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 창문마다 ‘정부정책 OUT’… 커지는 정부·업계 갈등

조선비즈
  • 고성민 기자
    입력 2020.10.29 12:00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 붉은색 표지에 ‘정부정책 OUT’이라고 적은 포스터가 유리창에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이런 포스터는 최근 영등포구뿐 아니라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양천구, 강서구 등의 공인중개업소 곳곳에 붙었다. 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소속 공인중개사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공동행동으로 내건 것이다.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구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 ‘정부정책 OUT’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다. /고성민 기자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인중개업소가 내건 포스터는 ‘부동산 가격폭등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정부는 23번의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음에도 부동산 가격을 더욱 폭등시켜 국민의 삶은 피폐해져만 가고 있다"면서 "과도한 임대차 3법 개정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이며, 공정과 형평을 벗어남은 물론 전세가 폭등과 깡통 전세의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고 적혔다.

    이어 "해마다 수만명의 공인중개사를 배출하면서 공인중개사를 말살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것으로 탁상행정의 전형이며, 정부가 정책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돼있다. 그러면서 "우리 공인중개사는 더 이상 정부의 정책실패에 따른 희생양이 될 수 없기에 100만 중개 가족의 이름으로 정부 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공인중개사들이 정부 정책을 이토록 규탄하고 나선 이유는 정부와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등의 시작은 정부가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를 발표하면서부터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1일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에는 ‘중개인 없는 부동산거래 등 19개 분야 블록체인 활용 실증’ 사업에 133억원을 투자하는 계획이 담겼다. 업계는 ‘중개인 없는 부동산거래’가 생존권 침해라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을 찾아가 집회를 여는 등 격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이후 ‘블록체인 기술로 어떤 사업이 가능한지 테스트해보는 실증사업’, ‘연구차원으로 추진되는 것일 뿐 공인중개사가 없어지는 것과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려다 슬그머니 발 뺀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가 ‘간 보기’ 후 발 뺀 것이든 기재부 자료의 요약 문구가 만든 오해이든 갈등만 만드는 결과가 됐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입법예고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가 ‘전세 낀 집’을 중개할 때 기존 세입자로부터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관련한 명확한 의사를 확인하고 매매계약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문제는 세입자가 공인중개사의 계약갱신청구권 의사 확인에 협조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자칫 공인중개사가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싼 집주인·세입자 간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지난 22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계약갱신요구권의 문제를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공인중개사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청와대는 임대차3법을 포함한 부동산시장 관련 정책의 실패를 겸허히 뒤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공인중개사들이 집값 상승의 주범이자 적폐로 몰렸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들은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거래가 활발해 중개 건수가 많아지는 것을 원하지, 집값을 올리려는 세력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법인이나 다주택자, 공인중개사 등을 집값 상승 주범으로 차례로 몰아가는데, 과연 집값 상승이 중개인 때문이냐"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