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계 올림픽서 10년째 심사위원 홍미연씨… “와인의 재미는 다양성에서 나온다”

조선비즈
  • 홍다영 기자
    입력 2020.10.18 08:00

    국제 와인 대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서 10년째 심사 맡아
    아시아 여성 최초·최연소 ‘금배지’ 달았다

    와인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 와인 경진 대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MB)’이 지난달 4일부터 6일까지 체코 브르노에서 열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열린 이 대회에 한국인 심사위원 홍미연(39)씨가 있었다. 그는 CMB에서 10회 동안 심사위원을 맡은 공로를 인정 받아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최연소로 ‘금배지’를 받았다. 조선비즈는 현재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홍씨와 전화 인터뷰를 나눴다.

    /CMB 심사위원 홍미연씨 제공
    홍씨는 유럽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해외 곳곳을 누볐다. 초등학교를 한국과 프랑스에서 나오고 중학교는 제주도에서, 고등학교는 프랑스에서 다녔다. 대학은 이탈리아 국립미술원에서 미술과 보코니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여러 유럽 문화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와인에 관심 갖게 됐다.

    그는 "와인 생산국인 이탈리아에서 살다 보니 와인에 관심 갖고 소믈리에와 와인 테이스터 자격을 취득하게 됐다"며 "아버지가 국내 첫 와인잡지인 ‘와인리뷰’에 기고했는데, 아버지를 도와 와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가로서 경력을 인정받아 2010년부터 CMB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3년 전부터는 심사위원팀장을 맡고 있다. 1994년 벨기에에서 처음 열린 CMB는 영국 디캔터 와인 어워드, 독일 문두스 비니와 세계 3대 와인 대회로 꼽힌다. 그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개최국도 매번 다르다.

    CMB 심사위원은 첫 해에 빨간 배지를 받고 5회 참가하면 파란 배지를, 10회 참가하면 금배지를 받는다. 홍씨는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최연소로 금배지를 달았다. 그는 "처음 심사위원을 시작한 십여 년 전만 해도 심사위원 대부분이 50~60대 유럽 남성일 정도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며 "11년간 10회 참가해서 금배지를 받게 됐다. 지금까지 금배지를 단 사람은 100명 미만이라 감격스럽다"고 했다.

    코로나 시대, 해외 와인 품평회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올해 CBM엔 46개국에서 8500여 개의 와인 샘플이 출품됐다. 심사위원 250명이 50개씩 팀을 만들고, 각자 3m씩 떨어져 앉아 팀마다 하루에 50개씩 와인을 시음했다. 쉬는 시간에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했다.

    홍씨는 "코로나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심사위원들이 오지 못해 올해는 유럽에 거주하는 심사위원 위주로 심사가 이뤄졌다"며 "예년 같으면 와인 심사를 마치고 심사위원들끼리 저녁에 맥주를 마시는 재미가 있었는데, 코로나로 교류가 줄어 아쉽다"고 했다.

    와인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사는 그에게 이탈리아와 국내 와인 문화의 차이를 물었다. 홍씨는 "이탈리아는 모든 동네에서 와인이 생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와인 생산국에선 각자 동네에서 나온 다양한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있다. 반면, 한국 등 와인 소비국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통 대기업들이 다양한 해외 와인을 들여오면서, 국내 와인 대중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3~4000원대 초저가 와인이 등장하면서 와인 소비가 급증하는 추세다.

    홍씨는 "대기업이 와인을 들여와 가격을 낮추고 와인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세계에서 주로 소비되는 트렌디한 와인만 소개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어 "체코에는 1000km가 넘는 자전거 길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동네마다 유명한 와인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며 "국내 소비자도 다양한 와인을 즐기면 좋겠다. 와인의 재미는 다양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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