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별세] 발렌베리 일가부터 리카싱까지…이건희 회장의 글로벌 인맥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20.10.25 11:44 | 수정 2020.10.25 16:39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생전 글로벌 인맥을 탄탄하게 구축해온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4년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기 전까지 세계 각지의 최고경영자(CEO)와 정·재계 인사를 만나 삼성을 알리고 사업을 확장하는데 힘써왔다.

    해외 유명인사가 방한할 때 이 회장은 집무실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承志園)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회장이 승지원에서 만난 정·재계 인사 목록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리 이멜트 전 GE(제너럴 일렉트릭) 회장, 멕시코 통신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 스웨덴의 삼성가로 불리는 발렌베리 일가, 리카싱 홍콩 청콩그룹 회장,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등이 포함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지난 2012년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 조선DB
    특히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할 당시 벤치마킹한 GE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왔다. "삼성의 스피드 경영을 배우자"고 말해온 제프리 이멜트 전 GE 회장은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 방한해 이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양사는 당시 삼성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미국 GE가 돕고, GE가 한국에서 사업을 벌일 때는 삼성이 돕는 상호 제휴를 추진했다. 두 회장의 만남을 계기로 2002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상무보(현 부회장)는 GE의 최고경영자 사관학교로 불리는 ‘크로톤빌 연수원’의 최고경영자 양성과정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2년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오른쪽)을 만나 휴대폰, LTE 통신망 구축, 플랜트, 건설, 엔지니어링 등 양 그룹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그룹 제공
    삼성의 지배구조 롤모델로 알려진 스웨덴 발렌베리가와도 2000년대 초반부터 친분을 이어왔다. 이건희 회장은 2003년 스웨덴 출장 당시 발렌베리재단의 고(故) 페테르 발렌베리 이사장과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 등과 만나 경영시스템과 강소국 성공 요인,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160년간 5대째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발렌베리그룹은 전문경영인들에게 자회사의 경영을 맡기고 지주회사 인베스터AB를 통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종종 미국을 방문해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달씩 머물면서 경영 구상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기간에 휴렛팩커드(HP), 듀퐁을 비롯한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진과도 만나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90년대에 삼성자동차 사업을 프랑스 르노 자동차에 매각하면서 르노 관계자들과도 자주 회동을 가졌다.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는 겨울철의 대부분을 하와이에서 보내면서 새 사업을 구상하곤 했다.

    2010년 일본 와세다대학교 오쿠마 강당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시라이 가쓰히코 총장(오른쪽)이 이건희 회장에게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뒤, 박사를 상징하는 후드를 걸쳐주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이건희 회장은 대학시절을 보낸 일본과도 인연이 깊다.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대표 '지일파'로 꼽힌다. 이 회장은 건강이 나빠지기 전까지는 일본에 자주 머물며 일본 경제계 인사를 두루 만나 삼성의 미래 전략을 구상했다. 특히 선대 이병철 회장 시절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온 일본 첨단소재기업 도레이는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최고경영진과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삼성이 겉모양은 일본을 앞섰는지 모르지만 부품은 아직까지 일본을 따라가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이밖에 이 회장은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호주 시드니,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서 열린 IOC 총회에 참여하면서 ‘스포츠 외교’도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1942년 태어난 이건희 회장은 부친인 이병철 삼성창업주 별세 이후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삼성그룹을 이끌었다.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동안 투병해왔다. 25일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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