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케아와 유니클로가 難民 지원에 적극적인 이유

조선비즈
  • 이용성 국제부장
    입력 2020.10.17 04:00

    "비아프라(Biafra)를 아십니까?"

    연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던 9월의 어느 주말, 의정부의 한 성당에서 한국에 살고 있는 비아프라 공동체 소속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비아프라'는 나이지리아의 부족 중 하나인 이보족이 1967년 분리 독립을 선언하며 세운 공화국의 이름이다.

    하지만 하우사족이 비아프라를 침공하고(나이지리아는 하우사족과 플라니족, 이보족 등 수십개 부족과 36개주로 얽혀 이뤄진 연방국가다) 비아프라에서 발견된 원유를 노리던 소련이 하우사족을 지원하면서 내전이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발생했다. 결국 비아프라는 1970년 1월 나이지리아로 흡수됐다. 이후 전 세계로 흩어진 비아프라인들은 비아프라 독립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만난 비아프라 공동체 구성원들이 나이지리아 정부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온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한국 출입국에서는 서류를 요구했고 서류가 없는 비아프라인들은 다시 나이지리아로 돌아가게 됐지만, 그들은 나이지리아에 도착하자마자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한 비아프라 청년은 "우리는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고단한 여정 속에서도 비아프라 공동체는 한국 지역사회에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 중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손소독제 기부에 나섰고, 지역 독거노인들의 집을 청소하고 삼계탕을 대접하기도 했다. 헌혈에도 동참했다. "그동안 한국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사랑을 나누고 싶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구매력 갖춘 선진시장 소비자들, 난민 문제에 관심 많아

    법무부에 따르면 2015년 5711건이었던 난민신청자 수는 2019년 1만 5452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국내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는 2015년 105건, 2019년 79건이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난민 인정률은 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4.8%)에 한참 못 미친다. 1인당 GDP 3만달러를 넘어선 ‘세계 6위 수출강국, 세계 6대 제조강국,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실질적인 이익을 기대하고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릭 쇼팽 등 인류 문명에 지대한 기여를 한 천재들 중 난민 가정 출신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상기시키려는 건 아니다.

    얼마전까지 유엔난민기구(UNHCR) 일본대표부 대표를 지낸 더크 헤베커는 한국대표부 대표 시절 기자에게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시리아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에 평화가 찾아오면 주민들은 냉장고와 TV, 가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새로 장만해야 할텐데 한국 기업들이 지금 이들 국가 출신 난민들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돕는다면 그들도 한국 기업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 지원을 통해 난민들의 교육을 돕는다면 관련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이야기도 했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전후(戰後)복구에 속도가 붙을 것이고, 복구작업이 무난히 진행되면 한국 기업에도 좋은 사업 기회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유명 글로벌 기업들 중 난민 지원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으로 활용하는 곳이 적지 않은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스웨덴의 ‘가구공룡’ 이케아는 2015년 LED 조명 판매 수입 일부를 UNHCR에 지원하는 ‘난민에게 밝은 삶을’(Ikea’s Brighter Lives for Refugees) 캠페인을 진행해 우리돈 약 350억원을 모금했다. 이케아는 지난해에도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 덴마크 완구업체 레고 등과 함께 난민들의 자급자족을 돕기 위해 직업 및 창업 훈련에 300억원에 가까운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글로벌 의류업체 유니클로가 매년 3만여 벌의 의류를 전세계 난민캠프에 전달하는 등 난민 지원에 적극적이다.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미국 운송업체 UPS, 카타르항공 등이 UNHCR과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구매력을 갖춘 선진국 시장의 소비자들이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효과가 클 수 있는 접근법이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난민 지원은 거의 존재감이 없다.

    ◇ 난민을 환대하는 것은 달라진 국격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길

    난민 발생이 빈번한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 시장으로서의 매력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아프리카의 인구는 약 13억명, GDP는 총 2조6000억 달러(약 3000조원)에 이른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최근 보고서에서 2100년에는 나이지리아가 중국을 제치고 인도에 이은 세계 2위 인구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지리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각각 세계 10위, 11위인 자원부국이기도 하다.

    55개 회원국을 둔 아프리카 연합(AU, Africa Union)은 지난해 5월 아프리카 자유 무역협정(AfCFTA) 을 발효시켰다. 아프리카 역내에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을 증진시키고 자본,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까지 포함한 무역 체제로써 에트리아를 제외한 아프리카의 모든 54개국이 가입했다. 단일 무역협정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이후 세계 최대 규모다.

    전쟁과 기근, 종교와 종족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도 평화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나라의 국민들은 어려운 시절 도움을 준 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꼭 실익이 있어야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돕는 것이 돕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의 숱한 질곡을 이겨내고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각국을 ‘난민으로’ 떠돌며 조국의 어려움을 알렸던 조상들과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준 원주민들의 이해와 배려에 힘입은 바 컸다.

    이제 우리도 도와야 한다. 조국에서 희망을 잃고 이 땅에서 나그네로 떠도는 외국인들을 환대(歡待)하는 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 함께 이제는 달라진 우리의 국격(國格)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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