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의 사기성 자본확충 계획, 금감원 "문제 없다" 보고

조선비즈
  • 송기영 기자
    입력 2020.10.16 13:34

    윤석헌 금감원장 "시정조치 유예, 금융위가 결정"
    실제 검사 및 자본확충 계획은 모두 금감원이 검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적용 유예를 두고 "금융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2017년 옵티머스를 검사하고 자본확충 방안을 받아 검토한 뒤 금융위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금융위는 금감원을 보고를 토대로 정례회의에서 조치 유예를 결정했다.

    옵티머스의 자본확충 방안에는 문제가 많았다. 태양광업체 A 회사 대표로부터 20억원의 자본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당시 A 회사는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법원에 파산 신청이 접수된 상태였다. 실제 금융당국이 승인한 이 자본확충 방안은 진행되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당시를 적자 전환하는 사모펀드업체가 대거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시장을 예의주시하던 상황이라고 기억한다. 금감원의 옵티머스 조치 적용 유예는 금융당국의 당시 기조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옵티머스 사기에 연루된 의혹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옵티머스 로비 의혹의 첫 표적으로 금융권을 지목한 이유다.

    서울 강남구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연합뉴스
    ◇사기성 자본확충 계획 "문제 없다"고 판단한 금감원

    16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에서 불거진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로비 수사의 첫 표적은 금융권이다. 옵티머스는 2018년까지 자본금 부족 문제를 겪을 정도로 부실했음에도, 2900명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끌어모아 각종 불법거래를 저질렀다. 하지만 지난 6월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각종 검사와 사업 승인, 펀드 설정과 운용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특혜와 관계 금융사들의 편의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검찰은 특히 2017년 자본적정성 문제가 심각했던 옵티머스가 금융당국의 시정 조치를 유예받은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기준 옵티머스의 최소영업자본액은 약 15억4000만원, 자기자본은 약 5억1000만원이었다. 최소영업자본액은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법정최저자기자본, 손해배상재원으로 활용되는 고객자산운용필요자본, 고위험 자산 투자를 대비한 고유자산운용필요자본금을 모두 더한 것이다. 자기자본이 최소영업자본보다 적을 경우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한 달 안에 인력구조조정, 이익배당제한, 임원진 교체 등 자본확충을 위한 경영개선계획안을 내놓아야 한다. 계획안이 금융당국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해당 업체는 퇴출된다.

    옵티머스는 금감원에 자본금 확충 방안을 제출하면서 적기시정조치 적용 기한을 유예받았다. 옵티머스는 그해 8월24일부터 30일까지 금감원 검사를 받았고, 10월19일 신주 투자확약서에 이어 11월 23일 경영정상화 계획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은 같은해 12월 20일 정례회의에서 옵티머스 자본 확충 방안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옵티머스 조치 유예 안건은 이렇게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당시 옵티머스가 제출한 자본 확충 방안은 사기에 가까웠다. 옵티머스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옵티머스 고문·19억원)과 A회사 대표이사(20억원)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본을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A회사는 채권자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데다 한국거래소 지정 위험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신규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금융당국은 당시 유상증자의 주체가 A 회사가 아닌 이 회사의 대표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A 회사의 파산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다는 점도 조치 유예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파산신청 기각은 조치 유예 결정 이후에 나왔다.

    ◇조치 유예 이후 본격 사기 행각… 檢, 옵티머스·금융권 연결고리 수사 집중

    조치 유예로 시간을 번 옵티머스는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자본확충 계획서를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36·변호사)과 2대 주주 이모씨가 각각 5억원을 투자했다. 이 전 행정관은 김재현(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로부터 5억원을 받고, 이를 다시 차명 투자해 해당 지분을 획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결국 옵티머스는 허위로 자본확충계획서를 제출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문제가 없다며 시정 조치를 유예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의 이런 조치는 당시 상황에 맞지 않는다. 2015년 정부가 사모펀드 진입 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사모펀드 업체가 갑자기 늘었고 업체 간 경쟁도 심화됐다. 그러면서 적자를 내는 업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검사를 진행할 당시 자산운용사 195곳 중 42.1%인 82곳이 적자를 냈다. 당시 금융당국은 이런 사모펀드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적자 전환하는 업체가 분기마다 10곳씩 늘어나던 시점이라 업계에 불안감이 팽배했다"며 "옵티머스는 당시에도 횡령 등으로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자본확충 계획이 이행되지 않았는데 사후 점검이 없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검찰은 옵티머스가 정·관계 로비를 통해 금융당국의 비호를 받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 전직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것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윤 전 금감원 국장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계 인사들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국장의 구체적인 역할이 확인되면 금융권 로비 수사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옵티머스에 인수된 해덕파워웨이(102210)에 감사로 참여한 금감원 출신 B씨도 금융권 로비 창구로 거론된다. 김재현 대표는 금감원이 옵티머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자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B씨를 찾아 갔다고 한다. B씨는 지난 5월 옵티머스의 부실을 검사하는 금감원 국장과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법무법인의 전문위원인 그는 옵티머스와 자문계약을 맺기도 했다.

    아직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금감원에서 근무했던 C씨도 옵티머스 구명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법조계와 금융권에서 나온다. 옵티머스 사건이 터진 이후 김재현 대표가 문제 해결을 위해 C씨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현재 옵티머스가 투자한 한 회사의 대표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옵티머스 고문을 맡은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역할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양 전 행장의 경우 금융권에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리를 옵티머스 고문으로 영입한 것도 양 전 행장이다. 양 전 행장은 금융권의 ‘호남 인맥 대부’로 통하는 한 금융권 원로와도 가까운 사이다. 배후에서 옵티머스 운영에 조언한 것으로 전해지는 모 건설사 대표도 호남 출신으로 평소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연결 고리로 여권 인사들이 옵티머스 사기 사건에 연루됐는지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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