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옵티머스 "우리가 피해자" 주장… 금감원은 사기 제보한 前 대표 중징계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20.10.18 06:00

    옵티머스자산운용 임직원이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우리야말로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경영권을 놓고 당시 경영진과 다투고 있던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펀드 사기 정황을 금감원에 제보한 이후였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이 전 대표의 제보에 대해 추가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이 전 대표만 징계했다. 옵티머스는 이후 본격적인 사기 행각에 나섰다.

    18일 금감원의 2018년 제18차 제재심의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감원 제재심은 2018년 7월 19일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부문검사 결과 조치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2017년 8월 옵티머스에 대한 부문검사를 진행해 이 전 대표의 업무상 횡령과 옵티머스의 업무보고서 허위 제출, 공모주 청약 관련 무인가 투자중개업 영위 등을 적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이날 제재심에는 옵티머스 임직원들이 직접 출석했다. 옵티머스 임직원 A씨는 "현 경영진과 직원들은 위반행위를 했던 전직 임원들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이용당한 피해자들"이라며 "이제 겨우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 기관조치를 받게 될 경우 이런 노력이 헛되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선처를 바란다"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연합뉴스
    옵티머스의 원래 주인은 이혁진 전 대표다. 그는 2009년 옵티머스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을 설립했다. 그러다 2017년 6월 김재현 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회사를 넘겼는데, 매각 잔금을 받지 못하면서 김 대표 측과 갈등을 빚었다. 금감원의 부문검사는 이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난 직후에 시작됐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2월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정황을 금감원에 제보했다. 김 대표가 경영권을 쥔 뒤에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우량채권에 투자한다고 돈을 모은 뒤 불법적으로 사모사채에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다.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 행각은 최근 검찰 조사를 통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 전 대표의 제보에 대해 검사 필요성이 낮다는 이유로 종결 처리했다. 금감원은 "이 전 대표와 김 대표가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민원이 제기됐고, 동일한 내용의 고소가 검찰에서 허위고소를 사유로 각하 처리된 점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7월 옵티머스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기 위한 제재심이 열렸고, 이 제재심에는 김 대표 측의 옵티머스 임직원만 참석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에게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의사록에 따르면 또다른 옵티머스 임직원 B씨는 "이 전 대표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업무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고, 강압적인 근무환경에서 지시를 내리면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결국 금감원 제재심은 이 전 대표에게 해임요구의 중징계를 내렸고, 옵티머스에는 기관경고 조치를 했다. 금감원 제재는 2018년 12월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옵티머스의 사기 행각을 제보한 이 전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옵티머스의 펀드 사기에 대해서는 추가로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 제재가 결과적으로 김 대표를 비롯한 옵티머스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가 금감원에 로비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양호 전 옵티머스 회장과 김재현 대표의 전화 녹취록에 따르면, 양 전 회장은 2017년 11월 9일 김 대표로부터 금감원이 우호적으로 업무를 처리해주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러자 양 전 회장은 "내가 이 장관(이헌재 전 부총리)을 만나는데,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고 답했다. 당시 이 전 부총리는 옵티머스 고문을 맡고 있었고, 금감원장이던 최홍식 전 원장은 '이헌재 사단'으로 불릴 만큼 이 전 부총리와 각별한 사이였다. 양 전 회장은 금감원 직원과의 통화에서 "2017년 11월 2일 최홍식 원장을 만날 일이 있다"는 말도 했다.

    옵티머스는 금감원 제재 이후 본격적으로 불법적인 사모사채 투자에 나섰다. NH투자증권 등에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5000억원대의 대규모 금융사기로 판이 커졌다.

    강 의원은 "(양 전 회장의) 통화시점은 옵티머스가 재무건전성 미달, 최대주주 변경 승인, 이혁진 전 대표의 고소 진정 문제 등으로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한 때"라며 "정상적이라면 옵티머스가 정리 수순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살아났다. 이쯤 되면 금감원이 사기 펀드 자산 운영사와 깊은 유착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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