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한진그룹 두가족…대한항공은 기안기금, 진에어는 버티기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0.10.19 12:00 | 수정 2020.10.19 13:36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두고 한진그룹 두 가족인 대한항공(003490)진에어(272450)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중 정부에 1조원에 달하는 기안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기안기금을 지원받는다면 장기적으로 여객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동안 유동성 걱정은 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룹 내 계열사인 진에어에 기안기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차입금 규모가 작아 기안기금 지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에어는 이달 말 유상증자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는 버텨보겠다는 계획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운좋게 자금을 확보해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도 문제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이동하는 대한항공 승무원들. /연합뉴스
    ◇ 코로나19에 전망 불투명…대한항공, 이달 중 기안기금 신청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르면 이달 중 기안기금을 신청할 전망이다. 자금 규모는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에 필요한 최소 고정비가 3조원인데, 영업활동으로 생기는 매출 2조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지난 8월 기내식 사업부 매각과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2조원은 차입금 상환에 쓰이고 있어 활용하기 어렵다.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본 대한항공이 기안기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지금까지 코로나19로 급감한 여객 수요 공백을 화물 사업으로 채워왔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항공사들이 앞다퉈 화물 운송 사업에 뛰어들면서 화물운임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3분기에도 300억원 안팎의 흑자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1102억원을 기록했던 지난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80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12월 15일부터는 고용유지지원금까지 끊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할 경우 무리 없이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기안기금 신청 조건을 충족하는 데다 금융당국도 대한항공의 기안기금 대상 가능성을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연 5% 중반대로 예상되는 금리는 여전히 부담이지만, 대한항공은 기안기금을 통해 당분간 유동성 걱정은 놓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진에어 여객기. /진에어 제공
    ◇ 진에어는 기안기금 신청 조건 미달…정부 지원 필요

    반면 같은 그룹의 계열사인 진에어는 유동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진에어는 기안기금을 신청할 수 없다. 기안기금에 지원하기 위해선 직원 수는 300명 이상, 총차입금이 5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진에어는 직원 수가 1896명이지만, 총차입금이 4098억원인 탓에 자격 미달이다.

    일단 진에어는 이달 말 추진하는 10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버텨보겠다는 계획이다. 매달 리스료, 유류비, 정비비 등 나가는 비용이 20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했다. 다만 유상증자 성공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 한진칼(180640)이 배정 물량을 전량 소화하기 위해 536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나머지 물량을 직원들과 일반 투자자들이 받아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물량의 20%가 우선 배정됐지만, 직원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순환 휴직 중이라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할지 알 수 없다.

    진에어가 유상증자에 성공해도 여전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글로벌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의 진에어를 간접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진에어는 보유 항공기 27대와 사무실을 대한항공으로부터 리스하고 있고, 정비도 위탁하고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진에어가 향후 1년간 대한항공에 지불해야 하는 리스비만 총 1067억원에 달한다. 다만 대한항공이 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을 경우, 산업은행 등과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결국 정부 지원이 사실상 진에어의 유일한 희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LCC를 살리겠다고 강조한 만큼, 추후 기안기금 지원 조건이 완화되거나 다른 형태의 금융지원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기안기금 신청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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