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동산 정책과 복지 정책 그 위험한 동거

입력 2020.10.31 04:00

정부가 전세대책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전세금은 일 년 이상 쉬지 않고 오르더니 지난주에는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갑자기 시행된 임대차 3법 탓에 시장 혼란도 만만치 않다. 홍남기 부총리조차 세입자 때문에 곤경에 처했을 정도다. 시중에 전셋집은 씨가 말랐다고 한다. 대책이 필요하긴 하다.

매매시장도 여전히 불안하다. 집값의 폭등세는 일단 멈췄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직전 최고가를 넘어선 가격의 거래가 나온다. 한편에선 급매물이 있다는데 막상 찾아보면 잘 보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집값이 곧 내릴 것 같은 조짐은 아직 없다.

분명한 것은 유주택자나 무주택자나 불만이 커져만 가고 있다는 점이다. 집을 팔기도 어렵고 사기도 어렵다. 빌려주기도 어렵고 빌리기도 어렵다. 비정상 시장인 셈이다. 정부 말만 믿었다가 행동하지 못했던 수요자들만 계속 조마조마하다. 공인중개업소 창문에 붙은 가격표가 다시 오를까 봐 말이다.

정부가 그렇게 힘쓰는 데도 백약이 무효한 것은 수급 조건이 완전히 꼬여 있기 때문이다. 집값과 전세금이 오르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급 불균형 탓이다.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을 늘려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수요를 늘리는 정책과 줄이는 정책이 둘 다 존재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책 실패의 결과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정부가 욕심을 부린 것’을 꼽을 수 있다.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 중 가장 실패한 것으로 꼽히는 정책이다. 2017년 이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을 넓히고 다주택자의 대출을 줄였다. 이들이 집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율도 높였다. 수요를 줄이는 전형적인 부동산 정책이었고 그해 가을부터 어느 정도 효과도 나타났다.

하지만 곧이어 등록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내놓은 방안이 화근이 됐다. 정부는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줄여주겠다고 했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무한정 공급할 수 없으니 공공성을 갖춘 민간임대주택을 늘려 주거복지를 해보겠다는 포석이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거복지를 동시에 노린 이 정책의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등록만 하면 세금을 줄여준다니 돈 있는 사람은 너도나도 집을 하나씩 더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수요가 폭증했다는 말이다. 공공성 있는 임대주택이 늘었지만, 집값이 오른 부작용이 더 컸다. 정부는 이제 실패를 인정하고 이 제도를 없애는 중이다.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욕까지 먹어가면서 말이다.

임대차 3법도 꼭 같은 모양새다. 작년부터 전세금은 오르고 있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정부가 재건축과 대출에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며 변화가 생겼다. 투자수요를 줄이려는 정책이었는데 전세공급까지 줄며 전세금이 막 뛰기 시작했다. 이걸 잡아야 할 상황에서 역시 주거복지정책 성격의 임대차법 개정을 강행했다. 전세금이 오를 때 시행하면 안 된다고 무수히 경고했지만, 부작용에 대한 토론도 없었다. 역시 결과는 지금 보는 ‘전세 대란’이다.

물론 임대차 3법은 나쁜 법이 아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는 데도 동의한다. 하지만 시기가 잘못됐다. 부동산 정책도 번번이 실패하는 상황에서 다른 방향의 복지 정책까지 쓴 것을 ‘욕심’ 말고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까. 시장을 너무 몰라서 그랬다는 ‘무지’를 꼽을 수는 있겠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서민을 보호한다는 정부의 선의를 의심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혜택을 본 사람보다 고통을 받는 사람이 많은 정책이라면 더는 선의로 포장하기 어렵다. 지금의 결과를 놓고 보면 정부는 ‘서민 주거는 어찌 되든 옳은 일을 했다는 명분만 챙기면 그만인 것이냐’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럼 꼬일 대로 꼬여버린 전세시장 문제를 풀어낼 묘수가 있을까. 엉킨 실타래라면 적당한 곳을 골라 잘라내고 새로 잘 감을 수 있을 텐데 전세문제만큼은 그러기도 어려워 보인다. 임대등록 혜택은 돈 있는 사람들로부터 다시 거둬가는 것이니 적당히 자를 수 있었다. 임대차법은 다르다. 적당하다 싶은 곳을 잘라낼 경우 한숨을 돌리는 서민이 생기는 만큼 한숨을 쉬는 서민도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앞으로 대책을 내놓을 때는 제발 할 수 있는 한 가지만 목표로 삼길 바란다. 시장 논리로 푸는 주택 정책이 우선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다른 선의는 뒤섞지 말아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정의는 주택 시장 안정에 성공하고 나서 찾으면 될 일이다.

사실 폼 나는 정의 타령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아껴쓰고 저축하며 빠듯이 사는 서민 입장에서는 줄어드는 주거비용이 곧 선의이고 정의다. 이것을 정말 모르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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