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우리술품평회’ 대통령상 수상한 증류식소주 ‘모월인’ 제조업체 모월양조장 김원호 대표 원주 고교 동창들과 협동조합 형태로 2014년 양조장 설립, “사라져가는 논을 지키고 싶어 시작” 4개월 발효, 숙성 거쳐 증류한 모월인...증류 중간 원액만 사용, 누룩취 거의 없어 어머니 긴 치맛자락 모양 술병 제작...닥나무 추출액 넣은 막걸리 신제품도 내년 선보여
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은 이 술을 "좋은 사람이 좋은 옷을 입었다"고 평했다. 그의 말처럼 술병부터가 남달랐다. 1억원을 들여 10만병을 새로 만들었다는 술병은 어머니의 긴 치맛자락을 빼닮았다.
41도 증류식 소주임에도, 알코올 향이 독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이 술. 올해 농식품부가 주관한 우리술품평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모월인'이다. 알코올 도수 41도로, 강원도 원주의 협동조합 모월양조장(대표 김원호)이 원주 토착쌀인 토토미로 빚은 술이다.
모월양조장은 원주천댐 건설사업 현장 초입에 있다. 댐이 완성되면 힐링센터와 트레킹코스도 조성된다. 양조장 건너 야트막한 산에는 전통한옥 체험마을이 들어선다고 하니, 양조장 방문객이 양조장 말고 더 들를 곳이 점점 많아진다. 원주를 상징하는 치악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양조장과 술 이름인 모월은 ‘어머니와 달’이란 합성어다. 김원호 대표가 건네준 회사 팜플렛에는 모월을 ‘사람을 품은 술, 모월은 물과 달, 어머니의 정성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잘난 아들, 못난 아들 구분없이 다 품어주는 어머니처럼, 임금이 행차하거나 밤손님이 부자집 담 넘을 때도 똑같이 밝은 빛을 비춰주는 게 달이 아니던가? 모월은 원주의 옛이름이었다. 교통 요충지인 원주는 외지인들이 많이 살아 옛날부터 ‘텃세 없는 고장’으로 유명했다. 치악산도 한때 모월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모월양조장 김원호 대표를 모월인의 대통령상 수상 직후 만났다. 그는 ‘심지 굳은 농촌 청년’이었다. 1970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50세인 그를 ‘청년’으로 부르는 게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논을 지키려고 양조장을 차렸다. 우리가 고향인 원주 쌀로 좋은 술을 많이 만들면 적어도 고향 논 일부라도 지킬 수 있을것 같아 술 양조를 시작했다"는 그의 말을 들었을 때 ‘요즘 보기 드문 기특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같은 뜻을 가친 고교 동창생들끼리 협동조합인 모월양조장을 설립한 것은 2014년이었다. 양조장 설립 7년만에 양조인에게 주는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상을 받은 모월인은 어떠한 첨가물도 없어, 마신 뒤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의 깔끔함이 특징이다. 쌀증류주 특유의 누룩취가 강하지 않은 것은 증류할 때 처음과 끝에 나오는 원액 상당수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류(증류 초기에 나오는 증류원액)는 5% 가량을 버리고 후류(증류 끝부분에 나오는 원액) 30% 정도는 재증류한 뒤 맛을 보고서 다음에 사용할 지를 결정할 정도로 까다롭게 제품을 만든다. 증류 전 단계인 약주는 45일간 발효, 3개월 숙성 등 발효와 숙성 4개월 이상을 거친 후에야 증류에 들어간다. ‘시간이 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의 정성을 기울인다는 얘기다. 증류주 모월인(41도), 모월로(25도) 말고도 약주인 모월청(16도), 모월연(13도)이 있다.
-모월인의 대통령상 수상, 어떤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나?
"모월인이 증류주 부문 대상에 선정되고 나서 대통령상 실사를 따로 받았다. 우리가 다른 양조장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실사를 나온 한 분이 ‘모월양조장은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는 일을 하네요'란 얘기를 들었다. 우리는 술 발효에 영향을 주는 곰팡이균도 살려보고, 암튼 곰팡이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강원대학교에서 누룩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김명동 교수팀과 식품발효 연구를 하고 있다. 모월 술은 발효기간이 길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발효기간을 줄일 수 있을까가 우리의 큰 과제다. 증류 전 약주 만드는 과정에서 발효와 숙성기간이 적게는 4개월, 많게는 6개월 걸린다."
-곰팡이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모월연(약주), 모월인(소주)의 맛에 영향을 주는 효모균들, 어떤 효모가 달라붙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게 전통주이다. 전통주는 과학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특정 효모가 우리가 만드는 술맛을 좌우하는 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그 효모를 채취하고, 증식시켜서 발효가 조금 더 빨리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밀누룩 외에도 공기 중 다양한 균들이 발효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균들에 대한 연구를 오랜기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심사에 다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기존의 레시피로 술을 빚는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을 통해 향후에 더 나은 술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술 생산이 지속가능하겠다’고 보지 않았나 싶다. 연구라는 건 오늘만이 아닌 내일을 위한 작업이 아닌가. 그런 점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
-원주 지역쌀, 밀누룩, 그리고 물을 사용했다. 제조상 특이점은?
"사용하는 쌀은 원주에서 직접 농사짓는 쌀, 토토미를 쓴다. 10%정도 이긴 하지만 직접 쌀농사를 한다. 양조인이면서 농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쌀은 동네 어르신이 지은 쌀, 그리고 계약재배하는 농협 쌀을 쓴다. 밀누룩도 직접 만들려고 몇년간 애쓰기도 했지만, 누룩은 누룩 잘 만드는 전문가에게서 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얻어 현재는 사서 쓰고 있다.
모월인 증류 전 단계인 약주 모월연은 2담금, 이양주다. 밑술, 덧술 모두 고두밥을 쓴다. 2차 담금까지 발효는 대략 45일 걸린다. 발효실 온도는 20도. 발효탱크에서 1차숙성이 동시에 이뤄진다. 최대 5개월까지(발효기간 포함). 그 다음에 맑은 술을 떠내서 섭씨 3~4도에서 2차 저온숙성 과정을 한달 정도 더 거친다. 그러면 약주 모월연이 완성된다.
모월인 소주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는 2차 숙성을 거치지 않고 발효실에서 발효와 숙성 4개월 거친 뒤 술 지게미는 제거해서 청주로만 증류한다."
-20도 정도에서 석달 이상 오래 숙성하는 이유는?
"숙성을 오래 하면 술의 향미가 달라진다. 좋아진다. 발효가 끝나 잔당이 없는 상태에서 맛을 보면 알코올 향만 도드라진다. 그러나 숙성을 거치면 날카롭던 알코올 향이 무뎌지는(부드러워지는)걸 충분히 알 수 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향기도 난다. 누룩 양은 전체의 3%밖에 안된다. 그래서 발효가 길어지기도 한다. 후숙성을 통해 향미나 맛의 부드러움이 늘어나기도 한다. 당도는 0브릭스다. 단맛이 전혀 없는 술이다 보니까 산미만 도드라지는데. 그러다 보니 ‘단맛과 신맛의 적절한 조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술은 발란스가 안맞는다, 술로서의 가치가 없다’ 이런 평가를 하기도 한다.
약주인 모월연은 신맛의 상큼함이 특징인 술이다. 그런데 산미도 숙성을 거치면 순해진다. 약주 알코올 도수를 13 혹은 16도로 맞추고 나서 한달 정도 후숙성을 거치면 다소 강한 신맛이 우리가 느끼는 상큼함으로 변한다. 후숙성 직전에 알코올 도수를 맞추려고 물을 타는데 후숙성을 거치면 술과 물이 적절히 어우러진다. 이후에 한번 더 필터링해서 약주 모월연을 병입한다. 필터링한다는 것은 술을 깨끗하게 만든다는 것이지만, 그만큼 술 속의 미세성분들이 걸러져 나가는 것이다. 필터링을 일부러 안하는 약주도 그래서 많다. 필터링을 하면 맛은 덜할 수 있어 항상 고민스럽다."
-지역쌀 토토미는 어떤 쌀?
"토토미의 ‘토’자가 흙 토인데, 토토는 11월11일을 뜻한다. 농업인의 날이다. 요즘엔 이상하게 ‘빼빼로데이’라고 다들 기억하지만. 농업인의 날은 이곳 원주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전국으로 다 퍼졌다. 원주에서 시작한 농업인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브랜드화한 쌀이름이 원주 토토미다. 벼 품종은 추청(아키바리, 일본에서 들여온 벼)과 삼광벼를 쓴다."
-모월인은 증류 과정에서 초류와 후류를 버리고 본류만 택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증류액의 중간 부분 60~70% 정도를 쓴다. 증류 초반의 초류는 3~5%정도 버린다. 원래 곡주에는 몸에 나쁜 메탄올 성분이 거의 없는데, 그래도 증류 처음에는 몸에 안좋은 성분이 나올 수 있다고 해서 5%는 버린다. 알코올 도수 40도에 도달하면 후류 컷(따로 보관)을 하는데, 약 30%는 곧바로 쓰지 않고 재증류해서 다음번 증류 시에 추가한다. 후류만 따로 모아 재증류해서 향, 맛 등의 품질을 평가해서 재사용 여부를 결정한다. 후류에서 나오는 기분 나쁜 향기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재증류 후에도 도드라지면 재사용하지 않는다. 술에 쓰지 않는 원액은 소독제 같은 다른 용도로 쓴다."
◇증류주 ‘모월인’ 전문가 평가
-병 모양이 특이한데 병에 무슨 뜻이 있는지?
"병은 직접 제작했다. 기성 병을 쓰지 않고. 병 제작 비용으로 딱 1억 들었다. 10만병을 만들었다.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모월이 어머니의 달이란 뜻인데, 술병 모양은 어머니의 긴 치맛자락을 형상화했다. 사실 이전에는 기성 병을 쓰기도 했는데 ‘아류작(다른 술 흉내낸 것)'이란 지적도 있어 우리만의 개성 있는 병을 사용하고 있다."
-술 이름인 모월은 어떤 의미인가?
"모월은 어머니 달이란 뜻이다. 합성어인데 ‘원주에 오는 사람들은 다 품어주라’는 의미다. 엄마는 자식이 대통령이든 거지든 상관없이 다 품어주는 존재가 아닌가. 달도 마찬가지다. 밤손님(도둑)이 담을 넘든 왕이 밤 행차를 하든 똑같이 비춰주는 게 달이다. 원주의 옛이름이라고도 하는데 행정구역상의 이름은 아니었다.
원주가 남한강 초입에 있어 삼국시대 때부터 숱한 전쟁터였다. 6-25 때까지 그랬다. 그러다 보니 외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사는 고장이 됐다. 지금도 원주 인구의 70~80%는 외지인 출신이 들어와서 채웠다. 통닭집 옆에 또 통닭집을 차려도 싸움 나지 않는 곳이 이곳 원주다. 그만큼 텃세가 없는 것이, 군사적 요충지이다 보니까 한번은 고구려가 차지했다가 다음은 백제, 신라가 점령하던 땅이 원주였기 때문이다."
-모월은 언제 생긴 말인가?
"모월이란 단어는 동학혁명 때 생긴 말이다. 당시 동학혁명 주동자와 가담자 일부가 도망쳐온 곳이 원주다. 다른 곳 같았으면 외지인들이 스며들면 현지인들이 관아에 신고했을테지만 원주 사람들은 이들을 보살펴줬다고 한다. 원주는 치악산이 아니더라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혁명하던 분들이 밖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모월산(원주를 둘러싸고 있는 치악산 등을 가르키는 암호같은 말)에 기거하고 있으니 걱정마라’ 이런 서간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만큼 모월이란 말은 나라에 죄를 지은 외지인조차도 다 품어준다는 넉넉함을 뜻한다. 동학혁명뿐 아니었다. 천주교박해, 민주화운동 때도 원주로 피신해 온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자연복구를 주장하는 생명사상운동을 펼친 장일순 선생님(작고)도 ‘좁쌀 한알'이란 책에서 ‘모월은 어머니 품 같은 자세로 살자는 의미다. 원주에 오는 사람은 누구나 어머니처럼 대접을 해야 돼'라고 했다. 이런 취지를 살리고 싶어 양조장 이름, 술 이름을 모월로 정했다."
-모월 청(16도)과 모월 연(13도)은 도수가 다른 약주다. 모월 연은 모월 청에 물을 더 탄 것 외에 다른게 없나? 약주를 두종류로 만든 이유는?
"현재는 모월청이 더 잘 나간다. 도수(13도)가 와인과 비슷한 모월연은 화이트와인 맛과 비슷하다고 해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색깔과 맛이 화이트와인 같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13도 모월연이 먼저 나온 계기는 기술이 부족해서 그랬다. 약주를 생산하는데 우리가 밑술부터 덧술까지 다 맵쌀로만 하다 보니까 맵쌀로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에 알코올 도수 15, 16도 약주를 만들려고 했는데 13도가 만들어지면 실패작이다. 13도 이상은 안정적으로 나오는데 15, 16도 나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처음엔 13도 모월연을 내놓게 됐다. 그리고 나서 어느정도 기술이 나아지고 나서 16도 모월청을 추가로 출시했다. 지금은 약주를 완성하면 알코올 도수가 17~18도 가량 나온다. 모월연은 물을 좀 타서 13도로 맞춘 뒤 한두달 후숙성을 해서 병입한다. 그래야 물탄 느낌이 사라지고 상큼함이 느껴진다."
-모월 약주의 특징은? 단맛보다 신맛을 강조?
"제로 브릭스다. 단맛이 전혀 없다. 기분좋은 신맛, 상큼함이 특징이다. 상큼함을 내기 위해 시간을 더 들였다. 잔당이 없을 때까지 완전발효를 한다. 발효기간만 한달 반 걸린다. 다른 양조장보다 길다.
단술을 만들지 않은 것은 모월양조장 주주인 협동조합원들이 모두 술꾼들이라, 단맛 나는 술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하는 술을 왜 만들겠나? 일단 내 입맛에 맞아야 맛있다, 맛없다 이런 평가가 가능하다. 기분 좋은 신맛을 내기 위해 도수를 맞추고도 한달 이상 후숙성을 한다. 약주는 발효와 숙성에 6개월이 걸린다."
-단맛이 없어 소비자 호불호가 있지 않나?
"사실 그렇다. 2016년 대한민국 우리술대축제 행사장 반응이었는데, 전통주점인 백곰막걸리의 이승훈 대표가 맛보고는 ‘이렇게 술 만들면 안된다. 술은 대개 술이 약한 사람이 선택하는데, 모월 약주는 술꾼들이나 좋아할 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백곰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술 모월연(출시 2016년 겨울)을 가장 먼저 써준 식당은 미슐랭 가이드 별점도 받은 서울 종로의 고급한식당 ‘한식공간’이었다. 한식공간 조희숙 대표께서 2016년 대한민국 우리술대축제 행사 때 출품한 모월연을 맛보시고 식전주로 좋겠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처음에는 한식공간이 어디 있는지, 얼마나 대단한 식당인 줄 몰랐다. 그런데 나중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가 한식공간에 가보니, 거기에 모월연이 있더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이전에 맛봤을 때는 술이 시고, 별로 맛이 없었는데, 한식공간에서 다시 맛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다고 하면서 모월 약주를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전통주점들도 잇따라 우리 술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30~40군데 주점이 취급한다."
-닥나무 성분이 들어간 탁주 개발은?
"원주에 ‘호저’라는 마을이 있다. 좋을 ‘호’, 닥나무 ‘저’자를 쓴다. 대규모 닥나무 재배지가 있는 곳이다. 전주가 ‘한지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오래 전부터 임금님에게 진상하는 종이는 원주에서 만들었다. 전주는 ‘한지의 원조’란 브랜드화를 먼저한 것이다.
그래서 원주의 특산품인 닥나무 성분을 넣은 막걸리를 개발하게 됐다. 닥나무는 미백효과가 있다고 한다. 누룩 만들 때 바닥에 까는 종이인 초재로도 닥나무 잎이 많이 사용됐다. 요즘에는 닥나무 잎보다는 연잎을 많이 쓴다. 아무튼 술 발효에 직접 영향을 주는 효모성분이 닥나무 잎에 많이 붙는다는 옛기록도 있을 정도로 닥나무는 술 양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출시를 앞둔 닥나무 막걸리에는 닥나무 추출액이 10%정도 들어간다. 특허 등록절차를 밟고 있다. 이름은 ‘모월닥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닥나무 성분이 들어갔으니, 흔한 이름 탁주 대신 닥주가 좋지 않을까 한다. 얼핏 보면 탁주로도 보일텐데, 그래도 좋다. 탁주는 탁주니까. 알코올 도수는 9~12도 사이로 염두에 두고 있다."
-양조장 중 드물게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13명의 조합원이 있다. 큰 의미의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고.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 농민의 자식들이고, 그래서 뜻을 모은 고교 시절 친구들이 의기투합해서 얘기한 것이 ‘논이 없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논이 무엇인가? 우리의 먹거리, 쌀을 수확하는 터전이다. 최대한 지역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양조장을 차렸다.
조합 형태로 시작한 이유는 2014년 설립 당시, 도에서 개인에게는 양조장 면허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합원은 각자 일을 하면서 시간이 되는대로 양조장 일을 돕는다. 퇴근 길에 들러서 술병 라벨을 붙이거나 같이 술을 빚는다."
-양조장 주변의 자랑거리는?
"양조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 댐이 생겨 공원이 조성된다. 댐 안쪽으로 힐링센터가 들어올 예정이다. 댐에 물이 차면 둘레에 트레킹 코스도 조성된다. 그리고 양조장 건너편 야트막한 산에 전주 한옥마을 규모의 전통가옥 체험마을이 들어선다. 양조장 구경 오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체험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치악산도 멀지 않다. 양조장에서 치악산도 잘 보인다."
-고향에 양조장을 차린 이유는?
"양조장을 지은 것은 동네에서 수확하는 쌀을 소비하자는 취지였다. 직접 농사를 지은 쌀로 술을 빚고, 술 원료로 부족하면 주위의 삼촌, 아재의 쌀을 사면 되고, 이런 생각에서였다. 원주의 쌀을 가능한 한 많이 소비하는데는 양조장이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논을, 밭으로 전환하면 나라에서 돈을 주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논농사의 가치를 쳐주지 않는다. 쌀값도 너무 저렴하다. 좋은 쌀도, 80kg 한가마니에 24만원 정도인데, 굉장히 비싸다고 얘기한다. 일년에 한 사람이 먹는 쌀이 65kg가 안되는데, 결국 주식인 쌀을 먹는데 일년에 24만원을 안쓴다는 얘기다. 밥 한그릇이 100g이면, 한그릇 가격이 300원이 채 안된다. 내 주식인 밥을 먹는데, 한끼에 300원도 안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고도 쌀값이 비싸다고들 하니 도대체 우리 국민들은 주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안타깝다.
최근 돌아가신 선친이 오래 전에, 외국산 쌀 수입 반대 운동하러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가신 적이 있다. 그런데 데모를 마치고 일행들과 식당에 가셔서 한잔하셨단다. 근데 흔히 마시는 소주는 원료가 수입산이란 얘기를 듣고서는 ‘역시 우리 술은 막걸리밖에 없지'하면서 막걸리를 드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막걸리조차 미국산 쌀을 쓰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믿기지 않아하셨다. ‘아니, 농민주를 미국산 쌀로 만든다는 말이야?’ 하셨다. 자기 몸에 신나 뿌리고 외국쌀 수입을 극렬 반대하신 분들이 정작 시골집에 돌아와서는 미국산 쌀로 만든 막걸리 드시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래서 아버지를 설득해 우리 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을 차렸다. 조금이라도 우리 쌀을 지키겠다는 일념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최소한 우리 동네 논이라도 지켜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벼농사를 해서 연봉 5000만원이 되려면, 제조원가 다 포함해서 땅이 2만5000평이 필요하다. 그런데, 2만5000평 땅 있으면 누가 농사 짓겠는가? 지역 쌀을 많이 소비함으로써 지역의 농업이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양조장을 만든 근본 이유다."
-신규 사업계획 있나?
"막걸리 모월닥주는 올 겨울에 담아, 내년 봄에 내놓을 생각이다. 대량생산이 아니라서 원주에만 시판할 작정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3년 숙성한 증류주 ‘모월산’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 50~55도 정도의 고도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