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 받은 국산 신약이 ‘0’개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국산 신약 개발 독려를 위해 2008년 마련했던 3상 조건부 허가 등 신속심사제도는 오히려 수입 업체만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의 의약품 정보 검색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10월까지 식약처로부터 허가 받은 신약은 총 27개 품목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국내 업체가 들여 와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사례는 있지만,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국산 신약은 없다. 연말까지 2개월이 남기는 했지만, 신약 허가 과정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현재까지도 국산 신약 허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신약 허가 기간은 120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해당 기간 내외로 허가가 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올해 국산 신약 허가가 없다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2018년 7월 HK이노엔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케이캡이 제30호 국산 신약에 오른 이후 국산 신약 허가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국내에선 1999년 SK케미칼의 위암 치료제 선플라가 첫 국산 신약을 허가받은 이후 꾸준히 거의 매년 국산 신약이 출시됐다. 식약처가 발간한 국내 의약품 허가보고서를 보면 2000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개 이상의 국산 신약이 나왔다. 2015년에는 5개에 달하기도 했다.

특히 정부가 국산 신약 개발 독려를 위해 도입했던 3상 임상시험 조건부 허가제도도 ‘무용지물’이다. 이 제도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현존하는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환자들에 신속한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08년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제58조’ 신설 당시 개정문 주요내용에는 "국내 개발 신약, 개량신약은 우선해 심사토록 한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3상 임상시험 조건부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전무했다. 국산 신약 개발 지원을 위해 제정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이 혜택을 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백종헌 의원실 관계자는 "같은 기간 10개 3상 임상 조건부 허가를 받은 10개는 모두 수입산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까지 최근 5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3상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3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수입산 의약품은 22개다.

국내 바이오 업체 한 관계자는 "신약이라는 게 특정 시점을 목표로 해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신약보다 제네릭 의약품 등에 치중하며 치킨게임을 진행해왔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약을 개발 해도 비슷한 치료효과를 내는 기존 신약과의 시장 경쟁에서 우위 확보를 담보할 수 없는 것도 공격적인 신약개발에 나서기 힘든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