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 2배로 상장사 산 옵티머스, M&A로 돈 돌려막기 의혹

조선비즈
  • 정해용 기자
    입력 2020.10.17 07:00

    상장폐지 위기 기업 주식 2.3배 주고 매입한 옵티머스 관계사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관계사인 화성산업이 코스닥업체 해덕파워웨이(102210)를 시장가격 보다 2배가 넘는 가격에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할 당시 해덕파워웨이는 불성실공시 등으로 거래정지 상태에서 상장폐지 위기를 겪고 있었고 최근 2년간 9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내는 적자기업이었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도 과도한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라 왜 웃돈을 주고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나온다.

    해덕파워웨이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 원장 출신 이모씨가 2018년 5월 인수해 최대주주로 있다 10개월만인 2019년 2월 화성산업에 매각했다. 금투업계에선 이씨가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할 당시 자금을 옵티머스에서 받았고 옵티머스가 이 인수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시 화성산업이 웃돈을 주고 해덕파워웨이를 사오는 식으로 자금을 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적자 구조에 빠진 코스닥기업을 타깃으로 잡고 관계사인 화성산업을 통해 자금세탁 작업을 진행했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 연합뉴스
    1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화성산업은 지난해 2월 14일 해덕파워웨이의 지분 15.89%(보통주 1170만9405주)를 주당 2570원에 인수했다. 총 인수대금은 300억9317만850원이다. 화성산업은 윤석호(구속 기소) 옵티머스 이사가 감사로 있는 기업으로 옵티머스가 자금 세탁에 활용했던 페이퍼컴퍼니 셉틸리언이 지분 70.80%를 갖고 있는 회사다.

    셉틸리언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와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가 자신들의 배우자를 내세워 만든 회사로 김 대표의 배우자 윤모씨와 윤 이사의 배우자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50%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옵티머스가 셉틸리언을 소유하고, 셉틸리언이 다시 화성산업을 소유하는 구조다.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할 당시 해덕파워웨이는 거래 정지상태였다.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가 불성실공시를 수차례 반복하자 지난 2018년 11월 23일 실질심사대상 기업으로 지정하고 3일 후인 11월 26일부터 지금까지 거래를 정지시키고 있다. 또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하기 직전인 2019년 1월 8일에는 거래소가 해덕파워웨이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해덕파워웨이의 거래 정지 당시 주가는 1100원이다.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던 주당 2570원보다 1470원이 낮은 가격이다. 거래정지돼 있고 상장폐지될 지 모르는 기업을 시세보다 2.3배나 높은 값을 주고 사온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해당 딜(인수합병 거래)을 실제로 한 사람들만 왜 그 가격에 거래를 했는지 알 수 있다"며 "거래 당사자들이 관련 서류와 평가절차를 거쳐 나름의 논리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격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제3자가 알 수 없는 구조일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 이민경
    금융당국은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를 왜 시장가격의 2배가 넘는 가격에 샀는지, 인수자금은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는 자금 흐름이 굉장히 이례적이기 때문에 작정하고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작업이 아니고서는 이런 식의 M&A가 이뤄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선박기자재 업체인 해덕파워웨이는 창업자인 구재고 전 대표가 1978년 설립했다. 1992년 법인으로 전환했고 2009년 5월 21일부터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거래됐다. 꾸준히 이익을 내 한때 히든챔피언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덕파워웨이는 2016년까지 영업이익 36억2900만원, 당기순이익 17억2100만원의 흑자기업이었다.

    하지만 2017년에는 10억9500만원의 영업손실과 17억7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8년에는 영업손실 38억4700만원, 당기순손실 74억3100만원으로 손실이 커졌다.

    구 전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기위해 2018년 4월 이지앤홀딩스·JJ컨소시엄1호에 지분과 경영권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계약 체결 다음달인 5월 이모씨(강남 성형외과 원장)가 JJ컨소시엄 1호·(주)썬홀딩스와 함께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서 인수계약 체결자가 변경됐다. 이씨 등은 5월에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다. 이씨의 인수자금은 옵티머스의 고문인 박모씨에게 받았다고 알려졌다.

    박씨는 2019년 5월 부산의 조직폭력배 조규덕에게 살해됐는데 조씨는 검거 후 취재진에게 "박씨가 해덕파워웨이 인수에 쓴다며 빌려간 돈 30억원을 제때 갚지 않아 말다툼을 벌이다 박씨를 숨지게 했다. 주가 조작과 무자본 M&A의 폐해"라고 했다.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한 이씨는 인수 후 2개월 후인 7월~8월 케이앤지대부에 돈을 빌렸고 이 대가로 최대주주가 변경될 수 있는 주식을 담보로 설정했다. 담보규모는 100억원이다. 또 2018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는 트러스트올에 해덕파워웨이 지분을 담보로 130억원을 빌렸다. 케이앤지대부와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가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사용한 회사들이다. 이후 이씨는 작년 2월 회사 지분을 화성산업에 매각한다. 화성산업도 옵티머스가 자금 세탁에 활용했던 페이퍼컴퍼니 셉틸리언의 자회사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왜 황당한 가격에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는지는 본인들만 아는 것이고 검찰 조사 등에서 확실히 높은 가격으로 인수했다고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배임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때문에, 또는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높은 가격을 줬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화성산업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하던 당시 기업가치인 시가총액은 급락 중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4월 2820억원(4월 27일 기준)까지 올랐던 해덕파워웨이 시총은 화성산업이 이 회사를 인수하던 2019년 2월 14일에는 810억원까지 줄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있고 거래도 정지된 기업을 기업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을 주고 인수해온 것은 정상적인 거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배임의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의로 자회사와 대리인들을 내세워 자금을 돌리고 회수하는 식으로 구조를 짜지 않고는 이런 식의 거래가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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