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에 덩달아 관심받는 '주전(매도인이 전세사는 조건) 매매'

조선비즈
  • 연지연 기자
    입력 2020.10.29 15:14 | 수정 2020.10.29 15:29

    전세난이 심화되면서 집주인이 새 매수자와 전세 계약을 맺는 형태인 이른바 ‘주전 매매’가 최근 속속 체결되는 모양새다. 이런 계약이 진행되면 통상 집주인은 새 매수자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맺는 대신 시세에 걸맞게 주택을 매도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초·송파·강남 등 핵심지일수록 연말까지 이런 매매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뉴시스 제공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동 롯데캐슬 클래식 전용면적 84m²는 21억에 거래됐다. 집주인이 새 매수자와 전세계약을 11억원에 맺는 조건이었다. 새 매수자는 10억원의 자금만 융통하면 되는 셈이다. 서울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84m²는 최근 28억원에 거래됐는데, 역시 집주인이 전세로 계속 사는 계약 형태였다. 전세가는 17억원으로 새 매수자는 11억원의 자금으로 집을 샀다.

    최근 집주인이 새 매수자와 전세 계약을 맺으면서 집을 매도하는 ‘주전 매매’ 매도 물건이 속속 나오고 있다. 전세 가격이 높아지면 갭투자액이 작아진다는 점 때문에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시간이 지나면 집값이 더 비싸질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실거주를 염두에 두는 매수자도 종종 이런 형태의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

    서초동의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학교 진학 시기에 맞춰서 전세를 끼고 미리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최근 좀 있었다"면서 "강남 아파트는 가격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학부모들이 통상 이런 계약을 선호한다"고 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자금조달계획서 신고가 강화된 것도 이런 형태의 매매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규제지역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하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1~2억원 높게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체결하면 증빙해야 할 자금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O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원 등 수도권 외곽의 주택을 판 돈을 합해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사람들 중에는 당장 가용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다"면서 "통상 7억~10억원 수준에서 강남 아파트를 사려고 할 때 이런 계약을 찾는다"고 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이런 계약을 맺으면 매도가액을 시세에 맞춰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올해 안에 집을 매도해 높은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적용받고 싶은 집주인일수록 이런 거래를 하고싶어 한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손질되면서 10년을 보유하고 10년을 거주해야 80%의 공제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내년부터는 1가구 1주택이 된 시점부터 거주기간을 인정해준다. 현재 2주택 이상이라면 올해 안에 정리하는 편이 나을 수 있는 상황인 것.

    삼성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년 말까지 팔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에 쫓겨 팔고 싶지는 않을 때, 집주인이 집을 팔고 전세로 사는 대신 당장 필요한 매수액을 줄여주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물론 주인이 세를 안고 살던 주택을 매매하는 것은 과거부터 종종 있어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런 형태를 찾는 매도인이나 매수인이 특히 많아졌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반포래미안퍼스티지’에서 발생된 전세금 사기 사건처럼 매수자가 작심하고 차입을 과다하게 하는 경우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유리해보이는 거래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 사례의 집주인 A씨는 매수자 B씨와 전세계약을 12억5000만원에 맺고 23억원에 전용면적 59m² 주택을 매도하기로 했다. 시세보다 2억원 가량 높은 매매 계약이었다. 매매 계약과 전세계약이 동시에 진행됐고 집주인이었던 전세입자는 10억5000만원만 받았다.

    문제는 매수자가 같은날 대부업체로부터 주택담보대출 21억5000만원을 받고 해당 주택에 근저당으로 25억8000만원을 걸었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집주인이었던 A씨가 전입신고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하루 뒤부터 발생한다.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근저당 설정은 즉시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선순위가 25억8000만원의 대부업체 대출금이 되고 2순위가 전세가액 12억5000만원이 되는 셈"이라면서 "매수인이 감액등기를 하지 않고, 대출 상환을 못하면 A씨는 그 집을 10억5000만원에 매도한 셈이 되는 위험한 계약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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