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효과 부각하나… 거래 가뭄 속 신고가 잇따르는 여의도 재건축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10.28 11:00

    "정부 규제가 점점 더 ‘한정판’으로 만들어주고 있으니 그 기대감이 반영되는 거죠. 가격 오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여의도동 일대 A 공인중개업소장)

    "40~50년된 노후 아파트인데 재건축 사업이 전혀 진전된 게 없잖아요. 신고가 보면서 아슬아슬하기도 합니다."(여의도동 일대 B공인중개사 관계자)

    연이어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정부의 기대대로라면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과 여의도 일대 주요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야 하는데, 시장에선 아직까지 그렇지 않은 분위기다. 강남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급매물이 나오는 곳이 있는가 하면 역대 최고가로 거래되는 사례도 잇따르는 상황. 한참 동안 참잠하던 영등포구 여의도동 일대 재건축 단지 곳곳에서도 거래 가뭄 속에 역대 최고가에 매매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1971년 국내 첫 민간 고층 아파트로 지어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단지. /허지윤 기자
    ◇ 여의도 재건축단지, 거래 가뭄 속 잇단 신고가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통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지역 아파트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일대 주요 재건축 단지의 경우 거래 감소 속에서도 가격이 반등하거나 역대 최고가에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라 나왔다. 올해 1월부터 이달 28일까지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는 총 224건의 매매 계약 신고가 이뤄졌는데, 155건(69.19%)이 재건축 추진 대상 아파트단지의 매매 거래였다.

    1975년에 지은 대교아파트 전용면적 95.5(7층)는 지난 9월 26일 17억원에 매매 거래돼 역대 최고 거래액을 기록했다. 8월에는 전용 133.65(1층)짜리가 19억원에 거래됐다. 바로 직전 7월 동일면적 6층 매물이 15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약 한달만에 4억원이 뛰었다.

    같은 해에 들어선 입주 46년차 한양아파트도 지난 8월 28일 전용150(2층)이 역대 최고가인 22억원에 거래됐다. 1974년에 지은 삼익아파트도 지난 8월 17일 전용 123(10층)짜리가 역대 최고가인 19억원에 팔렸다. 1977년에 지은 목화아파트 전용면적 67㎡의 경우, 올해 1월 12억500만원(1층)에 거래됐지만, 8월에는 16억8300만원(4층)에 거래됐다.

    1978년에 준공된 광장아파트의 경우 7월 전용면적 102.35㎡(7층)짜리가 역대 최고가인 1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018년 8월(15억9000만원·4층) 이후 약 2년만의 거래다. 전용면적 116.53㎡(8층)은 지난 6월 직전 최고가보다 2억2000만원 오른 19억500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다.

    여의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2017년 이후 여의도 재건축 시장이 거의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 없어 매년 지금이 ‘고점’이라는 불안이 있었지만 그래도 가격 흐름은 우상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의도를 대체할 입지가 서울에 별로 없다는 점에서 미래가치를 보고 길게 가보겠다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 "수요 억제 일변도가 희소가치 키웠다"

    이는 겹겹 규제로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정부의 기대와는 다소 다른 흐름이다. 정부는 꾸준히 재건축 아파트 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6·17 대책에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조합원은 2년 이상 실제 거주한 경우에만 분양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자꾸 오르는 것일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정판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축 아파트가 가격이 오르면서 언젠가는 신축이 될 아파트인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덩달아 키맞추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위치가 여의도나 강남이면 웃돈이 더 크게 붙는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을 틀어막으면서 주택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수요 억제책이 점점 서울 주요 입지의 아파트단지를 한정판으로 만드는 격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의도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강남과 여의도 재건축 단지를 점점 희귀템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재건축 진행이 더딜 지라도 입지가 좋은 강남과 여의도 재건축 단지들은 고가 명품 시장에서 쉽게 가질 수 없는 물건의 가격이 자꾸 오르듯 희소성에 따른 투자가치는 오히려 부각되고 있다는 의미다.

    ◇ "유동성 장세 효과도"

    물론 이런 분위기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여의도 재건축 단지의 가격 흐름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영향이 있는 유동성 장세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의도 재건축 대상 단지 대부분이 사업 초기 단계라 재건축 사업 5대 족쇄으로 불리는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안전진단 강화 △거주요건 강화 규제에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가격 상승은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서울 여의도는 입지나 국제금융지구 개발과 국제업무지구 조성 등 개발 호재 면에서 강남과 함께 투자 수요가 몰리는 주요 투자처로서 시장의 기대감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지역"이라면서 "다만 호재 없이는 큰 폭의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최근 여의도 재건축 시장이 강남 재건축 시장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데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는 시기가 올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