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장소 골라서 퍼지나”… 핼러윈 앞둔 쿠폰지급 재개에 ‘따가운 시선’

조선비즈
  • 김송이 기자
    입력 2020.10.29 16:52 | 수정 2020.10.29 16:59

    "클럽은 안 되는데 맛집은 가라니…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소를 골라가며 퍼지나?"

    정부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중단했던 여행·외식 등의 할인권 지급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하자, 서울 홍대의 한 클럽 관계자가 한 말이다.

    오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서울 등 각 지자체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집단감염 우려가 큰 클럽을 대상으로 집중 방역점검에 나섰다. 클럽 등에 대해서는 엄격한 방역수칙을 적용하고 형사고발까지 검토하겠다는 엄포까지 놓는 상황에서 여행과 외식을 장려하는 할인 쿠폰 발행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모순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주요 대책현황 브리핑에서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박유미 방역통제관이 핼러윈데이 대비 유흥시설 방역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28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그동안 중단됐던 숙박·여행·외식 할인권 지원을 순차적으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현재까지 대규모 확산이 억제되고 있고 확충된 방역과 의료 역량을 통해 큰 문제 없이 대응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할인권) 재개를 결정했다"고 했다.

    당장 이번 주말을 앞두고 할인권 지원이 시작된다. 중대본은 핼러윈 하루 전인 오는 30일부터 112개 여행상품에 대해 30% 할인을 제공하는 여행할인권을 제공하고, 3회 외식 이용시 4회차에 1만원을 환급하는 외식할인지원 운동을 실시한다. 다음달 4일부터는 100만명에게 3만원 또는 4만원 상당의 숙박 할인권을 지원한다.

    문제는 할인권 지원 시기다. 여행· 외식 할인권 지원이 재개되는 시기는 각 지자체가 ‘제2의 이태원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클럽 등 유흥시설 집중 점검에 나서는 때와 겹친다. 한 쪽에서는 방역의 고삐를 쥐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여행과 외식을 장려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2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시 소재 클럽(44개소)과 감성주점(64개소), 콜라텍(45개소) 등 춤추는 유흥시설 총 153개소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작했다. 업소당 2명씩 전담 책임관리 공무원을 지정해 방역수칙을 점검하고, 방역 수칙을 위반한 클럽·주점은 그 즉시 집합 금지 명령을 내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경기도도 30일 오후 10시부터 도 내 클럽, 헌팅포차,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 고위험시설을 대상으로 각 시·군, 경찰과 심야 합동 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부산시는 식약청과 자치구·경찰·군과 합동점검반을 꾸려 30일 오후 9시부터 31일 오전 2시까지 서면 ‘젊음의 거리’ 일대 고위험 시설 등을 점검한다. 인천과 광주도 핼러윈 전후 고위험시설 점검에 나선다.

    3학년 학생 한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성동구 성수고등학교에 27일 차려진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학생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할인쿠폰 지원 결정은 방역당국이 모임 자제를 호소하던 것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중대본이 할인권 지원 재개를 밝히기 하루 전인 27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더 안전하게 겨울을 나기 위해선 이번 동절기만이라도 연말연시 모임이나 종교행사, 각종 이벤트성 모임을 최대한 소규모로 진행해달라"며 "가능하면 올해 동절기에는 각종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26)씨는 "핼로윈 때 서울시에서 클럽 등을 집중 점검하고, 업주도 자체 휴업을 한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왜 갑자기 할인권 지원을 결정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코로나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려는 뜻은 이해하지만, 그걸 굳이 왜 핼러윈을 앞두고 시작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이모(25)씨도 "할인권 지원 시기가 부적절하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클럽 등지에만 골라서 전파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부의 당부의 핼로윈 시기에 집에만 있기로 한 사람들의 공감대를 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할인권 지원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은 지난 8월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904억원 규모의 숙박, 여행, 영화, 공연, 전시, 체육 등 소비할인권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당시 서울시는 보수단체의 광복절 대규모 집회 취소를 요구했었다. 결국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나 재확산된 뒤에야 정부는 쿠폰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같은 비판을 감안해 정부는 할인권 지원 사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대본 관계자는 28일 할인권 재개를 알리며 "모든 사업은 코로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코로나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해당 사업은 언제든지 취소·연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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