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앞두고 전운 감도는 화웨이,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 매각설까지 솔솔

조선비즈
  • 장우정 기자
    입력 2020.10.19 06:00

    합리적 가격으로 젊은층 겨냥하는 아너, 독립해 비즈니스 이어갈 가능성
    사업부 쪼개서 가전만이라도 살리거나 OEM 하며 버티기 시나리오도
    "누가 되든 화웨이 제재 계속" vs "인텔·AMD 수출허가, 제재 완화 신호"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중국 화웨이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미국은 미국 기술·장비를 이용해 미국과 제3국에서 생산된 모든 종류의 반도체가 미 정부의 승인 없이 화웨이와 그 계열사로 판매하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 강도 높은 제재가 본격 시작된 9월 15일 이전 화웨이가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놓기는 했지만, 제재가 계속될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계속될 것이란 목소리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중국 기술 굴기(崛起·일어섬)의 최전선에 있으면서 ‘기린’이라는 자체 칩으로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점유율 12%(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2019년 기준)까지 치고 올라온 화웨이 손발을 묶어야지만 미국 반도체 산업이 살 수 있다는 데 두 후보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의 제재 완화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퀄컴이 화웨이에 통신칩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미 상무부에 허가를 요청했고, 인텔·AMD가 PC용 CPU(중앙처리장치)로 추정되는 제품에 대해 일부 허가를 받는 등 숨통을 터 주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검토하고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 알짜 스마트폰 ‘아너’, 화웨이 色 지우고 독립 비즈니스?

    최근 로이터통신을 통해 화웨이가 중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Honor)’를 유통업체인 디지털차이나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있으며,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합리적 가격대를 내세우고 있는 아너보다는 고급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매각 금액은 최대 250억위안(약 4조2700억원)으로 디지털차이나그룹 외에 중국 가전업체 TCL, 스마트폰 경쟁사 샤오미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와 관련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아너가 화웨이로부터 독립하면, 부품 구매 등에 있어서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면서 "이는 아너 스마트폰 사업과 이를 공급·유통하는 협력사, 중국 전자업계가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아너 브랜드는 주로 중국 보급형 시장에서 샤오미, 오포, 비보와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 내수시장 외에 동남아시아, 유럽에서도 스마트폰을 판매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 추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화웨이가 출하한 스마트폰 5580만대 중 아너 브랜드 스마트폰은 1460만대로 비중이 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하량으로 보면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중 알짜라 할 만하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오포에서도 ‘원플러스(OnePlus)’라고 하는 스마트폰을 별도 법인의 브랜드로 만든 적이 있는데, 화웨이 역시 이런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회사 주주의 지분 정리를 통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오포 임원 출신이 2013년 설립한 원플러스는 유일한 기관주주가 오포이지만, 오포 자회사는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있다. 다만 원플러스는 오포의 제조라인을 사용하고, 공급망도 일부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와 원플러스는 비상장기업으로 직원들이 주주인 ‘종업원지주제’로 운영 중인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아너를 독립시키는 게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화웨이 지분은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이 약 1%, 나머지는 전현직 직원들이 보유 중이다.

    ◇ 오포·비보·샤오미 스마트폰 위탁생산하며 버티기 시나리오도

    사진은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IT전시회 'IFA 2019'에서 리처드 위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가 '기린990'을 들어보이는 모습. 그는 "기린이 삼성전자, 퀄컴 제품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이외에도 화웨이가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부별로 회사를 쪼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통신장비, 스마트폰 사업 외 비즈니스라도 숨통을 트기 위한 전략이다. 세트를 조립하는 비즈니스를 매각한다거나 이 라인을 활용해 오포·비보·샤오미의 스마트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사업을 할 것이란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빈자리를 오포·비보·샤오미가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이고 이에 따라 각사는 출하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생산시설에 투자해야 하지만, 제재 중인 화웨이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면서 "화웨이로서는 제재 기간 어느 정도 숨통을 틀 수 있고 다른 회사들도 늘어난 물량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가 실제 어떤 길로 갈지는 대선 이후 미국 정부의 제재 방향성이 윤곽을 드러낸 뒤에나 명확히 잡힐 전망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7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턱밑까지 추격해온 화웨이는 마뜩잖은 존재"라면서 "화웨이가 사라지는 스마트폰 시장은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대체할 것이고, 미국 기업으로부터 칩을 살 것이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재 기조는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제재의 핵심 목적이 2025년까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세계 패권을 잡겠다는 ‘중국 제조 2025’와 그 최전선에 있는 화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재 완화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로 가는 칩을 막는 것이 자국 기업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만큼 미국 칩을 쓰는 조건으로 제재를 완화해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화웨이를 향한 미국 입장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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