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메모 '비서실 직원들은 나의 도구가 아니라 주체…가끔 불러 고민 물어'

조선비즈
  • 양범수 기자
    입력 2020.10.17 17:31 | 수정 2020.10.17 17:34

    전직 서울시 비서관이 페이스북에 공개
    "그 누구도 직원들 그처럼 대하지 못해" 댓글
    피해자 "2차 가해의 진원지는 가까웠던 사람들"

    자신의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생전에 비서실 직원들을 대하면서 지켜야 할 행동 수칙을 적어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16일 공개됐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이 16일 올린 메모 사진. /민경국 페이스북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님의 메모"라며 '비서실 직원들에 대한 반성과 행동'이라는 제목의 메모 사진을 올렸다. 박 전 시장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메모에는 10가지 '수칙'이 쓰여 있다. 민 전 비서관은 메모 사진을 올리며 "메모(memo)는 기억이다. 존재 여부를 넘어 선"이라고 적었다.

    수칙 가운데는 '(비서실 직원들은) 나의 도구가 아니라 주체이며 각자의 성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본인의 발전을 위해 도와줄 일이 없는지 확인하고 실제로 돕는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 '가끔 불러서 고민과 걱정이 없는지 물어본다', '이름을 정확히 외우고 자주 불러준다'는 내용과 '말은 훨씬 따뜻하게 그리고 존중하는 말투를 견지한다', '평등하고 대등한 태도를 유지한다' 등의 대목도 있다.

    민 전 비서관의 글에는 "원순씨를 비난하는 그 누구도 직원들에게 그처럼 대하지 못한다", "진실이 빨리 밝혀지길…", "노란 머리 도른X은 천벌을 받아야"등의 댓글이 달렸다.

    민 전 비서관은 지난달 2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 A씨에 대해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A씨의) 성추행 호소를 들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당시 "고소인이 '부서 이전을 요청했는데 묵살했다'고 하는데 전보는 직원 개인의 권리가 아니라 인사권자의 권한"이라며 "전보 요청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성추행 피해 호소하고 연결하지 않으면 개인의 희망이다. '성추행 피해를 받고 있는데 도저히 못 견디겠으니 옮겨달라' 같이 연결돼야 성추행 전보 요청 묵살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지 100일 째던 지난 15일 입장문을 통해 "갈수록 잔인해지는 2차 피해의 환경 속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을 느끼며 절망하다가도 저를 위해 모아 주시는 마음 덕분에 힘을 내고 있다"며 "특히 그(2차 가해의)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몸서리치며 열병을 앓기도 했다. 가깝고 믿었던 사람이 잘못을 했을 때, 그리고 그 상대편이 절대적 약자일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가진 건강하고 정의로운 사회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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