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트' 사업 본격화에 '상도의 어긋난다' 지적
'편의점 배달 대행하며 얻은 데이터 활용한다'는 의혹도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경쟁자로.'
배달 플랫폼 업체 요기요가 창고형 편의점 사업인 '요마트' 사업을 본격화하자 국내 편의점 업체들이 뿔이 났다. 편의점들은 배달 서비스 수요 증가에 맞춰 요기요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협력 체계를 구축했는데, 요기요의 편의점 사업 진출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주장한다.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스토어스 코리아는 지난 9월 서울 강남에 요마트 1호점을 내고 운영에 들어갔다. 요마트는 강남 지역 3km 안에 위치한 배달지로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30분 내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마트에서 판매하는 품목은 대부분 편의점 판매 품목과 겹친다. 현재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지만, 점차 서비스 지역을 늘려갈 방침이다.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해당 지역에서 충분한 테스트 기간을 거친 뒤 순차적으로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요기요가 편의점 업체들의 배달 주문을 대행하면서 얻은 정보를 활용해 사업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의 배달 서비스를 선호하는지, 특정 제품의 1일 수요는 어느 정도인지 등 사업 준비에 필요한 정보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지난 9월 요기요의 요마트 사업 개시와 관련해 "요기요는 GS25,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고객 정보와 배달 상품 종류 등 방대한 정보를 서버에 축적했다"며 "요마트를 론칭하는 과정에서 이 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이 있어 관계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요마트 측은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 요마트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스토어스 코리아는 법인이 달라 정보 공유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요기요를 통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편의점은 중요한 파트너로 앞으로도 계속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요마트 측의 해명에도 편의점들은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직접적으로 편의점 판매 정보 등 빅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더라도, 담당자 교체 등 인사 전환 등의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내 1위 배달 플랫폼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편의점 배달 서비스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런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다. 배달의민족은 요마트와 유사한 'B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 측이 '요마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편의점과의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 전에 한 번 더 숙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요마트 측은 "일부 품목이 편의점과 겹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편의점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제품으로 판매 품목을 확대해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적시에 빠르게 공급하는 게 우리의 방향"이라고 했다.
편의점들은 요마트의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지적하며, 요기요와의 협약을 파기하기보다는 '배달 플랫폼 다양화'라는 우회로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CU는 지난 2일 위메프의 배달 서비스인 '위메프오'와 협업에 나섰다. 이어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배달 네트워크 '제로배달유니온'에 선정된 배달앱 '띵동'으로도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다. GS25는 아예 자체적으로 도보 배달 서비스인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