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부가 내준 '숙제' 검사하는 강일원, 최종형량 변수될까

조선비즈
  • 이미호 기자
    입력 2020.10.17 06: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61·사법연수원 14기)을 ‘단독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면서 이 부회장의 최종 형량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강 전 재판관은 재판부가 양형요인에 반영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평가해 내달 말까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게 된다.

    ◇삼성 준법감시 노력, ‘현미경 심사’할 강일원은 누구?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송영승·강상욱)는 지난 15일 강 전 재판관을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강 전 재판관 지정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1월 17일 열린 직전 공판에서 이미 재판부가 추천위원으로 고려중이라 고 언급했고, 당시 미국에 있던 강 전 재판관은 바로 수락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귀국한 바 있다.

    강 전 재판관은 법조계에서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실력과 덕망을 모두 인정받는 명망가다. 박 전 대통령 탄핵 후 종종 ‘진보성향’이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그를 아는 법조인들은 "양쪽 균형이 잘 잡힌 ‘원칙주의자’이자 ‘헌법주의자’"라고 평가한다.

    강 전 재판관은 2012년 9월 20일 여야 합의로 임명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사법정책실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4년 12월부터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정무 능력과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때는 주심 재판관을 맡아 대통령 대리인단으로부터 ‘기피 신청’을 받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예리한 질문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양형결과 책임부담 커진 ‘이재용 재판부’
    법조계에서는 강 전 재판관이 정준영 판사가 ‘기업범죄 판단’에 있어 평소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복적 사법(restorative justice)’ 가치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에 적용시킨데 대해 얼마만큼 공감하고 이해할지를 변수로 보고 있다.

    또 구체적으로는 김지형 전 대법관(준법감시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윤리·준법경영을 위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원칙을 살려야 할때는 이를 강하게 지켜나가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법조인"이라며 "심리위원의 성향은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이미 법원에서도 정 판사의 회복적 사법을 사실상 ‘재판부 권한’으로 생각하는 만큼 말그대로 삼성이 그동안 체질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느냐를 따져보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50억원 이상 규모의 계열사간 내부거래일 경우, 준법감시위원회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중이다. 물론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기업규제 3법’ 가운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돼 대응하는 차원도 있지만, 9개월 여만에 재개되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재용 재판부 입장에서는 당초 특검과 삼성측에서 각각 심리위원 1명씩 추천해 총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상한 것과 달리, 최종적으로는 재판부 추천 몫만 지정했다는 점에서 양형결과에 대한 책임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앞서 삼성측은 고검장 출신의 김경수 변호사를 심리위원으로 추천했지만, 특검은 아예 추천을 하지 않았다. 이에 2명으로만 구성할 경우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재판부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파기환송심 재판, 26일 9개월만에 재개
    삼성측은 강 전 재판관 지정은 예상됐던만큼 이 같은 결정에 크게 동요하지는 않은 분위기다. 다만 그동안 내놓은 정책들을 다시한번 검토하고 혹 놓치거나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뇌물혐의에 대해 "목적 의식적인 승계작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정 판사는 첫 재판에서 "실효적인 준법감시방안을 마련하라"고 했고, 이를 두고 시민단체 등에서는 ‘작량감경(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법관 재량으로 형을 감경)’ 수단을 재판부가 먼저 제시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검도 "준법감시제도 개선방안이 양형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양형을 결정할때 범행 후의 정황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고 뇌물·횡령 범죄에서 진지한 반성을 양형요소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정 판사에 대한 기피신청 역시 최근 기각됐다.

    이처럼 특검의 법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던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은 오는 26일
    다시 열린다. 이와 별개로 '경영권 부정 승계' 혐의와 관련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그 보다 앞선 22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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