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잡담만 나누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직시장’ 큰손된 직장인 커뮤니티들

조선비즈
  • 정민하 기자
    입력 2020.10.20 06:00

    "현재 재직 회사, 과거 재직 회사, 전형 진행 중인 회사에는 철저하게 비밀 유지해드립니다."

    IT 관련 회사에 다니는 3년 차 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이력서를 새로 등록했다. 전문 채용사이트가 아닌 심심할 때마다 자주 접속하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다. 그는 "평소에도 이직 생각은 있었지만 업계에 소문이 퍼질까 봐 주저했었다"며 "이력서만 등록하면 알아서 채용 담당자에게 연락이 오고, 이 모든 과정이 비밀처리된다길래 부담 없이 등록했다"고 했다.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해 정년까지 다니는 ‘평생직장’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이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경력 수시·비대면 채용이 가속화되면서 회사생활·명함관리 등 직장인 커뮤니티 플랫폼들을 중심으로 ‘헤드헌팅’ 형식의 커리어 관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조선DB
    20일 채용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관련 앱들이 인사관리(HR)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지난 5월 경력직 이직 플랫폼 ‘블라인드 하이어’를, 7월에는 기업 평판 서비스 ‘블라인드 허브’를 출시하는 등 올해 본격적으로 이직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블라인드 허브는 기업 공개 두 달 만에 1만개 기업에서 재직자 리뷰 8만건을 돌파했다.

    블라인드는 국내 최대 직장인들의 커뮤니티다. 블라인드 운영사 팀블라인드는 지난 7일 기준 블라인드 가입자가 출시 7년 만에 4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한국 직장인 10명 중 8명이 블라인드 가입자인 셈이다. 이에 회사 측은 직장인들의 대표 커뮤니티로서의 강점을 HR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명함 관리 앱 리멤버도 지난해 7월부터 경력직 구인·구직을 연결하는 서비스 ‘리멤버 커리어’를 시작했다. 자신의 경력을 등록하면 기업 채용담당자나 헤드헌터가 프로필을 확인하고 직접 스카우트 제안을 보낼 수 있는 구조다. 출시 1년 만에 70만명 회원을 확보하고, 1만개가 넘는 기업이 등록했다. 올해는 기업용과 헤드헌터용 유료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선 글로벌 경기 침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신입·공채 채용이 줄고 경력·수시 채용이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비즈니스 앱들이 그동안 쌓아 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H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구직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한국인의 특성을 반영해 ‘익명·폐쇄성’으로 차별화를 이뤘다"며 "국내 주요 헤드헌팅 업체들이 평균 20만명대의 인재풀을 가진 것에 비해 기존 앱의 직장인 가입자가 훨씬 많은 점이 강점"이라고 했다.

    근로데이터 기반 솔루션 제공 기업 뉴플로이가 지난 7일 출시한 수시채용 공고 알림 서비스 ‘알밤 커넥트’도 이같은 채용시장 환경을 겨냥했다. 알밤 커넥트는 30대 주요 그룹사, 1000대 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 등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기업들의 수시채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뉴플로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 수시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이 늘면서 채용정보 수집에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를 위해 기획했다"고 했다.

    잡코리아 제공
    국내 온라인 채용 플랫폼 시장규모는 커지는 추세다. 한 조직에 충성하기보다 이직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 개발에 더 집중하는 20·30세대가 취업 전선에 주류로 등장하면서다. 사람인에이치알에 따르면 온라인 매칭 플랫폼 시장은 지난 2014년 1300억원 수준에서 2018년 2500여억원 수준으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는 3000억~4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30대 미만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 이직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자리이동통계’에 따르면 2016년~2018년 사이 이직 등의 사유로 주된 일자리가 달라진 15~29세 ‘이동자’는 136만7000명으로 29.1%에 달했다. 해당 기간 처음 일자리를 구해 통계에 진입한 ‘진입자’는 185만8000명(39.5%)로, 30세 미만 청년 10명 중 4명이 신규 취업할 때 3명은 이직한 셈이다. 반면 30~50대에선 일자리를 유지한 비율이 60%를 웃돌았다.

    전체 직장인으로 봐도 잠재적 이직자가 절반을 넘는다. 잠재적 이직자란 당장 구직 활동을 하진 않지만 좋은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이직을 하려는 직장인을 의미한다. 지난 7월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1331명을 대상으로 ‘이직 트렌드’에 대해 조사한 결과 56.9%가 이같은 잠재적 이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이직을 알아보고 있는 직장인은 26.8%를 기록했고, 아직 이직할 생각이 없는 이들은 14.4%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SNS에 익숙한 젊은 직장인이 늘면서 기업의 구직 공고문을 한데 모아두고 지원하던 일방적인 기존 방식이 아니라 평소 즐겨 찾던 직장인 앱에서 인맥 관리·정보공유·커리어 관리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늘고 있다"며 "기업들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필요한 직무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경력자를 수시 채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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