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사망 벌써 9번째 이유는 미스터리... 의료계 "기저질환자 반드시 접종해야"

조선비즈
  • 장윤서 기자
    입력 2020.10.21 12:04 | 수정 2020.10.21 16:28

    오늘 하루에만 6건 보고… 접종불안 확산
    제주⋅고창 사망자 모두 지병 있는 상태
    코로나 유행중 독감까지 걸릴 위험이 더 커

    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시작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강남지부를 찾은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인천에서 17세 학생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이틀만에 숨진 사실이 지난 16일 보고된 것을 시작으로 대전과 전북 고창에 이어 21일 하루에만 제주와 대구 경기도 등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사례가 6건 추가됐다. 벌써 9건으로 늘어난 독감백신 사망 사고에 일부 시민들은 접종을 취소하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 가운데 70대와 80대가 각 2명, 60대 한명으로 대부분 고령자에 속한다. 특히 제주와 고창에서 독감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례의 경우 고혈압 등의 지병을 앓고 있는 상태였다고 현지 지자체 관계자들이 전했다.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독감백신 무료 접종이 시작됐고, 62~69세 무료 접종은 26일부터다.

    보건당국은 이번 사망사건들과 독감백신 접종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왜 갑작스럽게 의료사고가 잇따르는 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독감백신 유통과정에서 상온노출과 백색입자 발견등으로 회수 폐기 되는 조치가 이뤄진 와중에 백신 의료사고가 이어져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병원에서 독감백신 접종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고지하지만 형식적으로 하고 있어 리스크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1000명 맞는 백신보다 1000만명 맞는 백신의 경우 우연의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할수 있다"며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되레 독감백신을 맞지 않을 경우 기저질환자, 고령자들은 폐렴 등으로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까지 국내서 독감 백신 접종으로 사망이 공식 확인된 것은 1건이다. 2009년 10월 65세 여성이 예방 접종 이후 두 팔과 다리의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을 겪은 뒤 입원 치료 중 폐렴 증세가 겹치며 이듬해 2월 사망한 사례다. 2009년 당시 독감 접종 이후 8명이 숨졌지만, 65세 여성만이 백신과 인과관계가 확인됐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명확한 인과관계도 밝혀지지 않은 일부 사례를 들어서 안전성 우려로 독감접종을 미루거나 취소해선 안된다"면서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엔 반드시 독감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만약 한 사람이 독감 백신을 맞고 길을 걸어가다가 사고가 나서 사망했다고 하면, 그것이 곧 독감 백신으로 인한 원인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볼 수 없지는 않은가"라면서 "극단적인 비유이긴 하지만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독감에 걸릴 위험보다 크다"라고 설명했다.

    독감 고위험군(예방접종 권장 대상)으로는 만성 폐 질환자, 심장 질환자, 병원에 다닐 정도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당뇨병, 신장 질환자, 만성 간 질환자, 신경-근육 질환자, 혈액종양 질환자, 면역저하자, 혈색소병증 환자 등이다.

    독감 백신 접종을 피해야 하는 대상자들도 있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행성 독감 예방접종을 피해야 하는 경우로는 과거 인플루엔자 백신에 심한 부작용이 있던 사람이거나 생후 6개월 이하 영아 등"이라면서 "부작용으로 접종부위 발적과 드물게 고열, 길랑-바레 증후군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고령자 등 고위험군이 독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폐렴이 발생해 사망하는 위험 확률이 크기 때문에 독감백신 접종을 권한다"고 말했다.

    독감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를 활용해 만드는 사백신이어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백신은 사백신과 생백신으로 나뉜다. 독성을 줄인 살아있는 병원체를 활용하는 생백신으로는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 등이 있다.

    김탁 교수는 "생백신의 경우 약독화(독성을 약화)를 시켜 백신을 만들지만 임신부 등에는 태아에 감염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어 접종을 권하지 않는다"면서도 "반면 독감 백신은 사백신이기 때문에 이상반응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이어 "독감 백신의 경우 국가필수예방접종이기 때문에 접종 대상자가 1000만명 이상이다. 그렇다보니 극히 예외적 사례도, 독감 백신으로 인한 ‘위험 사례’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사례는 극히 예외적이며, 상온노출 물량 등 문제된 백신도 아니기 때문에 임신부, 5세이하,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은 반드시 독감 백신을 맞을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일부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사례를 근거로) 과도한 공포감에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기피했다가는 더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면서 늦지않게 백신을 맞을 것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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