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노년층, 의료종사자 등 우선순위 마련 중"
백신 수량 제한적...분배 과정에서 취약계층 배려
'공정 분배' 기구 미·중·러 불참…"백신 민족주의"

12일(현지 시각) 러시아 트베리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접종을 위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에 대한 선별적 접종을 실시함에 따라 건강한 중장년층의 예방접종은 오는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WHO의 수석 과학자인 수미야 스와미나단 박사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WHO와 자문그룹이 백신 접종에 우선순위 지정 관련 세부사항을 마련 중"이라면서도 "보건 종사자 등 감염의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나 고령층이 먼저 백신을 맞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건강하고 젊은 사람이 백신을 맞으려면 빨라도 2022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의 제약사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내년까지 적어도 한 곳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나오기를 희망한다면서도 "결국 제한된 수량이 제공될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WHO 산하 예방접종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SAGE)를 구성해 정부 차원에서 특정 그룹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0개 안팎의 백신 후보 물질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했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말쯤 효능을 갖춘 백신이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유통 및 분배 과정에서 우선순위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WHO는 각 백신이 어떤 모집단에 가장 적합한지, 어떤 방식으로 유통할지 등에 대한 지침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국제 기구 사이의 갈등이 예상된다. 당장 미 보건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며 6개 제약회사와 수억 회분의 백신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미 CNN방송은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안에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접종을 시작해 내년 봄까지 모든 미국인이 백신을 맞게 할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미국과 중국 등이 자국민을 위한 백신 확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백신 민족주의"라고 비판했다. WHO 기술 책임자인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역시 "몇몇 국가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이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취약한 상태인 사람들에게 접종해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한편 WHO는 코로나 백신을 전 세계 모든 국가에 공정하게 배분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및 감염병혁신연합(CEPI)와 공동으로 코백스(KOVAX)라는 백신 공급 기구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는 168개국이 가입했으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불참했다.