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방역 체계는 없다…방역의 힘은 끊임없는 소통”

입력 2020.10.19 06:10

[이코노미조선]
美 코넬대 ILR스쿨 ‘사업장 건강 및 안전 프로그램’ 담당 넬리 브라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업장에서 비상사태로 인식되는 최초의 감염병이다.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신종 인플루엔자가 사업장 안전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사업장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생산·유통·영업 등 사업 활동 일체가 중단된다. 또한 매출과 주가, 외부 평판, 브랜드 이미지까지 큰 타격을 입는다. 위협적인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감염병은 이제 기업이 반드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위기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이코노미조선’은 유통, 전자, 자동차·부품, 정보기술(IT) 등 주요 업종별로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범방역 기업에 주목했다. [편집자 주]

거래처 직원도 방역 대상
모든 관계자와 소통해야
대응팀 구성은 다양하게

넬리 브라운. 미 뉴욕주립대 생물학 학사, 미 뉴욕주립대 자연·응용 과학 석사 / 넬리 브라운
"‘사람’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직원, 고객, 방문객, 거래처 관계자 등이 모두 포함되죠. 이들이 어디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지 파악하고 보호할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미국 코넬대 ILR스쿨(노사관계대학원)에서 사업장 건강 및 안전 프로그램 책임을 맡은 넬리 브라운은 10월 6일 ‘이코노미조선’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업이 사업장을 중심으로 방역 시스템을 구축할 때 직원뿐만 아니라 고객, 방문객, 거래처 직원 등 모든 이해 관계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당국에서 공인한 산업위생 전문가로서 1986년 코넬대에 합류한 뒤 산업 안전 및 보건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과거 감염병 정보와 새롭게 발견되는 정보를 활용해 민첩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라"며 "이해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라"고 주문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업과 사업장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보건 및 안전 관련 전문지식을 보유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감염병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고객과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사업장, 즉 음식점이나 소매점 등은 휴업을 비롯해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된다. 음식점 문을 열더라도 픽업이나 배달 서비스만 하고, 소매점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등 고객과 상호작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영업해야 한다. 고객과 물리적 접점이 없는 사업장은 원격근무를 시행하면서 외부인 출입이나 회의 방식, 공간 구성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격으로 일할 수 없는 의료진과 운수업 종사자, 청소부 등이 가장 큰 위협을 받는다."

기업이 자체적인 방역 체계를 구축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첫 단계는 봉쇄다. 기업은 시간을 벌기 위해 원격근무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산업 안전·보건 관점에서 유해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제어 계층(hierarchy of controls)’ 개념을 적용하면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계층의 맨 위에 있는 방법을 쓰고, 이 방법이 효과가 없을 때 그 아래 계층에 있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나 질병의 경우 다른 바이러스나 질병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계층은 생략된다. 감염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여러 계층의 방법을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공학적 제어(3단계)는 환기, 칸막이 설치, 책상과 의자 배치 △행정적 제어(4단계)는 거리 두기, 손 씻기, 기침 및 개인 소독 에티켓, 청소 및 소독 방침 △개인 보호 장비는 장갑, 마스크 착용 등을 말한다.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 코로나19가 사업장에 퍼지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코로나19를 사업장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사업장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다. 우선 사람들이 어떻게 감염병의 영향을 받는지 살펴봐야 한다. 조직의 모든 이해 관계자 즉 직원, 고객, 방문객, 거래처 관계자 등이 대상이다. 이들이 어디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지 파악하고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방역 지침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사항은.
"청소와 소독할 항목을 정하는 것이다. 특히 간과하기 쉬운 것이 개인용 휴대전화다. 우리는 종일 휴대전화를 만지며 가지고 다닌다. 직장에 도착할 때와 퇴근할 때 소독약으로 닦아주면 직장과 집 사이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기업이 코로나19 대응팀을 구성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팀을 조직할 때 가능한 한 다양한 관점에서 조직을 파악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구성원을 포함해야 한다. 임원과 노조 관계자를 비롯해 보안, 보건 및 안전, 재무 및 법률, 홍보 등 각 부문에서 최소 1명씩 선발하는 것이 좋다. 팀이 만들어지면 우선 조직의 취약성을 평가하고, 과거 조직에 닥쳤던 위기를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위기가 직원이나 고객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 정도를 예상해야 한다. 또한 감염병과 다른 종류의 위기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코로나19와 함께 태풍 등 자연재해가 덮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가 현실화하기 전에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위기에 빠지면 피해는 불가피하다."

사업장 밖에서 직원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유연한 병가, 휴직 정책이 없다면 직원 스스로가 이상 증세를 깨달아도 쉽사리 쉬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직원을 관리하는 일은 화재경보기를 작동시키는 일과 같다. 화재경보기는 이미 진행 중인 화재를 알려줄 수 있지만, 화재를 예방하거나 예상할 수는 없다. 또한 인간이기에 습관에 의해 움직이며,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거리 두기, 음식 공유 금지, 포옹이나 악수 자제 등 일상생활에서 새로운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주의를 줘야 한다."

코로나19 위기에 빠진 기업에 조언하자면.
"우리는 코로나19 대응에 참고할 만한 과거 감염병 관련 정보를 무수히 가지고 있다. 매일 감염병과 관련한 새로운 정보도 쏟아진다. 과학 정보를 활용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습득하고 탄력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방역 체계는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그리고 자주 소통해야 한다. 소독제, 마스크 등 방역 용품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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