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서학개미' 걱정말고 왜 가는지부터 살펴야

조선비즈
  • 정해용 증권팀장
    입력 2020.10.29 04:00

    지난 8일(현지 시각) IBM은 내년 말까지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조직 내 ‘매니지드 인프라 서비스’사업부를 별도 상장법인으로 물적분할(Split-off)해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매니지드 인프라 서비스는 기업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운영‧관리해주는 IT서비스로 IBM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분야다.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 IBM 최고경영자(CEO)는 분사 결정에 대해 "기업의 업(業)을 재정의(redefining the company)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IBM의 주가는 전날보다 7.42달러(5.9%) 오른 131.49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물적분할 발표였지만 한국의 LG화학(051910)은 달랐다. 지난달 16일 오후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전날보다 3만9000원(5.3%) 내린 68만7000원에 장을 마쳤고 17일에는 64만5000원(6.11%)까지 하락했다. LG화학은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등 물적분할을 놓고 주주들간의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장기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한 것인데 시장이 이렇게 정반대로 움직인 것은 기업이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 때문이다. LG화학의 물적분할 소식은 증권회사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며칠 전부터 소문이 오가다 16일 오후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17일에는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분사를 확정했고 오는 12월 1일 주주총회를 거쳐 배터리 전문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만 하루도 안 돼 모든 사항을 전광석화처럼 결정해버린 것이다.

    주주(투자자)들에게 조금도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고 물적 분할을 발표해버리자 주주들은 기업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기업의 비즈니스를 이끌지 알 길이 없었고 이런 불안감이 패닉 셀(공포감에 매도)을 이끌었던 것이다.

    반면 IBM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나서 신설법인이 비즈니스 경쟁력을 구축하고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신용등급을 확보하는데 12~1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기간동안 신설법인에 투입할 자금 규모도 25억달러(약 2조8200억원)로 명확히했다. 신설법인의 매출 목표액만 공개했던 LG화학과는 대조적이다.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기업의 소통방식만은 아니다. 정부도 투자자들에게 당혹감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의 요건을 종목당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본인과 직계 존비속이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기업의 지분 1%이상을 보유한 경우 양도 차익에 최대 33%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족합산을 폐지하겠다" "지분율 1%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등 말을 계속 바꾸고 있어 세금을 누구에게 얼마를 거둘지에 대한 결론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연말에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는 이렇게 혼선을 주는 정부의 태도도 한 몫 한다.

    지난달 말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해외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손 부위원장은 "개인투자자들의 대출을 통한 주식투자, 소위 ‘빚투’ 문제와 정보접근성이 낮으며 환 리스크에도 노출될 수 있는 해외주식에 대한 직접투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충분한 정보가 전제되지 않은 해외투자의 리스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유념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걱정과 달리 국내 투자자들이 정보를 알 수 없어 예측하기 힘든 것은 오히려 국내 기업과 정부의 소통방식이다. 국내투자자들의 올해 3분기 해외주식 결제대금은 910억6000만달러(약 102조8200억원)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을 걱정하지 말고 국내 시장이 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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