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없어도 앱만 있으면 돼요" 홀로서기 나선 '서학개미'

조선비즈
  • 이다비 기자
    입력 2020.10.19 06:00

    "요즘엔 앱(애플리케이션) 하나면 그 자리에서 해외주식 투자가 거뜬합니다. 예전 같으면 증권사 지점까지 찾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해외주식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간편해지고 정보도 많아져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해외주식 한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직장인 박모(33)씨는 미국 주식인 페이스북·구글·스타벅스 등에 투자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다. 박씨는 퇴근 후 매일 밤 10시 30분(11월부터 이듬해 3월 첫째주까지는 11시30분)부터 MTS를 열어 미국 주식을 훑어본다. 국내 증권사에서 해외주식 보고서가 나오고 국내 사이트에서 실시간 시세까지 반영돼 국내 주식을 사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고 한다.

    그래픽=김철원
    해외주식 직구(직접구매) 열풍에는 개미의 ‘나 홀로 해외주식 투자’ 문화가 있다. 올해 해외주식 직구 거래대금(매수+매도)은 이미 1400억달러 수준으로 역대 최대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중순(14일 기준)까지 해외주식 결제처리금액은 총 1389억달러(약 159조3200억원)에 이르렀다.

    해외주식 투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이전과 다르게 개인 투자자들이 각 증권사 창구나 PB(프라이빗 뱅커)를 거치지 않고 직접 MTS 등을 통해 국내 주식처럼 손쉽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영향이 크다.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어떤 해외주식을 투자할 것인지 정보 수집부터 매수·매도까지 개미들이 ‘다 알아서 한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주식 투자는 ‘아는 사람만 하는 투자’라는 인식이 강했다"라면서 "개미들은 해외주식 투자가 복잡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5년 전만 해도 해외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많지 않았고, 수요가 있더라도 창구나 PB를 통해서 매수했다"며 "MTS의 해외 주식 시스템이 이렇게 잘 돼 있지도 않았고, 정보가 풍부하지도 않다. 그때만해도 국내 주식이 박스권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 해외주식 투자 필요성을 많이 못 느꼈던 영향도 있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관련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해외주식 수수료 우대 행사는 기본이고 실시간 해외주식 시세 확인 서비스와 종목 검색 서비스 등도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 주식 주가는 15분가량 지연됐는데, 이제는 증권사 고객이면 누구나 실시간 시세를 볼 수 있다.

    해외주식 정보도 많아졌다. KB증권은 지난 3월부터 미 투자은행(IB) 스티펠 파이낸셜과 협업해 미국 유망 중소형주를 분석한 리포트 ‘KB 글로벌 스몰캡: 미국 중소형주 23선’을 발간했으며 상반기에만 약 300여개의 해외주식 자료를 냈다. 다른 증권사들도 점차 커지는 투자자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해외주식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다.대형 증권사들은 국내 기업을 담당하는 증권사 연구원(애널리스트)까지 해외 종목팀에 넣으면서 리포트 발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은 해외주식을 쪼개서 매수할 수 있게 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예를 들어 1주에 500달러짜리 주식을 0.1주 또는 0.01주로 쪼개서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외에도 표기법과 발음 등이 다양해 검색하기 힘들었던 해외주식을 상품명·섹터·한자어 독음·현지어 발음 등으로 연관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 검색 서비스(미래에셋대우)와 해외주식 관련 AI(인공지능) 서비스(한국투자증권), 해외주식 전용 MTS 개발 등 새로운 서비스(NH투자증권)도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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