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만난 한일 외교 국장…강제징용 문제 입장차 재확인

조선비즈
  • 손덕호 기자
    입력 2020.10.29 17:57

    한국은 "日 정부·기업이 보다 성의 있는 자세 보여야"
    일본은 "한국 대법원 판결 2년 지났는데 해결 안된 것 유감"

    한국과 일본은 29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외교 국장급 대면 협의를 하고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대(對)한국 수출 규제,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양국간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양국간 의견 차이만 재확인했다.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29일 서울 외교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나 강제징용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한일 국장급 협의가 대면 형식으로 이뤄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김 국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다시 설명하면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부당한 수출규제를 조속히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다키자키 국장은 "(대법원 판결에 의해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는 지극히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전달했다. 또 한국 측에 "일본 측이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조기에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양 국장의 서울 협의에 대해 일본에선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일본 관방 부장관이 기자회견을 열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비롯한 여러 과제를 놓고 솔직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후속 사법 절차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종전 입장을 다시 주장하면서,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2년이 지났는데도 문제 해결에 이르지 못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제징용 등 현안에 대해 입장 차이를 재확인한 수준이었는지에 대해 "그렇다"며 "양측 입장이 거의 확실하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게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법부 판결과 연결돼 있어 양국 정부 모두 운신의 폭이 좁다"고 했다. 다만 "일본에서 성의를 보이고 피해자가 만족한다면 반드시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이 이행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이 당국자는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본 측 의지가 조금 높아졌다면서 "대화를 긴밀히 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얘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실제로 자산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취할 대응조치가 정해지지는 않은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한국 정부에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이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에도 불참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국장은 다키자키 국장에게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일본 정부가 적극 호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최근 한일간 현안으로 떠오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서도 김 국장은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카다 부장관은 다키자키 국장이 오염수 방류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는 지난 6월 24일 화상으로 진행된 이후 4개월여 만으로, 대면협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 2월 6일 서울에서 이뤄진 것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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