는 얼굴, 손, 유두주변에만 피부염이 국한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질병은 최근 효과적 약물 개발 등으로 전문의 처방에 따라 치료 및 관리만 꾸준히 하면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다만 피부 질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고, 육안으로 볼 때 편견을 유발할 수 있어 사회활동이 왕성한 20~40대 환자의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

    김성기 건선협회 회장은 "중증의 건선 질환으로 고통받는 경우 우울증 발병, 자살 시도가 암보다 더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질병이 지속되다보면 정신적 고통도 비례해 증가한다"면서 "한창 사회활동이 왕성하거나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20대 젊은층의 경우 사회적 편견, 질병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더 크게 받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의 따뜻한 시선 및 질병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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