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 희귀 유전질환 '샤르코마리투스' 삼성家 가족력에 6년간 와병... '심근경색' 투병

조선비즈
  • 장윤서 기자
    입력 2020.10.25 13:29 | 수정 2020.10.25 17:14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사진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왼쪽)와 이건희 회장./삼성그룹 제공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견인한 재계 거목(巨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6년간의 투병 끝에 25일 서울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향년 78세로 별세했다. 아직까지 구체적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故) 이건희 회장은 심근경색, 폐질환 등을 겪은 바 있어 이에 따른 후유증 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도 나온다. 이 회장 별세로 삼성가(家)의 가족력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져 6년5개월간 이상 입원 치료 중이었다. 그는 지난 2014년 5월 10일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가 나타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인근에 있는 순천향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심장마비로 심폐소생술(CPR)을 받고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단받아 스텐트 시술(stent)을 받았다.

    간신히 고비를 넘긴 이 회장은 의식은 없지만, 인공호흡기나 특수 의료장비 없이 자가 호흡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고인은 삼성서울병원 VIP실에서 휠체어 운동을 포함한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이 회장이 욕창이 걸리지 않도록 직접 몸을 씻겨준 것으로 알려질만큼 극진한 병 수발에 나서면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끝내 병상을 털고 일어나지 못하고 타계했다.

    급성심근경색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에 위협이 된다. 심근경색은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 등으로 막히면서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심장 세포가 괴사하면서 일어나는 증세다. 고혈압, 당뇨, 비만 등으로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게 되면 심장에 산소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발생한다. 이 회장은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갖고 있었다. 심장혈관이 좁아져 흉통이 나타나는 협심증도 앓아왔다. 심근경색증은 고령·고혈압·당뇨병·흡연력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의학기술 발달로 심근경색 치료를 위해 심장혈관에 스텐트를 넣는 시술이 흔히 쓰인다. 스텐트는 막힌 혈관에 금속 그물망을 넣어 혈액이 잘 흐르게 돕는 기구로, 허벅지나 손목에 있는 동맥으로 가는 관을 넣어 좁아진 혈관을 풍선을 이용해 확장한 후 스텐트를 넣게 된다.

    이 회장은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심장마비가 나타나기 전에도 스텐트 시술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충동 자택에서 촬영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고 이인희 전 한솔그룹 고문, 고 이건희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삼성 제공
    이건희 회장은 유독 폐도 약해 폐렴에 자주 걸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04년 삼성서울병원 병상에 누워 이동하는 모습이 알려진 뒤 2008년에 일주일, 2009년 나흘, 지난해 8월 열흘간 등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등 건강 악화설도 끊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폐렴 관련 치료로 병원에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일년에 2~4차례씩 폐렴에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폐에 물이 차고 부어 폐활량이 떨어지는 폐수종도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고인이 유독 폐렴이 발병했던 이유로 삼성가 가족력인 ‘폐암’과 희귀유전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를 꼽는다. 의료계에서는 가족력을 질병 진단의 주요 지표로 삼는다. 젊을 때는 대부분 건강해 보여 잘 모르다가, 나중에 질병이 발병하는 것이다. 폐렴이 악화돼 폐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폐암 발병과 치료과정에서 기관지 면역력이 나빠져 폐렴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주로 삼성가 남성에게는 공통적으로 폐암이 발생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 고(故)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모두 폐암으로 투병한 경험이 있다.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 소송을 제기했던 이맹희 전 회장은 2012년 말 폐의 3분의 1을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 이후 2015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사망했다.

    이병철 창업주 역시 위암과 폐암 후유증으로 1978년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병철 선대 회장이 폐암 등으로 별세했을 때 이건희 회장이 폐암까지 물려 받을 지는 예상치 못했다. 이병철 회장의 3남인 이건희 회장 역시 아버지보다 이른 57세 때인 1999년 폐 부근에서 암세포가 발견돼, 미 텍사스대 암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등 각별히 건강에 신경을 써왔다.

    폐렴은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의 미생물에 감염된 폐에 염증이 생기고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등이 나타나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이건희 회장은 기온이 차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따뜻한 곳에 머물라는 주치의 권유에 따라, 일년의 절반 이상을 미국 하와이,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머물며 셔틀 경영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많은 휴양지 중 유독 하와이를 선택한 것을 두고 이병철 창업주 장녀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을 만나 상속 관련 소송 등 협조를 구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었다.

    또 이 회장은 샤르코마리투스 질환을 앓아 목 부위 근육까지 약해져 음식이 자주 기도로 넘어가 폐렴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아버지인 이병철 회장도 다리 힘이 약해 제대로 걷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의 큰조카인 이재현 회장 역시 샤르코마리투스가 가계 내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CJ그룹은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재현 회장은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와 만성신부전증, 고혈압·고지혈증을 동시에 앓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는 25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하는 신경계 유전질환으로, 온몸의 근육이 점차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손·발에 변형이 생긴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다리를 끌거나 저는 게 대표적인 증상이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우성으로 대부분 50%의 확률로 유전된다. 이 질환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부모 중 어느 한쪽에서라도 물려받으면 발생하는 것이다. 샤르코마리투스는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이건희 회장의 호흡기질환 관리에 만전을 기해왔다. 그러나 이 회장을 쓰러뜨린 가장 치명적 원인은 폐가 아닌 심장이됐다. 이로써 폐질환에 이어 심장질환도 삼성가 생명을 위협하는 가족력으로 남게됐다.

    이 회장 유족으로는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있다.

    2010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CES2010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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