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중국, 희토류 수출 끊어 美에 보복하나

조선비즈
  • 이현승 기자
    입력 2020.10.19 11:26 | 수정 2020.10.19 11:45

    中, 對美 수출 보복 가능케 한 '수출통제법' 12월 시행
    글로벌타임스 "희토류 수출 끊어 美 퀄컴·인텔에 영향 줘야"
    첨단 IT제조업 핵심원료 희토류, 美·EU·韓 90% 이상 中서 수입
    당장 규제 가능성은 낮지만 법적 수단 마련한 것만으로도 위협적

    중국이 오는 12월 새로운 수출통제법(国出口管制法)을 시행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의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수출을 끊어 경제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31일(현지시각) 중국 장쑤성 롄윈강의 한 항구에서 근로자들이 수출용 희토류 원소가 든 흙을 옮기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한 보도에서 "새로운 법은 희토류 금속에 대한 수출 규제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주요 공급을 차단한 것을 참고해 '반도체가 없으면 희토류도 없다'는 전략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 최고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는 17일 새로운 수출통제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그동안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중국 화웨이, 틱톡, 텐센트홀딩스, SMIC를 제재한 미국에 보복 조치를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은 중국 국무원과 중앙군사위원회에게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 대상 리스트'를 작성해 공표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고 핵·화학 무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국가나 지역, 기관에 대한 수출이나 특정품목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49개 조항 가운데 48번째 조항에는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수출 규제 조치를 남용하는 국가나 지역에 대해 중국은 실태에 기초해 상호 조치(reciprocal measures)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해 보복 조치를 염두에 뒀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 법안의 초안이 작성됐던 작년까지만 해도 수출 규제 대상에 '국가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라는 표현이 쓰였지만 검토 과정에서 '국가 안보와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중국 당국이 자의적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수출 규제 대상을 광범위하게 확대할 수 있게 됐다.

    ◇ 관영 글로벌타임스 "희토류 수출 길 끊어야"

    중국 정부가 국익 보호를 명분 삼아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첨단기술 수출을 규제할 법적 장치를 마련한 가운데, 글로벌타임스는 희토류와 집적회로기판(integrated circuit boards·IC기판)을 첫번째 선택지로 제시했다. 이 매체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언론 중 하나다.

    중국 칭화대 미중관계센터의 저우시진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금속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중국 기업을 죽이는 데 사용하는 건 말도 안된다"며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끊어 퀄컴, 마이크론, 인텔 같은 미국 기업의 반도체 제조업에 영향을 줌으로서 무례한 괴롭힘에 대응할 때"라고 주장했다.

    희토류는 존재량이 적은 스칸듐, 이트륨 및 란탄계열 15개 원소 등 총 17개의 원소를 총칭 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차, 풍력발전용 터빈, 군사 무기 체계 등 각종 첨단 제조업의 핵심 원료다.

    전세계 매장량의 37%를 보유한 중국이 지난 2008~2018년 세계 수출 물량의 42.3%를 책임졌다. 미국과 말레이시아, 오스트리아, 일본의 점유율이 한자릿수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중동의 석유’에 비유하며 1950년대부터 국가의 핵심 자원으로 관리했다. 낮은 인건비, 약한 환경 규제, 국가 차원의 인센티브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미국, 일본 등이 국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이 공고하게 쌓아둔 벽이 워낙 높아 고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한국은 2018년 기준 희토류 수입량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 일본도 절반 가까이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 美, 지나친 中 의존에 위기감…광산업 지원 행정명령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미국, EU에선 중국이 희토류를 언제든지 무기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돌연 미국 광산업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방물자법을 동원해 광산 개발을 촉진하도록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럽 비영리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의 허웨이웬 집행위원은 희토류와 더불어 IC기판에 대한 수출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C기판은 반도체 집적회로를 확장 배선하기 위해 만든 절연 기판이다. 한국, 일본, 대만에서 주로 생산하며 중국도 만들지만 주로 저가형이어서 타격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허웨이웬 위원은 "미국은 희토류 금속과 IC기판 상당량을 중국에서 제공 받는다"며 "비록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무차별 원칙에 동의했더라도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대응하는 보복 조치를 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제조업에 타격을 줘 중국으로서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은 희토류 수출 규제를 당장 시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막을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 만으로도 주요 수입국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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